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직원 대우 해 주세요”
“우리도 직원 대우 해 주세요”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0.10.27
  • 호수 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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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3000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호소

개인사업자로 분류, 4대보험도 안 돼
회사 측, “법적으로 아무 문제 없어”

“야쿠르트 아줌마 하루에 5km 걷는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월급은 평균 170만원”

이 달 중순 서울의 한 경기장에서는 전국야쿠르트대회가 열려 야쿠르트 아줌마 1만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야쿠르트의 조사에 의하면, 건강 검진 결과 이들은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 확률이 또래 여성들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한국의 ‘유산균 박물관’이라 불리는 한국야쿠르트는 연 매출 1조814억원(작년 기준)의 대기업으로 야쿠르트 아줌마는 단순한 판매원을 넘어 회사의 홍보 모델이자 고객과 소통의 경로다. 매일 아침 고객과의 만남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시키고, 매출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야쿠르트 아줌마들의 하루는 매우 고단하다.

그들은 사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수준의 급여를 받지 못하는데다 회사에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특히 기업에서 고용을 하고도 노동법의 어떠한 보호를 받지 못해 이들은 특수 형태 근로 종사자라고 불린다.

#1. 15년 경력의 야쿠르트 아줌마 ㄴ씨는 “야쿠르트 하나를 팔면 20원 정도가 남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월급 180만원을 받은 적이 딱 한 번 있었지만, 대부분 100만원을 조금 넘게 받았다.

또 최근 새로 출시된 건강보조식품을 판매 할당량으로 받기도 했는데,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결국 개인의 돈으로 충당해야 했다. ㄴ씨는 심지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지인에게 돈을 빌려 할당량을 채운 적도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상 이는 부당한 판매 강요 행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억울한 것은 회사의 정직원이 아닌데다 개인사업자에 속한다는 사실이었다. 개인사업자란 계약직, 파견직도 아니고, 단지 회사와 1:1 위탁 계약을 맺은 관계에 불과했다.

그래서 퇴직금과 보험 혜택은 물론, 노동조합도 만들 수가 없었다.

#2.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사는 36살 ㄱ씨는 지난 14일 퇴근 후 집에 귀가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로 산 TV를 비롯해 컴퓨터, 김치냉장고 등 집안 물건 곳곳에 압류 딱지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부인인 ㅇ씨는 지난 2000부터 최근까지 재능교육의 학습지 교사로 일하다가 회사 측의 부당한 대우를 받고, 노조에 가입했다. 그런데 본사 앞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회사의 ‘방해금지가처분’ 신청으로 무려 1000만원의 간접 강제금을 물게 됐고, 결국 체납을 하자 집안에 압류 딱지가 붙었다.

회사 측은 집회 혹은 1인 시위 등 노조 행위에 업무방해, 재물손괴를 이유로 들어 법원에 고발했고, 이에 간접 강제금을 부과했던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기업의 고민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커다란 고민이다.

그런데 개인사업자들은 비정규직은 물론 아웃소싱이나 파견직보다도 훨씬 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엄연히 회사에 출근해 관리자에게 업무 지시를 받으면서도 직원이 아닌 것처럼 취급받았다.

기업 입장에서 이 같은 방식이 이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일까.

회사 측 입장은 단호하다.

부당한 임금과 근무 여건에 항의하기 위해 1000일 넘게 노조가 농성 중인 재능교육은 노조가 합법성을 잃었다며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2003년 대법원은 재능교육 노조에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고,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불법 행위”라고 일축했다.

성과 계약은 근로자로 보지 않는 것이 법원의 판례라는 것이다.

재능교육 관계자는 “합법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투쟁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지만, 2007년 5월 회사 측의 일방적인 수수료 제도 변경으로 갑작스럽게 10~100만원의 급여가 삭감된 학습지 교사들은 억울하다.

10년, 20년을 일해도 급여 한 푼 오르지 않는 전형적인 사회적 약자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기업의 냉담한 반응 뿐이었으며, 자신이 일했던 회사를 상대로 이들이 승리할 수 있을지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우려가 크다.

작년 3월부터 올해까지 이 회사를 다닌 ㅅ씨는 1년 간 일을 했지만,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입사라기보다 계약이라고 말하는 게 맞다”며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퇴사 역시 계약 해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또 “회사에서 무리한 교재 판촉을 강요했고, 수수료 체계도 다단계와 비슷했다”며 “이러한 구조가 바뀌면 아이들의 교육에 더욱더 정성을 쏟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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