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이건희 회장 배상판결 “왜 발생했나?“65% 상속세가 재벌 범법자 만든다
정몽구 회장?이건희 회장 배상판결 “왜 발생했나?“65% 상속세가 재벌 범법자 만든다
  • 허정철 기자
  • 승인 2011.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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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이재용 등 2세 상속 과정서 비자금?BW 등 편법 동원

-정의선?이재용 등 2세 상속 과정서 비자금?BW 등 편법 동원
-비자금?불법로비?변칙증여 등은 상속?경영권 대물림과 관련

대기업에 대한 검찰과 국세청, 공정위의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비자금?불법로비?변칙증여 등 여러 이슈가 맞물려 있지만 핵심은 재벌그룹의 상속과 경영권 대물림과 관련되어 있다.
삼성의 에버랜드 BW사건부터 현대차의 글로비스 비자금 사건, 그리고 태광 수사에 이르기까지 재벌 총수가 검찰과 국세청 등에 조사 대상이 되는 대부분의 경우가 대주주가 비상장사와 계열사를 활용해 후계구도를 완성시키는 편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
자식에게 재산 혹은 경영권을 물러주고자 하는 것은 보편적인 한국 정서이다. 재벌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대기업 대주주의 경우 상속세율이 65%에 달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재벌의 오너 지분은 평균 10%미만이다. 만약 65%의 상속세를 내고 나면 지분이 채 3.5%도 남지 않는다. 이 지분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상장사와 계열사를 동원해 편법 상속과 경영권 승계를 한다.
최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주주대표소송에서 연이어 배상판결을 받았다. 그룹 오너인 두 사람은 2세에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한 승계를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몽구 회장, 현대차에 826억원 배상 판결
지난달 25일, 경제개혁연대 등 현대자동차 주주 15명이 낸 주주대표소송에서 법원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현대자동차에 826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했다.
정 회장이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등을 부당하게 지원해 현대차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
재판부는 "정 회장은 납품 단가를 인상하고 운송 물량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등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현대차가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이어, "정 회장이 현대차의 급격한 발전에 공헌한 점 등을 참작해, 정 회장이 계열사를 실제로 지원한 금액에 준한 826억여원을 배상하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납품 단가를 인상하고 물량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계열사를 지원한 것은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때문이다.
현대차 그룹은 지배구조는 순환 출자 구도이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를, 현대모비스는 다시 현대차를 지배하는 형태다. 이 중 한 기업의 주식만 많이 가지고 있으면 주요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 회장의 고민은 당시 지배구조에서 경영권과 지분을 정 부회장에게 승계하기 위해선 상속을 위한 자금 마련이 숙제였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이들 기업의 지분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현대차는 비상장 계열사를 설립해 ‘일감 밀어주기’를 통해 회사가치를 높여 상장시키는 방법으로 정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했다는 분석이다. 그 대표 사례가 글로비스와 엠코이다.
지난 2001년 설립된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자동차수출물량을 거의 독점하면서 7년 만에 연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 2004년 상장하면서 정 회장 부자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정의선이 31.88%, 정몽구가 22.99%, 현대차가 2.7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 정 회장은 출자 지분을 현대차가 인수하지 않고, 정 부회장이 대신 취득케 했다. 이 때문에 경제개혁연대 등은 글로비스에 대해 ‘회사 기회의 편취’의혹을 제기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4개사는 글로비스 설립 이후로 자동차 부품 운송, 장비 임대, 철강 운송 등 물류업무를 모두 글로비스에 몰아줬다.
지난 2002년 설립한 건설회사 엠코 역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계열사의 공사를 집중 수주해 성장했다. 정 부회장의 지분율을 25.66%까지 키웠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높은 지분율을 보유한 글로비스와 엠코를 지배권 승계의 교두보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글로비스의 경우 정 부회장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글로비스 비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당시 기아차사장)의 경영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비자금을 만들고 해외에서 세탁하여 국내에 들어온 뒤, 펀드 등을 이용해 수백억 원에 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글로비스 등을 통해 수백억 원에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조세피난처가 있는 동남아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만들어 세탁했다. 이 자금을 다시 국내에 들여와 현대차와 연관이 있던 투자회사 등을 통해 자금을 운영해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종자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와 현대위아의 상장 등도 정 부회장에 대한 일련의 경영권 승계 과정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제일모직에 130억 배상판결
삼성그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법원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게 한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에 대해 13,049,785,316원, 제진훈 전 대표이사에 대해 위 금액 중 2,609,957,063원을 연대하여 제일모직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청구금액 137억여 원의 대부분을 인용한 것으로서 사실상 전부 승소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 역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번 소송은 1996년 10월께 에버랜드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당시 에버랜드 주주였던 제일모직 등 계열사는 배정된 전환사채를 고의로 실권했다. 실권 전환사채를 이재용 사장을 비롯해 이부진, 이서현, 이윤형(사망) 등이 인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이 이재용 씨 등에게 조세를 회피하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이전할 목적으로, 주당 7,700원의 저가 주주배정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에버랜드 주주사들인 삼성그룹 계열사들로 하여금 전환사채를 고의로 실권하도록 한 다음 이를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인수하도록 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제일모직은 에버랜드 지분 14.14%를 보유한 2대주주였으나 저가로 발행된 전환사채를 실권할 경우 회사가 손실을 본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전략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실권을 했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제일모직 주주 3명을 원고로 하여, 2006년 4월 2일 이건희 회장 등 당시 제일모직 전?현직 이사와 감사를 상대로 배상 청구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은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이 회장이 그룹 비서실을 통해 제일모직이 전환사채 인수를 못하도록 했다"며, "이는 증여세를 회피하면서 경영권을 이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현대와 삼성의 범범 행위는 상속세 때문>
현대와 삼성 등 대기업의 범법 행위가 65%에 이르는 과도한 상속세 때문이다.
재계는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도 경영권 승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높은 상속세율과 편법상속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 교수는 “상속세 폐지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얻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좀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정부와 국민이 대기업의 대주주에 대한 높은 상속세율을 완화해 주는 것을 동의해야 한다. 이는 재벌들이 법을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를 보여줄 때에 상속세 인하 혹은 2세 경영권 승계에 대한 사회적 정서적 거부감을 줄어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재벌들은 문제가 된 뒤 수천억 원을 사회에 공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회공헌 약속으로 낸 기금을 자신들이 만든 재단에 기부하여 상속세 회피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사회 환원에 대한 국민의 정서적 거부감만 높다.
조명현 교수는 “세계적인 대기업인 에릭슨·ABB·사브 등에 직·간접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과 재단설립 등을 통하여 소유권을 사회에 돌려주고 경영권 대물림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은 한국 재벌가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상속세율을 낮추는 경우에도 소유권 상속과 경영권 상속의 문제를 따로 놓고 보아야 할 것”이라며 “경영권은 기업소유권과는 맞물려 있지만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경영권을 가진 '리더'가 누구인가에 따라 조직의 성과가 얼마나 달라지는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다. 진정으로 기업과 자식을 위하는 기업주는 경영권을 물려주기 전에 2세의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2세가 역량이 있을 경우에만 경영권 승계를 고려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능력 없는 2세로의 경영권 대물림은 모두를 힘들게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재벌그룹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과도한 상속세 문제에 있다는 것을 사회와 기업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과 사회가 윈-윈이 될 수 있는 해결책 마련이 절대적이라는 게 사회 전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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