LG家 구본무vs구본준, 대리전쟁 '내막'
LG家 구본무vs구본준, 대리전쟁 '내막'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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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은 광모인가 형모인가’

LG그룹(회장 구본무)의 경영권 승계구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양자인 구광모(34)씨의 경영수업이 한창인 가운데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한 까닭이다. 최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24)씨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구 회장의 친동생이며 광모씨와 형모씨는 사촌지간이다.

광모씨는 구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며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했다. 엄격한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LG家 가풍이지만 구 회장 슬하에 아들이 없었던 탓이다.

그룹 내부에서 선대 구자경 명예회장이 구본준 부회장을 총애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로 일각에서는 구 부회장의 아들인 형모씨에게 힘이 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형모씨가 추진하는 사업이 탄력을 받는 것도 이 때문 아니겠느냐는 것. 또 장자승계 원칙에 따른다해도 광모씨가 ‘양자’인 이상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다.
 

엄격한 장자승계 원칙

구인회-구자경-구본무로 이어지는 LG家의 장자승계 원칙은 확고하다. 아들이 없는 구본무 회장은 조카를 양자로 입적시키면서까지 이 같은 원칙을 지키려하고 있다. 광모씨는 2005년 LG화학 재정부문 임시직으로 근무하다 이듬해 LG전재 재정부문 대리로 자리를 옮긴 뒤 곧바로 휴직했다.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MBA 과정을 거쳐 지난해 학업을 마친 그는 LG전자 과장으로 복직해 현재 LG전자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다.

뉴저지법인은 휴대전화를 제외한 북미시장 모든 제품을 총괄하는 곳으로 경영기획, 마케팅 등 업무영역이 넓어 경영수업을 받기 알맞은 곳으로 꼽힌다. 광모씨의 경영수업이 본격화된 마당에 그가 차기 총수로 선임될 것이라는 데 재계의 의견은 엇갈리지 않았다.

 구형모, IT벤처업계서 두각

그러나 최근 사촌동생인 구형모씨의 입지가 눈에 띄게 넓어지면서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룹 내에서의 활약은 아니지만 그의 사업역량이 갈수록 커지는 까닭이다. 형모씨는 지난 1월 IT벤처기업 ‘지흥’의 지분을 100% 인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제조 및 판매 사업체인 지흥은 LG그룹의 일부 사업과 일맥상통해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다.

형모씨는 또 지흥을 통해 산업용 온도센서 제조업치인 동양센서의 지분을 사들이기도 했다. 여기에 구본준 부회장이 지난해 말 LG상사에서 LG전자로 자리를 옮기며 형모씨의 관련 사업에도 든든한 지원군이 생긴 셈이다.

또한 구 명예회장이 삼남인 구 부회장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 부회장 부자의 그룹 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LG그룹 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장자승계 원칙이 뚜렷한 LG家 특성상 경영권에 있어 ‘이변’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구 명예회장이 유교적 가훈에 따라 엄격한 자녀교육을 고수한 인물이라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

동생이 잘못하면 장남인 구 회장을 불러 질책하고 구 회장이 둘째를, 둘째는 셋째를 데려다 혼내는 식으로 형제 간 위계질서가 확실하다는 것. 이런 까닭에 ‘광모vs형모’의 대결구도는 섣부른 관측이라는 얘기다.

또한 광모씨의 생부인 희성그룹 구 회장이 LG 관련 지분을 인수하는 것 또한 향후 후계구도를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한 재계 관계자는 “희성전자 지분만으로 LG 지분을 늘리기 위한 실탄(자금) 확보가 가능할 수 있다”며 “구본능 회장이 해당 지분을 늘리면서 LG그룹 지배구조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은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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