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루머에 흔들리는 주식시장
악성루머에 흔들리는 주식시장
  • 김성훈기자
  • 승인 2008.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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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정보 퍼뜨린 뒤 치고 빠지는 ‘사이버 애널’
외국인까지 악성루머 세력에 합류···단기시세차익 노려
국내증시가 각종 악성루머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와 환율 급등 등 대내외적 악재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은 투자심리 불안으로 조금만 루머에도 시장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악성루머로 인한 피해가 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각종 악성루머를 집중 단속하고 있지만 루머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루머생산이 투기세력이나 사이버애널리스트들에게서 흘러 나왔지만 지금은 외국에서 루머가 생산되거나 외국 언론들의 오보로 루머가 확대되거나 재생산 되면서 이에 대한 단속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 국내 악성 루머 진원지로 증권가에서는 증권정보사이트나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이버 애널리스트나 논객들을 꼽고 있다. 일부 사이버 애널리스트나 논객들은 논리 비약적인 의견이나 근거 없는 미확인 루머를 퍼뜨려 투자자들을 유인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이들 사이버애널리스트들은 증권정보사이트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일정 회원수가 되면 따로 독립해 개인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회원들에게 투자정보를 주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실력이나 윤리의식 등이 전혀 검증되지 않는데다 비전문가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가입비로 4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을 받고 인테넷 방송이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종목에 대한 매도·매수 시점을 알려 단기 수익을 실현시켜주고 있다. 적게는 수십명의 회원에서 많게는 수천명의 회원을 거닐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추천한 종목이 안 오를 경우 회원 이탈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수익을 위해 악성루머를 퍼뜨려 치고 빠지는 수법을 사용해 단기 수익을 극대화 하고 있다. 특히 일부 사이버애널리스트들은 회원 중 친분이 쌓인 개인투자자를 모집해 일정 수익률을 약속하고 불법 사설펀드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C씨는 “단기간 수익을 내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루머를 퍼뜨려 투자자들이 몰리거나 이탈할 때 거꾸로 투자를 해 단기시세 차익을 내는 사이버 애널들이 많다”면서 “이들 중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해 악성루머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이버 애널들의 추천만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C씨는 “현재 증권정보사이트에 활동하는 사이버 애널 중 70~80%는 실력이 없는 비전문가들로 보면 된다”며 “다른 애널의 보고서나 분석을 짜깁기해 마치 자기가 분석한 것처럼 포장해 회원들에게 알리는 경우가 많고 수익률 공개도 조작된 것이 많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증권전문 인터넷사이트인 팍스넷에서 사이버애널리스트로 활동하는 J씨의 악성루머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가 발생해 결국 루머의 출처를 추적한 끝에 J씨를 찾아내 공개사과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사이버 애널들이 주로 이용하는 악성루머는 유동성위기나 재벌 관련 친인척이 있는 코스닥 상장사가 곧 큰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투자자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개인투자자 이모씨(38세, 회사원)는 VIP로 가입한 카페에서 S그룹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곧 큰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내용의 정보를 듣고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자금이 모자라 아파트 담보대출을 하려고 하는데 부인의 반대가 심해 투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확실한 정보로 믿기 때문에 부인 몰래 지인들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어 유명 사이버 애널들은 거의 절대적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예전에 사이버 애널로 유명세를 탔던 K씨는 실제로 주식투자로 이익을 냈기보다는 손실이 더 컸다. 그러나 K씨는 회원가입비와 주식관련 방송출연, 주식투자관련 서적을 출간해 큰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수익이 날 수 있는 확실한 종목이라면 굳이 사이버 애널들이 회원들에게 밝히겠느냐”면서 “그런 종목은 자신이 직접 투자를 하지 결코 회원들에게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이버 애널들은 하루에 몇 십 종목을 추천해놓고 그 중에서 상한가종목이 몇 종목이 나왔다고 떠들면서도 손실난 종목이나 (-)난 종목에 대해선 전혀 언급을 하지 않는다”며 “대부분 사이버 애널들이 추천하는 종목은 직접 검증이 안 된 종목이 대부분이므로 이에 대한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이들 사이버애널들 중 일부가 근거 없는 정보를 활용해 투자자를 유인하거나 악성루머를 퍼뜨려 주식불공정 거래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악성루머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운영해온 악성 루머 단속반을 확대해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업협회, 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합동단속반을 운영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유래가 없을 정도로 악성루머에 지배되는 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들까지 악성루머를 퍼뜨리는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어 자칫 루머에 따른 투자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루머에 의존하지 말고 기업의 펀더멘털을 보고 이성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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