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1번지 농협 개혁 제대로 이뤄질까
비리 1번지 농협 개혁 제대로 이뤄질까
  • 신동민
  • 승인 200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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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자발적 구조조정 못한다”
농협이 내놓은 개혁안에 핵심 내용 빠졌다
농협의 NH투자증권(옛 세종증권)및 자회사 휴켐스 매각을 둘러싼 의혹에 휩싸이면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과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을 강도 높게 질책한데 이어 시민단체들도 진정한 농협 개혁을 부르짖고 있어 농협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의식한 농협중앙회는 지난주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고 구조조정 방침과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와 사업 대표이사 등 임원과 집행간부 24명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농협중앙회는 인적쇄신의 일환으로 이정복 전무, 김경진 경제대표, 남성우 축산대표, 김태영 신용대표, 서인석 조합감사위원장 등 임명직 임원 5명과 중앙회 집행간부 19명 전원이 사의를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원과 집행간부 24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고는 하나 농협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 등 구조 개혁안이 핵심적인 부분을 뺀 것이어서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재계의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이 농협 개혁을 외쳤지만 말만 무성하다 아무런 성과도 없이 흐지부지돼 지금에 이르게 됐다”며 “농협은 이미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에는 너무 비대해져 정권 차원에서 농협법 개정 등을 통한 외부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태다”고 말했다. 그동안 농협은 농민들의 피와 땀의 결과로 공룡 농협으로 성장했지만 지금은 농민을 외면하는 농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역농협 죽이기와 농협중앙회의 비대화, 자회사 설립으로 농협중앙회 인사 배치로 제 식구 밥그릇 챙기기, 승진지체와 만년 과장의 인사구조, 비자금사건 때마다 연루되는 농협 비리 등 많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전혀 개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협 개혁을 추진하려고 해도 농협은 ‘대통령이 힘이 센지, 농협이 힘이 센지 한번 해보자’라는 식으로 버티기를 해 개혁을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전국농업협동조합노동조합은 “대한민국 비리 1번지로 전락한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갖가지 의혹과 사건들이 난무했으나 축소 은폐하기에 여념이 없었다”며 “이번 비리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는 단지 개인의 비리사건으로 치부해버릴 문제가 아니며 ‘농협중앙회의 구조적 비리’인만큼 철저한 진실 규명과 각종 의혹 사건들에 대한 전면 확대 수사와 농협중앙회 비리수사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농협이 자구책으로 내놓은 구조개혁안도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이 정치나 한다”, “농협은 금융으로 몇 조원식 벌면서도 농민을 위하지는 않고 사고나 치고 있다”라는 강도 높은 질책이 따라 억지로 내놓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제 도입을 통한 지배구조 혁신, 농산물 산지점유율 60%, 소비지 점유율 15% 달성, 인적쇄신을 통한 구조조정 등 중장기적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했지만 농협중앙회 회장의 사업별 대표이사 추천권 독점 등 농협 개혁의 핵심인 지배구조 개선을 뺀 것이어서 알맹이 없는 개혁안이라는 평가다. 특히 구체적 개혁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 인력구조조정에 대해서는 당장 농협중앙회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세종증권 게이트로 농협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위해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지만 과연 진심으로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매번 그랬듯이 또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개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현 정부가 이번 기회에 역대 정권 누구도 개혁하지 못한 농협 개혁을 이뤄 농협을 농민에게 돌려 줄 수 있을 지에 대해 여론의 눈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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