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ELS…투자자는 울고, 기업 손실은 ‘눈덩이’
80% ELS…투자자는 울고, 기업 손실은 ‘눈덩이’
  • 김노향 기자
  • 승인 2008.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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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투자은행(IB) 리먼브라더스 파산이 파생상품 펀드 손실로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이와 관련된 소송이 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의 신용위기로 많은 외국계 투자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ELS(주가연계증권) 관련 잠재 위험도 높아졌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의 가격이나 가치의 움직임에 따라 값어치가 결정되도록 설계된 금융상품인데, 금융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ELS 시장은 지난해 26조원 규모로 커졌고, ELF(주가연계펀드) 설정액은 현재 20조원이 넘는다. 또한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판매한 ELS 물량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통화옵션 상품 KIKO(Knock-In Knock-Out) 손실을 둘러싸고, 판매사와 투자자 간에 책임 공방이 일기도 했다. 또한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가 만든 ELS 등 파생상품을 내다판 국내 증권사들도 수천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해외파생상품의 투자로 입은 손실액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118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에 투자한 손실 등으로 지금까지 투자액의 절반인 8000억원 가량을 손실 처리했다. 삼성생명 역시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드러난 손실 우려만 1000억원 정도라고 금융감독원이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은 발행사가 디폴트(지불 불이행)에 처하면 손실을 떠안는 노트(일종의 채권) 계약을 맺고 있어 외국계 증권사가 망하면 투자금을 고스란히 떼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와 대규모 ELS 거래를 한 외국계 증권사는 UBS가 가장 큰 규모며, 크레디트스위스, 메릴린치, 도이치은행, JP모간, 리먼브러더스, 소시에떼제네랄, 골드만삭스 순이다. ▲투자자vs금융사 책임 회피 공방 ELF는 현재 ―43.9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은행원이 상품 구조를 설명해줬지만 솔직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했다”며 “정기예금보다 금리도 높고 원금 손실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설명을 들었다고 말한다. 일부 파생상품 투자자는 금융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반면 상품을 판매한 은행,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가 문제라는 태도다. 파생상품 투자 실패 사례를 보면 투자자와 판매자 모두 복잡한 상품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파생상품은 미국발 금융위기를 불러온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국내에서도 파생상품은 일부 투자자의 피해를 넘어 국가 경제의 문제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업도 투자 실패로 파산 지경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한 분기도 손실을 내지 않고 연평균 40% 수익률을 올렸던 미국의 헤지펀드 LTCM은 위험한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파산한 사례다. 이런 사례에도 불구하고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증시 확장기를 맞아 파생상품의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상장기업 중 파생상품 손실을 낸 기업의 손실 합계액은 1조3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원재료 값 폭등과 시중금리 상승으로 인해 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고통이 더욱 크다.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 향상을 꾀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상당수 기업의 대규모 손실을 불러온 셈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자기자본의 5% 이상 손실을 냈다고 공시한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은 모두 31개 기업이며, 손실 합계액은 8363억원에 달한다. 코스닥시장은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자기자본의 10% 이상 손실을 냈다고 공시한 기업이 33개 기업, 손실액은 555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구나 일부 기업의 손실 규모는 자기자본을 넘어서거나 맞먹는 규모여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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