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이부진 사장 경영리더십 '논란'
삼성가 이부진 사장 경영리더십 '논란'
  • 장희부 기자
  • 승인 2011.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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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명품에 감춰진 정권실세 로비 의혹

<사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이 ‘가문의 영광’을 위한 치열한 유통업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의 대표주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이다. 1차전(AK면세점 인수전)에서 신영자가, 2차전(인천공항 루이비통 입점)에선 이부진이, 현재 3차전(김포 면세점 입점)이 진행 중에 있다. 이부진 사장은 인천공항에 루이뷔통을 입점을 시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의 승리는 점치기 어렵다. 롯데면세점 측은‘호텔신라가 루이뷔통을 입점시키는 과정에서 공항공사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며 호텔신라와 공항공사 간 본 계약에 대한 계약체결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 1월 19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삼성이 정권 실세에게 로비를 해 인천공항공사 이채욱 사장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LA에서 발행하는 선데이저널은 ‘영포회’와 더불어 MB정권의 대표적 사조직인 ‘상촌회’(상주인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함께 삼성의 3세경영의 최일선에 선 이부진 사장에 행보에 재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호텔신라와 롯데면세점은 지난 2007년부터 루이뷔통 유치를 위해 전쟁을 벌여왔다. 당시 인천공항 2기 면세점 사업자 입찰에 참여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는“입점하게 되면 루이뷔통을 유치하겠다”는 제안을 동시에 했다. 이때부터 두 업체는 루이뷔통 측과 물밑 협상을 하는 등 유치 경쟁을 벌여왔다.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 나섰고, 롯데면세점 신영자 사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면서 ‘재벌가의 여인 전쟁’으로 불거지며 자존심 경쟁으로 확대됐다.


지난 4월 루이뷔통의 모회사인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하면서‘딸들의 전쟁’은 정점에 달했다. 당시 이부진 사장은 아르노 회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달려갈 정도로 큰 의욕을 나타냈다. 또 신영자 사장 역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과 면담한 아르노 회장을 소공동 롯데면세점으로 직접 안내하며 공을 들였다.
루이뷔통은 세계 어느 공항에도 매장을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공항 면세점 특성상 좁은 공간에 여러 제품을 배열할 경우 자칫 명품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방한 당시 인천공항의 깔끔한 이미지에 좋은 인상을 받은 데다 두 여사장의 환대에 공항 입점 불가 원칙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치열한 유치전에서 아르노 회장은 파트너로 이부진 사장을 선택했다.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이사장에게 루이뷔통이 가져다준 선물은 가히‘명품’이었다. 재계에서 주목받은 여성 CEO(최고경영자)로 급부상했다. 그룹 내에서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
그는 전무에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사장으로 승진하는 첫 번째 케이스가 됐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를 통틀어 최초의 여사장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루이뷔통 입점이 가져오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루이뷔통은 명품 브랜드 중‘부유층 집객효과’가 유독 크다고 한다. 인천공항 입점이 단순히 매장 한 개를 추가한다는 의미를 넘어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이징 공항으로 갈 환승객들의 발길까지 돌려세울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009년 인천공항에서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가 올린 매출은 각각 4,600억 원 안팎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호텔신라가 루이뷔통 면세점 유치는 1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또한 루이뷔통을 입점 시킨‘세계 최초’공항면세점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보너스로 얻게 됐다.

타 업체와 비교, 파격적 조건


문제는 호텔 신라와 인천공항 측이 루이뷔통을 유치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 다른 업체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것.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호텔신라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루이뷔통 매장 규모는 인천공항 면세점 내 가장 큰 규모인 약 180평으로, 이 가운데 기존 신라면세점의 공간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상당 부분은 고객편의 시설인 여객대합실(휴게) 공간으로 충당된다. 루이뷔통이 입점하기로 한 구역은 인천공항 27~28번 게이트 사이에 있는 공간으로 공항에서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다.
현재 공항 이용객들을 위한 의자나 서점 등이 있는 곳으로 루이뷔통이 입점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편의 시설들을 모두 철거해야 한다. 공항 내에 입점한 다른 면세점의 경우 계약기간 5년에 2년을 더 연장할 수 있다. 업종에 따라 30~35% 정도의 영업요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으로 루이뷔통을 유치한 사실이 드러나자 롯데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일 롯데면세점은“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호텔신라의 루이뷔통 매장 유치 계약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계약체결금지가처분 신청을 19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 측은 가처분 신청 이유에 대해“인천공항공사가 면세점을 신규로 개발하거나 허용하지 아니 할 의무 및 특정 면세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다른 면세사업자의 불이익을 초래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 계약체결의 전제 사실을 자의적으로 변경하지 않을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롯데면세점은“루이뷔통에 대해 10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할 경우 현재의 제2기 면세점 사업계약기간을 넘어 2013년 개시되는 제3기 사업계약기간에 대해서까지 루이뷔통의 입점이 보장돼, 제3기 면세점 사업계약을 위한 입찰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천공항공사(대표 이채욱)는“신라면세점이 루이비통에 제공하기로 한 공간은 이미 카페와 서점이라는 상업시설이 들어선 곳이고 더욱이 신라면세점이 입찰을 통해 얻은 자리로 제재할 이유가 없다”고 신라 측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삼성 뒤에 보이지 큰 손 힘 작용


<선데이저널>은 최근호 기사를 통해 호텔신라의 입점에 보이지 않은 힘이 작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영일’ 출신들의 모임인 ‘영포회’와 더불어 정권 최대 사조직인 상주지역 출신모임인 ‘상촌회’인사가 개입했다고 했다.
‘상촌회’는‘상주 촌놈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정권 유력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되어 있다. MB정권 후반기에 접어들어서도 ‘상주 인맥’의 위용은 여전하다는 평가이다. 대표적 인사로는 류우익 주중대사가 꼽힌다.초대 대통령실장을 지낸 류우익 대사는 이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여전히 MB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환균 대구고검장 역시 상주 출신이다. 노 고검장은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유력한 인물이다. 경찰에서는 지난해 9월에 승진한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상주 출신이다. 서울청장은 경찰 내에서 최고의 요직으로 꼽힌다.
국방·안보 분야에도 ‘상주 인맥’이 요직에 포진해 있다. 이희원 대통령 안보특별보좌관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천안함 사태 이후 안보특보를 맡은 그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보좌진 중 한 명이다. 같은 시기 신설된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을 맡은 이상우 국방선진화위원회 위원장도 상주에서 태어났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 역시 상주 출신이다.
<선데이저널>은 MB정부 각 분야에서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상촌회가 삼성의 로비를 받아 이채욱 공항공사 사장으로 하여금 삼성의 루이뷔통 유치를 도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 특혜설에 핵심에 선 인물은 이채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이다. 이 사장은 1972년 삼성물산 에 입사해 삼성GE의료기기 대표를 끝으로 1996년 그만둘 때까지 24년을 삼성그룹에 몸 담았던 대표적인 삼성맨이다. 그가 삼성 출신이기 때문에 친정에 과도한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롯데의 소송 통해 특혜 의혹 밝혀질까?


삼성의 특혜의혹은 확인되지 않고 꼬리를 물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설립이후 최대의 특혜가 삼성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가 인천공항공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만큼 사실 여부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소송의 결과가 승소할 경우 이부진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더불어 차세대 삼성을 이끌 CEO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반대로 패소로 결정이 날 경우 승승장구해 온 이부진 사장의 경영리더십에 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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