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업무는 늦장 처리 잿밥은 빨리챙겨
금감원, 업무는 늦장 처리 잿밥은 빨리챙겨
  • 장영록 기자
  • 승인 2010.10.27
  • 호수 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금감원 낙하산
퇴직자 79명 중 74명 금융사 감사

금융감독원이 본연의 업무는 늦장 처리하면서 잿밥에는 재빠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실 이는 새로운 사실이 전혀 아니다. 갈수록 병폐가 심화되고 있어 새삼 논란이 일고 있다.
신한은행 사태가 이렇게까지 모두가 패자인 결과를 초래한 것도 금감원이 지난해 차명계좌를 알고도 1년 이상 덮어둔 탓이다. 3억원 이상의 차명계좌는 직무정지 이상의 엄한 처벌을받는 중대사안인데도 금감원은 정황을 파악하고도 그냥 넘어가 사태를 키웠다. 소방대원이 불을 낸 격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어느 정부조직보다 잿밥을 챙기는 낙하산 인사엔 비호처럼 날쌔다는 평을 듣는다.
금감원의 고위직 퇴직자들이 재직 당시 피감사기관이었던 금융사의 감사 자리를 싹쓸이하는 나쁜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올 8월까지 2급 이상 퇴직자 79명 전원이 금융사 고위직을 맡고 있다. 이 중 74명이 금융사 이사 2명, 사외이사 3명이고, 나머지 74명이 감사 자리에 앉아 있다.
대표이사와 감사 자리를 차지한 금감원 퇴직자들은 처음 나간 금융사에서 2~3년 근무하다 다시 다른 회사 감사 자리로 옮기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퇴직자들이 퇴직 직후 산하기관 감사 자리로 옮겨 앉는 것은 공직자 윤리법상 취업 제한 규정을 어기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를 피하기 위해 꾀를 냈다는 지적이다. 즉, 미리 퇴직자를 지방 출장소나 인력개발실로 발령 내 취업제한 규정을 빠져나간 뒤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수를 쓰고 있다.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금감원이 피감독 대상인 모든 금융사의 경영 상태를 손바닥 들어다보듯 꿰고 있는 것을 이용, 약점을 도구로 퇴직자 취업 거부를 못하게 한다는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금융사는 여론을 의식 감사 모집 때 공모 형식을 취하지만, 이는 순전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연봉 2억원 이상인 금융사 감사 자리는 언제까지 금감원 퇴직자들의 ‘바톤 터치’ 대상이 돼야하는냐는 비판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