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펀드 만기 연장 왜?
부동산 펀드 만기 연장 왜?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1.0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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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회수 지연… ‘원금 찾기 불투명’
운용사들 투자자에 위험성 미리 알려야
금감원 “부동산 펀드는 초고위험 상품”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원금 찾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경기도 평택시의 도시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피닉스자산운용의 공모형 부동산펀드는 최근 만기가 1년 더 연장됐다.

펀드 투자자들은 이전 두 차례의 연장으로 총 4년 7개월을 기다렸지만, 또 다시 이자는 물론 원금 찾기마저 불투명해진 것이다.

왜 운용사들은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숙지시키지 않았나라는 회의가 든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펀드는 초고위험 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이해와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전에도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클래스원특별자산펀드3호’와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의 ‘골든브릿지특별자산펀드8호’이 만기가 도래했다. 하지만, 자금 회수의 지연으로 연장한 바 있다.

펀드의 최종 수익률은 운용사의 능력을 보여주는 ‘얼굴’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회복을 한 상태로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그렇지만 운용사를 믿고 펀드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서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 펀드에 투자했던 한 고객은 “원금 회수도 불투명한데 또 연장해달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투자자를 울리는 부동산 펀드 대부분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형이다.

PF형 부동산 펀드는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해 분 양수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한 마디로 펀드에서 자금을 빌려준 뒤 대출 금리로 수익을 낸다.

그런데 이러한 PF형 부동산 펀드는 구조 상 부실 위험을 안고 있다. PF 부동산 펀드가 은행의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내려면 개발 사업자에게 은행 대출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요구해야 한다. 따라서 은행보다 고금리를 줘야 하는 운용사에게 돈을 꿔야하는 사업장은 애초부터 부실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 대출상품인 PF형 부동산 펀드는 고객 자산을 운용한다는 운용사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한 운용사의 대표는 “자산운용사들이 대출영업을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피닉스는 ‘PAM부동산펀드3호’의 만기를 1년 간 연장하기 위해 이달 연 수익자 총회에서 결국 정족 수 부족으로 안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피닉스운용이 ‘PAM부동산펀드3호’의 만기 연장 수익자총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펀드의 만기가 연장된 것은 지난 2009년과 작년에 이어 세 번 째인데, 한 펀드가 만기 연장과 관련한 수익자총회를 세 차례나 연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피닉스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었던 ‘PAM부동산투자신탁 3호’ 신탁계약의 만기 일자를 내년 2월 20일로 연장했다.

피닉스 관계자는 “월드건설과 연대보증 관계에 있기 때문에 채권 회수 시 선순위를 인정받게 된다”며 “이날 수익자 총회에서는 만기 연장 여부만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두 차례 연기… 투자자 울분

이 펀드는 지난 2006년 7월 1400억원 규모로 설정됐다. 설정 당시 2년 만기에 연 8% 이상 수익률을 목표로 했지만, 분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웠다.

평택시 도시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공모형 부동산 펀드로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동양종금증권, 한화증권, 교보증권 등에서 판매해왔다.

당초 이 펀드의 신탁 기간은 2년 7개월이었고, 만기는 2009년 2월이었다. 하지만 만기를 앞두고 시공사이자 연대보증을 선 월드건설이 어려워지면서 원리금 회수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월드건설 부실로 사업 차질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월드건설이 책임 준공을 맡았던 평택시 도시개발 사업은 그 동안 부동산 경기가 내내 좋지 않아 피해를 봤다.

당시 피닉스운용은 “평택시에서 환지계획인가(아파트 공사부지 구획정리) 승인이 떨어지면 담보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원금과 이자 수익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고, 조합 결성 지연으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한 고위 관계자는 “부지 매각 계획이 지연된 원인이었던 조합 결성이 끝나면 이달 중 평택시에 환지계획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며, 6월 중 승인이 날 경우 부지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아파트 공급 물량이 달리는데다 개발 사업 부지 인근인 고덕 지구에 삼성전자 공장이 들어오고, KTX 역사가 생기는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오히려 작년보다 조건이 유리해졌다”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되찾아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운용사들, 위험성 이해시키지 않아

자산운용사들의 부동산 펀드 환매 시점이 늦춰지면서 펀드에 묶여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돈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피닉스의 부동산 펀드에는 약 420억원이 넘는 개인 고객의 돈이 투자됐다.

작년 말 ‘골든브릿지특별자산8호’에 가입했던 투자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이 펀드는 의정부 워터파크 개발 사업에 투자해 연 8.2% 수익을 내는 상품이었는데, 지난 2005년 6월에 설정됐지만, 워터파크 개발이 지연되면서 2008년 말 만기를 2년 간 연장했다.

미분양 때문에 작년 6월엔 이자지급 마저도 끊겨 결국 수익자 총회를 열고 만기를 2년 간 재차 연장해달라고 투자자들에게 요청했다.

지난 2009년에는 산은자산운용의 ‘산은화성남양동우림필유특별자산 2’이 환매 시점을 연기했다. 이 펀드는 우림건설이 화성 남양동에 짓고 있던 아파트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당시 이 펀드는 시공사인 우림건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금융기관들이 중도금 대출을 미뤘고, 70억원 정도의 투자금을 개인 고객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채권 금융기관들은 원금상환 시점과 우림건설 워크아웃 실사 과정이 겹쳐 대출기관에서 실사가 끝날 때까지도 원금 상환을 미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투자 계획에 맞춰 만기 시점에 현금화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시점에 판매사나 운용사가 그런 위험을 충분히 알렸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인들이 환매 연기에 반대해 매수청구권을 사용하고 싶어도 펀드에 돈이 없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 경우 위험성이 상당히 높아 앞으로 운용사들이 펀드 위험도를 매길 때 초고위험상품으로 분류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들도 부동산 펀드의 위험성을 알고 앞으로는 신중한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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