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기현상--중형이 대형보다 비싸다
아파트 값 기현상--중형이 대형보다 비싸다
  • 김성훈 기자
  • 승인 201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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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뉴타운 41평형이 53평형보다 비싸
같은 단지 안에서 평수가 작은 아파트가 큰 아파트 값을 앞서는 가격역전 현상이 처음 나타났다. 서울시 은평뉴타운에서 41평형 아파트 값이 53평형을 추월한 것이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그간 집값 상승을 주도한 중대형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말 입주가 시작된 은평뉴타운 2지구의 101㎡(41평형)는 분양가에 1억5000만~2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6억3000만~7억원선에 거래된다. 반면 134㎡(53평형)는 웃돈은커녕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져 있다. 매매 시세는 6억5000만~7억8000만원대를 보이고 있지만 101㎡보다 값이 떨어진 매물이 흔하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53평형의 경우 지난해 최대 2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지만 올들어 최대 4000만~5000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바뀌면서 41평형보다 싼 곳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 중 같은 블록에 있는 41평과 53평형의 호가가 6억5000만원으로 같다”면서 “그러나 53평형 주인의 사정이 급해 1000만~2000만원 더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소 관계자는 “41평형은 프리미엄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53평형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매물이 많아 41평형보다 싼 53평형 매물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대형 평형은 입주율이 낮은데다 집값 하락 영향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형 평형의 경우 세금 및 관리비 부담이 큰 데다 미래 투자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형 평형의 가격 하락은 이미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28㎡의 매매가격이 3.3㎡당 3583만원으로 전용 85㎡의 3326만원을 250여만원 앞섰다. 전세시장에서도 이미 중소형 아파트가 중대형 평형보다 비싼 현상이 나타났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결과 서울시내 곳곳에서 소형(60㎡ 이하) 가격이 중형을 넘어서 대형까지 앞서고 있다. 서울 강북뿐 아니라 강남권에서도 3.3㎡당 전세가격은 중형이 대형보다 비싸다. 경매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수도권 지역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경매 낙찰률은 지난해 12월 41.86%를 기록했으나 지난달에는 30.24%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전용 85㎡ 이하의 중소형은 지난해 12월 42.10%에서 지난달 35.48%로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격)도 85㎡ 이하는 지난달 85.72%를 기록했지만 85㎡ 초과 물건은 76.72%이었다. 부동산써브 채훈식 팀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서 자금 부담이 덜한 중소형 아파트의 수요는 꾸준한 반면 부담이 큰 대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자나 매수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중대형 주택의 가격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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