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갤럭시S, 수백억 돈다발 모두 ‘조폭’ 작품
‘대포폰’ 갤럭시S, 수백억 돈다발 모두 ‘조폭’ 작품
  • 이수영 기자
  • 승인 2011.0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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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의 진화 ‘돈이 주먹을 부른다’

 - 최신 스마트폰 대포폰 둔갑 유통 수십 억 원 챙겨

- ‘조폭법인’ 기업가 행세, 110억 원 수익 낸 조직도

- “가출한 딸 찾아다오” 현직 경찰이 조폭 손 빌려

조직폭력배(이하 조폭)가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의리와 구역 패권을 위해 피를 튀기던 낭만파들은 옛말이 된 지 오래고, 오직 돈이 ‘주먹’을 부르는 새로운 법칙에 따라 조폭이 ‘체질개선’에 몰두하고 있다.

선후배의 의리와 싸움판 이력으로 조직이 굴러가던 게 옛 모습이라면 최근 조폭은 철저히 ‘기업’의 형태를 답습하고 있다. 각종 법률과 첨단 기술까지 마스터한 전문가 그룹을 배치하고 기업가 행세를 하며 수백억 원 대의 수익을 내는 경영인(?)으로 거듭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엔 현직 경찰이 가출한 자신의 딸을 찾아달라며 조폭에게 손을 내민 사건까지 벌어져 그들의 정보력과 행동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케 한다.


 

 

조폭의 활동 영역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어지고 있다. 과거 유흥업소 운영이나 건설 관련 이권 등을 먹잇감 삼던 행태에서 벗어나 직접 법인을 세우고 해외 조폭과 손을 잡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

지난 2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유령법인을 설립해 최신 스마트폰을 개설한 뒤 이를 대포폰으로 유통시킨 조폭 일당 13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충남지역 폭력 조직 ‘연무사거리파’로 통신사 가맹점에서 휴대폰 1350여대를 개설한 뒤 국내와 중국 등에 유통시킨 혐의다. 경찰은 조직원 양 모씨(32)등 3명을 구속하고, 최 모씨(31)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6년 간 110억 원 번 비결?

경찰에 따르면 양씨 등은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551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해 1349대의 휴대전화를 개설하고 국내에 대포폰으로 유통하거나 중국에 판매해 기계값 6억 원과 통신비 14억5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지난달 28일 불법 게임장과 도박사이트 등을 운영해 6년 간 약 110억 원의 이익을 챙긴 폭력조직원 40여명을 무더기로 잡아들였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로식구파' 지역 간부급 K(46)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3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팀은 이들이 불법게임장을 운영하며 현직 경찰에게 뇌물을 건넨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K씨 등은 2005년 4월부터 최근까지 수도권에서 불법 오락실 33곳과 PC 도박사이트 4개, 유흥업소 등을 운영하며 110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이 돈은 조직관리, 변호사 선임 비용 등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게임장을 운영하면서 '바지사장'을 내세워 업소 한 곳당 300만~500만원을 주고, 구속되면 변호사 비용 3000만~5000만 원을 대납해주는 조건으로 단속을 피했다. 또 프로그램 개발자 B(41)씨 등을 두 달간 감금 협박해 도박사이트를 만들게 하고, B씨 등이 제3자에게 받은 프로그램 개발비도 가로챘다.

일당은 완성된 도박사이트의 서버를 해외에 두고 조직원을 파견해 직접 관리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불법오락실 한 곳당 매달 평균 1억~1억5000만원, 많게는 3억 원 이상의 거액을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딸 찾기’에 조폭동원, 진실게임

조폭의 정보력과 행동력이 상상이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현직 경찰이 가출한 딸을 찾기 위해 조폭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그러나 해당 경찰관은 “친한 친구일 뿐 조폭인 줄은 몰랐다”며 맞서고 있어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사연은 이렇다. 대전경찰 소속 김모(44) 경사는 지난달 25일 중학교 동창인 조직폭력배 C(45)씨와 C씨의 조직원 등 5명과 함께 가출한 딸(16)을 찾아 나섰다. 대전시 중구의 모텔에서 딸을 찾았지만 다른 가출청소년 3명과 있던 딸은 “안 간다”며 심하게 반항한 것.

그러자 C씨는 김 경사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달라”고 한 뒤 버릇을 고친다는 명목으로 조직원들에게 시켜 김 경사의 딸과 다른 청소년들을 폭행했다.

이들은 발과 옷걸이 등으로 얻어맞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고 사건은 폭행을 당한 청소년의 부모가 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경찰은 C씨 등 폭력을 휘두른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 경사의 가담 여부를 조사해 징계할 방침이다.

하지만 김 경사는 경찰 조사에서 “(C씨가)오랜 친구였지만 조직폭력배인 줄은 몰랐다. 폭행이 있었던 것도 알지 못했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조폭과 마약밀매 ‘업무제휴’

그런가하면 아예 국내를 벗어나 해외 조폭과 손을 잡고 업무제휴(?)를 맺은 사건도 있었다. 과거 마약유통에는 손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던 국내 조폭들이 최근 중국 조폭과 손을 잡고 국내에 약물을 들여오는 사례가 포착된 것.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중국 폭력조직인 흑사회와 연계해 필로폰을 대량 밀수·유통한 부산 유태파 김 모(56)씨 등 국내 조폭 9명과 흑사회 선양지역 두목 정 모(35)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부산 유태파 등 국내 14개 폭력조직은 2009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중국 조선족 조폭인 흑사회와 손잡고 중국 연태항 등에서 부산항으로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필로폰 약 5.95kg을 밀수해 전국적으로 유통시켰다. 필로폰 5.95kg은 시가 198억 원 상당으로 19만8000여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들은 정식계좌를 이용하지 않고 환치기 계좌나 자금을 쪼개 직접 운반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밀반출했으며 양질의 필로폰 확보를 위해 중국에 감정 전문가를 보내기까지 했다. 검찰은 조폭들이 조직원들을 활용해 필로폰 판매망을 손쉽게 구축하고 단시간에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되자 마약거래에 본격 진출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국내 조폭들이 이권을 위해 전통적인 조직경계를 버리고 이합집산, 합종연횡하는 등 '마피아'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지능화된 조폭들이 주가 조작이나 벤처기업 사냥 등으로 돈을 버는가하면 마약 밀수판매로 조직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조폭이 등장해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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