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고 있는 은행 비난 고조
돈줄 막고 있는 은행 비난 고조
  • 장영록 기자
  • 승인 2008.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 자기 배 채우기 급급 도덕적 해이 심각
한은 돈 풀어도 대부분 다시 돌아와 시중 은행 기업대출 외면 문제 많다 ◆A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최 모 대표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자금난에 빠져 몇 달째 직원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자금난 해결을 위해 최 대표는 주거래 은행인 B은행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대출이 힘들다는 말뿐이다. 오히려 그동안 대출 받았던 자금에 대해 만기가 도래했으므로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됐기 때문에 일부 자금을 상환해야지만 대출 연장이 된다는 말만 들었다. 최 대표는 결국 5000만원짜리 적금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간신히 대출 연장을 할 수 있게 돼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 대표는 “정부가 시중은행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결국 금융위기의 주범인 은행들의 뱃속만 채우는 것이 아닌가”라며 “기업이 자금난에 빠지면 당연히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데 이것을 근거로 대출을 결정한다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몇 군데나 되겠는가”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은행들이 신용경색으로 대출을 꺼리면서 이 자금이 기업으로 가지 않고 다시 한은으로 역류하고 있어 시중은행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사상 최대 규모인 41조 원 규모의 단기 자금이 한은으로 되돌아와 한은은 되돌아오는 자금 중 시장안정을 위해 이 가운데 13조 원을 한은이 회수하고 나머지는 시중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들의 단기 여유자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기업의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 지연으로 돈을 빌려줄 만큼 안전한 기업을 가려내지 못한 은행들이 다시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 유동성 공급이 본격화한 11월 들어 한은으로 되돌아오는 은행권 자금이 증가하고 있어 기업대출을 위해 시중에 다시 되돌리고 있다”며 “은행이 장기로 기업 대출에 이용하라는 뜻으로 돈을 풍부하게 공급하는데 넘치는 돈이 되돌아오고 있는 점은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어 최근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조 원 규모의 ‘은행권 자본확충 펀드’를 추진한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은행들의 행태를 봐서는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업을 살리는데 쓰라고 한은은 돈을 풀고 있지만 연말 결산을 앞둔 시중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데만 안간힘을 쓰고 있어 오히려 여윳돈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의 압력으로 시중은행들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확대하려고 하고 있지만 우량 기업만 찾아 대출을 확대하려고 하지 정작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외면하고 있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내년 시행되는 바젤Ⅱ협약에 따라 BIS비율을 높여야하는 상황에서 위험가중 자산인 기업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며 “오히려 지점장 권한의 대출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해당 지역 기업의 대출은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동걸 금융연구원장은 “내년 실물경제 침체로 기업 도산이 늘어날 수 있다”며 “신·기보 기금을 10조원 늘려 신용보증 여력을 100조원 규모로 확대하되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보증비율은 90∼95%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을 살리기 위해 돈을 풀고 있지만 은행들의 보다 적극적인 자금운용이 없이는 오히려 은행들의 배만 채우는 전시행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은행에 대한 자금지원보다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정부가 직접 중앙은행을 통해 기업들의 대출을 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금융소외자를 돕기 위해 신용회복기금을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금융소외자의 채무 재조정과 환승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신용회복기금과 협약을 맺은 금융기관과 대부업체 등에서 1천만 원 이하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은 연체 이자는 탕감 받고 원금을 최장 8년간 나눠 갚을 수 있게 됐다. 또 고금리 대출을 받아 정상적으로 갚고 있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무자는 이자가 싼 은행 대출로도 갈아탈 수 있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