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파행 인사 ‘논란’
금융지주 회장 파행 인사 ‘논란’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1.02.14
  • 호수 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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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김승유·우리 이팔성 ‘연임’
조직의 갈등 봉합할 필요

올해 임기를 마치게 되는 금융지주사들의 회장 인사가 본격 시작됐다. 오는 6월 임기가 만료되는 민유성 산업은행장을 제외하고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회장 선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그런데 어느 한 곳도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연간 순이익 수조원이 넘는 금융투자사의 회장은 도덕성, 투명성을 갖춘 인사가 선임돼야 하는데도 마치 초등학교 반장선거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의 연임이나 현 정부와 직간접 관련 인사들의 나눠 먹기로 전락하고 있다 지적도 받고 있다.


작년 9월 경영진의 차명계좌 문제로 신한 사태가 벌어진 지 5개월여 만에 신한지주는 회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렇지만 선출 과정에서 있었던 대리인 출마와 사외이사들의 편을 나누는 태도, BNP파리바의 투표권 행사 등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회장 선출이 이전투구식 싸움으로 치닫으면서 이를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는 최근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금융권의 권력을 잡기 위한 진흙탕 싸움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번 일은 또 우리나라의 금융지주사가 감추고 있는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당국은 여전히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회장 인선 과정의 잡음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업계에선 정부의 간섭이 지나치다는 불만도 있지만, 소비자와 시민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방관은 정부 의도대로 회장을 선출하려는 게 아닌가 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라응찬·신상훈 여전한 힘 과시

신한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 4명을 압축한 데 이어 오는 14일 한 명의 후보를 정할 예정이다. 8일 열린 제 7차 특별위원회에서는 1인당 후보 4명 씩을 추천, 득표 순으로 후보 4명을 선정했다.

후보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과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 최영휘 전 신한금융 사장,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였다.

최종 결정은 이사진의 손에 달렸지만, 이사진이 자신을 뽑아준 경영진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무리 공정 경선이라고 해도 시민의 감시 노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셈이다.

류시열 현 회장은 후보에 올랐으나 투표권에 있어 불공정 논란이 일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또 라응찬 전 회장의 계산된 전략이란 얘기마저 나돌게 하고 있다. 라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 등 소위 신한금융의 ‘빅3’로 불렸던 핵심 경영진 3명은 현재 모두 물러난 상태지만, 선출 과정이 이전 권력자들의 손에서 놀아나는 형세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차명계좌 문제로 불명예스럽게 도중 하차한 라 전 회장은 자신과 가장 친분있는 류 회장을 직무대행에 앉혔고, 차기 회장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지지했다. 신 전 사장은 또 한 의장을 지지했다.

▲이 회장 연임에 긍정적 평가

오는 3월 새 주인을 맞는 우리금융지주는 과거 정부(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로 있어 경영진의 잦은 교체가 행해져 왔다.

우리금융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이달 내 후보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 내정자를 결정할 계획인데, 이팔성 회장이 연임할 경우 2001년 설립 이후 첫 연임 기록을 세우게 된다. 회추위는 선정된 단독 후보를 다음달 4일 열리는 이사회 승인을 거쳐 3월 25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그 동안 경영진의 임기가 짧아서 ‘단기 성과주의’에 빠져있고, 경영 전략의 일관성도 무너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로운 CEO가 부임할 때마다 경영 방침이 바뀌면서 내부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연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그 동안 정부와 금융당국이 이 회장의 연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민영화 작업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이 회장의 연임이 우리금융에게는 좋을 것이란 평가다.

이 회장은 구체적인 민영화 방법을 내놓으며 연임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번에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이번에는 블록세일(대량매매)로 추진하거나 블록세일-국민주 연합방식 혹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며 민영화 방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했다.

이 회장은 또 최근 노사가 만난 자리에서도 일부 임원에게 “연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데다 재임 중 우리금융 민영화를 본격화하고, 경영 실적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9일 마감한 차기 회장 공모에는 이 현 회장과 김우석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 김은상 삼정KPMG 부회장 등 4명이 지원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은 또 회장 선임이 끝나는 대로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장 인선은 이종휘 현 행장의 연임여부가 관건인데, 이 행장이 단임으로 끝날 경우 이순우 수석부행장과 윤상구, 김정한 지주 전무 등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우리금융 계열인 경남ㆍ광주은행도 행장이 교체되는데, 경남은행은 현 박영빈 행장직무대행의 행장직 승계가 유력하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하나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김승유 현 회장의 연임을 최근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현행 3년으로 돼 있는 회장 임기를 첫 임기만 3년으로 하되 연임 시에는 1년 씩 연장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모범 규준’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회장 등 이사회 구성원의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규준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내달 선출할 신임 회장과 이사부터 적용되고, 올해 68세인 김 회장은 3연임을 하되 임기는 1년만 더 연장될 전망이다.

그런데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김 회장은 70세가 될 때까지 두 번 연임할 수 있으며, 그를 위한 ‘맞춤형 규정’이라는 의혹을 들게 했다. 또 1997년 하나은행장 취임 이후 15년 째 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이 차기 선임을 앞두고 후계 구도 문제를 주도한 것에 대해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영 승계 계획의 수립을 이사회의 주요 책무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하나금융이 자율적으로 이를 마련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하나금융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금융사의 회장 선임 과정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측근들에게 “회장직을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같은 규준 마련이 특정 인사를 견제하고, 자신의 연임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강 특보 고사는 잘한 선택

그 동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강 특보가 최근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는 그 동안 공식적으로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지만, 최측근들에게는 “애시당초 회장직에 관심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특보는 신한, 하나 등 민간금융이 아니더라도 우리금융처럼 정부 지분을 가진 곳은 지원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돌았다.
그러나 자신을 둘러싼 ‘관치 논란’을 의식해 아예 접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더 이상의 잡음을 없앤 셈이다.

그의 영향력과 인맥은 우리금융에 이득이 될 수 있으나 관료 출신 인사라서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에 우리금융이 좌지우지 될 소지도 존재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의 지지가 상당하다는 추측이 난무해왔다.

강 특보는 한편 산업은행의 회장직에도 거론됐다. 민 산업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6월이면 만료되는데다 산은지주 역시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산업은행 민영화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정부의 의중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관료 출신을 등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 회장 선임은 공모 만이 아닌 추천 방식으로도 진행되는만큼 강 특보가 3개 금융지주사 중 한 곳으로 갈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융산업이 날로 선진화되고 있는 지금의 시기에 이처럼 불투명한 경영은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은행의 건전성과는 거리가 먼 결정을 할 개연성이 있는데다 감독 당국을 무력화하고, 은행 내부의 견제를 마비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금융 질서를 바로 잡고, 선진 금융산업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오점을 남겨서는 안 된다”면서 선임의 투명성과 공정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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