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유상증자 갑자기 성공한 까닭은
코스닥 상장사, 유상증자 갑자기 성공한 까닭은
  • 김노향 기자
  • 승인 2010.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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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금감원에 청탁 사실은 못 밝혀내
청와대 관계자와 금융감독원 간부에 로비를 했다는 유상증자 사건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지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의혹이 지우지 못하고 있다. 해당 행정관은 이명박 대통령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좌해 온 인물로 정부 초기부터 지금까지 내부 감찰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브로커 김씨와 그의 형은 코스닥 상장사 두 곳의 유상증자와 이 회사 회장의 횡령 혐의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6억9800만원을 받은 것으로 구속기소됐다. 그가 소유한 M사와 O사는 지난 2007년 10월부터 300억원대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금감원에 의해 반려됐다. 코스닥 상장사 M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그는 “순조롭게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금감원 간부에 청탁해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중간에 갑자기 진술을 바꿔 이들은 결국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며, 증권가에서는 의문의 사건으로 보고 있다. 서울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김씨 형제가 M사 회장에게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이 돈이 청와대나 금감원에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김씨와 그의 형이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 돈을 건넨 사실이 있는지 조사했으나 실제로 돈이 흘러간 정황을 찾지 못했다. 계좌 추적을 통해서도 수상한 자금 흐름을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밝혀낸 것은 김씨가 금감원 관계자와 친분은 있었다는 사실이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누구에게 돈을 줬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없다”고 말했다. 윤 차장검사는 “청와대 인사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이 아니라, 김씨가 청와대 누구를 안다고 말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M사 회장이 김씨에게 로비 자금을 줬지만,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계좌 추적에서 관련성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자들을 조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M사 회장의 변호인은 “김씨가 금감원과 청와대에 로비할 수 있다고 확실히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며 그런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건의 전말… 당초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씨는 지난달 M사의 회장에 접근, 금감원 간부에게 청탁해 유상증자를 돕겠다는 명목으로 6억원을 받아 챙겼다. 금감원의 해당 관계자는 대구지검 특수부로부터 3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나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또한 이들 업체의 유상증자가 성공하자 김씨 형제는 추가로 30억원 상당의 O사 약속어음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형제는 또 지난해 4월 M사 회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을 때 “검찰 간부들을 잘 알고 있다”고 속여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58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금감원 “유상증자는 청탁 불필요해” 지난 2008년에도 금감원 부원장이 유상증자 신고 수리와 관련해 10여억원의 청탁 의혹을 받았으나 검찰은 신고서 작성과 관련한 컨설팅 명목으로 보고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유상증자는 신규 주식을 발행, 주주나 일반인으로부터 자금을 납입 받아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자금을 마련하는 데 있어 가장 부담스럽지 않은 방법 중 하나인데, 대출이나 채권 발행처럼 부채의 압박 혹은 자금의 상환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기존 주식에 신규 발행한 주식 수가 합쳐져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부담이 생기게 된다. 금감원은 구속기소된 김씨가 돈을 줬다는 데 대해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유상증자 신고수리 절차와 조직의 특성상 인가나 허가가 필요 없는 신고 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굳이 청탁을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신고사항을 접수한 후 그 내용을 심사해 누락 사항이나 잘못 기재된 부분에 대해 정정을 요구할 수는 있기 때문에 로비가 개입될 여지는 있다. ▲석연찮은 수사 종결, 의혹 낳아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종결로 결국 마무리됐지만, 증권가에서는 두 가지 상황에 대한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우선 김씨가 M사 회장으로부터 로비 자금 명목의 돈을 받아냈지만, 실제로는 금감원 관계자에 청탁을 하지 않았을 경우다. 한 마디로 돈만 받고, M사 회장에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다. 또 한 가지는 김씨가 청와대 행정관과 금감원 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말문을 닫았을 가능성도 있다. 유상증자에 성공한 두 회사는 결국 상장 폐지됐지만, 검찰은 단순히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사건을 한정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 김씨가 청와대 행정관과의 연루 의혹을 일부 시인했다고 했으나 이후 그가 다시 입장을 바꿔 “금감원, 청와대 관계자와 친분은 있으나, 로비 자금을 건네진 않았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씨의 동생은 아예 묵비권을 행사했고, 청와대 행정관 역시 주변인들에게 “김씨는 10여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지만, 청탁을 주고받을 관계는 결코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수사를 더 이상 이끌어갈 단서가 없다”고 말했으나 수 차례 반려됐던 M사의 유상증자가 갑자기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혹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김씨의 변호인도 “청와대 인사에게 돈을 줬다는 김씨의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수사가 흐지부지 끝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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