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기업의 좌석 싹쓸이 일반인 차단
협찬기업의 좌석 싹쓸이 일반인 차단
  • 김성훈 기자
  • 승인 2008.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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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의 무료 고객 초청은 공연계를 죽이는 일”
하나은행이 최근 벌인 ‘문화마케팅’을 두고 공연계에서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접대비가 세금 감면이 되는 점을 이용해 기업들이 ‘문화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최근 좋은 공연은 일부 기업들이 싹쓸 이 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예술공연 쪽에 문화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많은 고객을 초청할 수 있고 기업 홍보효과도 높기 때문이다. 특히 문화접대비는 세금혜택을 받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의 마케팅효과를 누릴 수 있어 점점 문화접대비가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번 하나은행 안네 소피 무터 내한공연에서 빚어졌던 논란으로 이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화접대비의 경우 정부가 예술공연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는 제도이지만 기업들의 무분별한 고객 사은행사로 문화는 공짜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한국문화의 근간을 흔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나은행 무엇이 문제였나 하나은행이 고객사은행사의 일환으로 안네 소피 무터의 공연을 예술의전당에서 지난 3일 열었지만 초청고객의 어처구니없는 에티켓과 공연관람 태도로 세계적 공연을 망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초청고객 중 일부는 악장간 박수뿐만 아니라 공연중에 떠들거나 심지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청중이 있어 공연 분위기를 망쳐 무터의 훌륭한 연주가 무색할 정도였다는 평가다. 특히 초청고객들은 무터의 앙코르(여름 3악장, 겨울 2악장)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좌석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 1층 VIP 좌석의 1/3가량이 비어 있어 세계적 연주자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하나은행이 무터 공연 티켓 중 1700여장(77%)을 무더기로 단체 구매해 일반 관객에게는 500여장(23%)만 구입할 수 있게 한 점도 음악회를 보고 싶은 하는 진짜 관객을 차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애초 이 공연은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으로 예술의전당에 대관 신청을 한 공연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한 기업의 욕심이 만든 행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하나은행측은 일반 관객 좌석 500석은 50% 할인된 가격에 일반에게 공개했고 좌석 판매 수익금 2000만원은 전액 자선기금에 기부해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 관람객 반응 베토벤이라는 필명을 쓰는 네티즌은 “하나은행측에서 주최하고 일반인에게는 1/4만 오픈해서 처음에는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며 “좀 더 오픈하지라는 생각과 함께 하나은행에게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녹기사라는 필명을 쓰는 네티즌은 “오래전부터 전 좌석이 매진 됐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빈자리들이 보였는데 특히 프라이빗 뱅커들을 대상으로 했을 VIP석은 다들 음악에 관심이 없었는지 10%는 빈자리였다”며 “세계 최고의 연주자의 공연인데 하나은행이 좀 신경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연 전문가 반응 기업 문화접대비에 대한 공연계에서는 각성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은 “일반관객을 몰아내는 협찬사의 티켓 싹쓸이 풍조는 제도의 취지를 이해 못한 기업들의 잘못된 행태”라고 꼬집었다. LG아트센터 이현정 공연기획팀장은 “문화 접대비가 오히려 일반 관객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만들어버리는 기형적인 풍토를 만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같은 현상은 수요 창출을 통한 문화예술 산업 지원이란 문화 접대비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르코예술극장 조형준 공연기획담당은 “극장이나 단체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그 공연을 기업이 독차지해버리면 도덕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지금의 기업 문화 마케팅은 일부 부유층을 대상으로 공짜 관람만을 늘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무료 티켓을 받아든 기업의 VIP고객이 관객 개발로 이어지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문경환 홍보팀장은 “이전에도 후원, 협찬을 하면 지원액의 일정부분을 티켓으로 가져가는 게 관행이었지만, 문화접대비 시행 이후 일부가 아닌 전체 지원 금액만큼의 티켓을 가져가 기업의 티켓 선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공연계에서는 기업문화접대비가 공연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지금 같은 기업의 문화마케팅은 오히려 공연업계를 죽이는 독이 될 수 있다며 기업들의 문화마케팅 인식변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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