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민자 기숙사 기업·대학·학생 모두 실망
대학 민자 기숙사 기업·대학·학생 모두 실망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1.02.28
  • 호수 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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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외면하고 학생은 갈 데 없어

기업 참여 초기 기대에 못 미쳐
학생 부담 늘어 취지 퇴색돼
금융사들 기숙사펀드도 부진

대학 기숙사에 민간 자본이 투입된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았다.

지난 2005년 도입된 BTL(임대형민자사업) 사업은 햇수로 7년 째를 맞는데도 활성화된 것이 거의 없다.

정부가 일반 기업의 참여를 위해 다양한 지원과 정책을 내놓았지만, 기업들은 수익성에 대해 확신이 없어 투자를 주저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비용 부담만 커져 양쪽 다 얻은 게 없는 모양새다. 사업 초기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부동산 펀드’도 그다지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현재 대학 민자 기숙사의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산업개발, SK, 삼환기업, 에듀21 등이며, 산은자산운용,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운용사들은 펀드 투자의 형태로 참여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5년 이 사업의 도입 당시 85개 사립대가 기숙사를 확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1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유치가 활발하지 못했다. 교과부는 또 일정한 수익률이 보장되면 시중 금융사들도 연간 3~5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역시 활성화되지 못했다.


국가가 교육 시설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 것은 질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대학 입장에서는 재정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민간 자본 유치가 필요하다.

민간 자본은 기숙사를 학교에 기부 채납하는 대신 10~20년 간 운영을 보장받는다. 작년 780억원을 들여 지은 서울대 민자기숙사는 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이 20년 간 운영을 전담하기로 했고, 서강대와 건국대는 산은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로 건설했다.

이 밖에 연세대, 성균관대, 숭실대, 건국대, 서강대 등 여러 곳이 민자형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SK가 운영하고 있는 연세대 기숙사는 식당, 편의점, 휴게실, 세탁실, 장애인실 등 최신식 시설을 갖췄는데, 대우건설 등 기업컨소시엄이 건립 비용을 부담했고, SK가 기부금 형태로 일부 금액을 냈다.

총 사업비가 1797억원에 이르는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는 서희건설과 포스코건설의 컨소시엄이 작년 9월 확정됐다. 대우건설과 두산건설이 경희대 서울캠퍼스 BTL 사업의 사업자로 검토되기도 했었지만, 공사비가 낮게 고시되면서 제안서 제출을 포기한 바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 위스콘신 대학은 지난 2007년 2800만달러를 들여 최신식 호텔 형태로 기숙사가 지어졌고, 매사추세츠 대학도 1억8200만달러를 투자해 민자 기숙사를 건설했다. 이는 대학 주변의 높은 부동산 임대료를 고려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국은 기숙사가 인근 임대주택보다 비싸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돈이 없으면 기숙사도 못 들어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작년 서울의 한 사립대는 비싼 기숙사비 때문에 학생을 다 모으지도 못했다.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까지 입주 범위를 확대해서야 겨우 입주자를 채웠다.

기업들 주저하는 이유 왜

현재 사립대가 민자를 유치해 기숙사를 건립할 경우 학교용 부동산으로 인정돼 취득세, 등록세 등 6종의 지방세가 면세된다. 이와 함께 기업이 사립대에 시설비, 교육비, 연구비, 장학금으로 지출하는 기부금에 대해 국ㆍ공립학교와 동일하게 당해 사업연도 소득금액의 75% 범위 안에서 전액이 손금으로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참여 열기는 낮은 공사비 제시와 부가가치세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신용보증을 지원하고, 보증수수료율을 낮추면서 중소기업의 참여도 유도했지만, 기업들의 외면을 받았다. 또 천재지변에 의해 부득이하게 사업비가 증가할 경우 증가된 사업비의 80%를 보장해주는 방안도 추진한 바 있다.

서울대 기숙사의 시공업체를 맡았던 현대산업개발 한 관계자는 “기업과 대학이 서로 윈-윈하면서 학생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게 본래의 취지였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학생들 불만 가장 커

사립대의 기숙사 비용이 해마다 올라가는 것은 기업이 수익성을 따지기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도 재정 부족을 이유로 들어 민간 자본 유치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과 대학 사이에서 학생들만 부담이 커지고, 교육의 장이 돼야 할 대학의 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난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기숙사 비용은 과거보다 최대 3배까지 올랐다. 이전에는 기숙사가 상대적으로 비용을 적게 들여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됐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기숙사가 학생을 위한 복지·편의 시설에서 기업과 대학의 투자처가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는 사회적 우려도 커졌다.

현재 성균관대의 경우 24.4%의 높은 기숙사 수용률을 보이고 있지만, 민자로 운영돼 1인실은 한 학기 당 평균 278만원, 2인실은 평균 193만원의 비용을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연세대의 SK기숙사도 한 학기에 1인실 240여만원, 2인실 158만원을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고려대는 기숙사 관리비 39만5000원과 식비를 합하면 월 50여만원이 든다. 3인 1실에 월 18만원이었던 기존 기숙사에 비해 월 20만원 이상을 더 지급해야 하는 셈.

고려대에 재학 중인 최씨는 “새로 지은 기숙사가 너무 비싸서 아예 신청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온라인 학생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많다”고 전했다.

숭실대 민자 기숙사는 학기 당 사용료가 150만원을 웃돈다. 45만원이었던 이전 기숙사에 비해 3배 이상 뛰었다.

숭실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허씨는 “집이 인천인데, 4학년이라 어쩔 수 없이 기숙사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한 학기 동안 드는 비용이 총 180만원인데, 집에서 돈을 내주니까 부모님께 죄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민자 기숙사에 대해서는 “좋은 시설보다 편의성이나 가격 면에서 학생에게 이득이 되는 쪽이 더 낫다”는 생각을 밝혔다.

단국대를 작년에 졸업한 소씨는 “입학 당시 기숙사가 싸서 들어갔는데, 재학 중 민자로 바뀌었다”면서 “한 학기를 지내봤지만, 너무 비싸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어 나와버렸다”고 전했다.

건설 비용 문제로 점점 확산

대학들이 민간 사업자를 찾는 것은 등록금 의존율이 90% 이상인 상황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기숙사 건설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의 논문에 따르면 “BTL 사업이 학교 입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교육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측면이 있지만, 도입과 운영 기간이 매우 짧고, 사업자와 학교 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펑가했다.

특히 주무관청과 직접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특수목적법인(SPC)이 건설사, 운영사, 재무적 투자자로 다원화돼 있어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기 어렵고, 결국은 책임 공방으로 번져 하자 처리 지연이 반복되거나 무시되기 일쑤다.

사업자들이 수익성만 따지다보니 특정 프로젝트에만 금융사와 건설사들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민자 기숙사 펀드도 부진

대학의 민자 기숙사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운영됐다.

기숙사의 운용 수익을 배당받는 형식이었지만, 크게 선전하진 못했다.

기업들은 기숙사를 컨벤션센터, 기업 연수 공간, 교환학생의 거주 공간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산은자산운용이 운용하는 100억원 규모의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2’는 23일 종가기준으로 3개월 수익률이 2.04%를 기록했다. 부동산대출채권 펀드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률이었다.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1-1’은 같은 기간 1.9%, 동양자산운용의 ‘동양강남대기숙사특별자산1’은 1.86%를 기록했다.

‘산은건대사랑특별자산1-2’는 1.79%를 기록했다.

400억 원 규모의 ‘산은서강사랑사모’, 1439억원 규모의 ‘미래에셋맵스 학교 BTL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도 운영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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