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유가 행진 불구…경제 성장 지속
日, 고유가 행진 불구…경제 성장 지속
  • 김노향 기자
  • 승인 2008.0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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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사용량 축소ㆍ하이브리드카 등 절약 정신 투철
유가 급등으로 촉발된 ‘고유가의 공포’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면서 각국이 대책에 나서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한국처럼 원유를 100% 수입하지만 고유가에 가장 잘 적응하는 나라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이 에너지 효율 1등국으로 자리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은 정부나 기업, 개인 가릴 것 없이 전기 에너지 절약이 몸에 배여 있다. 지진을 대비하듯 위기를 대비하는 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일본은 대표적인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 1∼2차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에너지 저소비형이 되도록 지속 관리해 왔다. 일본의 전기요금은 우리나라보다 30∼40% 정도 비싸다. 이를 통해 개인과 기업의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5000여개 기업의 에너지 절약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 결과 에너지 원단위가 세계 최저 수준인 0.106(2003년 기준)에 불과하고, 효율성 면에서 우리나라의 3배다. 또한 실질 GDP 1000달러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량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본의 원유 수입은 오일쇼크 당시에 비해 20% 줄면서 경제규모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고유가, 하이브리드카 상용화에 청신호? 미국의 ‘신(新)풍경’ 중 하나는 하이브리드카의 인기 상승이다. “새 차량 구입 희망자들이 기름값 부담을 덜 수 있는 하이브리드 차종을 선호한다”는 것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보도였다. 특히 대표적 하이브리드카로 꼽히는 일본 도요타의 프리우스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두 가지 기능과 역할이 하나로 합쳐졌음을 뜻하는 하이브리드(hybrid)라는 말 그대로 하이브리드카는 두 가지 동력이 결합한 차량이다. 하이브리드카의 가장 큰 특징은 효율성이다. 출력 향상과 연료 소모를 줄임으로써 경제성과 환경 친화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카 개발이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서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이유는 ‘과도기적 시장’에 불과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 같은 시장 상황으로 인해 현재 하이브리드카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특히 도요타는 이미 21세기 차세대 자동차로 하이브리드카를 점찍고 일찌감치 개발에 착수했다. 1997년에는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양산형 모델인 ‘프리우스’를 출시했다. 변속기부터 엔진까지 동력전달계 전부가 하이브리드형인 프리우스는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3년 말에 동력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2004년형 모델을 출시했고, 매년 꾸준한 판매 증가를 기록해 현재 판매량이 100만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판매 실적은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에 ‘환경 친화’를 더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성공에 고무된 도요타는 현재 자사 모든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를 배치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성장세 둔화 속 신흥국 수출 기대 일본 경제는 올 하반기에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게 연구기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고유가와 엔화 강세가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ㆍ인도ㆍ러시아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성장의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지난달 ‘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낮춘 1.5%로 제시했다. 이는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부분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으로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희망이 있다면 신흥국에 대한 수출 증대다. 이는 일본 경제가 사상 최대 수출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을 유지한 배경 중 하나다. 고유가와 엔고로 채산성이 나빠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ㆍ러시아ㆍ인도 등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로 위축될 수 있는 일본의 수출을 신흥국들이 벌충해주고 있는 셈이다. 고바야시 다츠오 일본경제연구센터 주임연구원은 “신흥국들이 경제성장으로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을 늘리면서 일본이 수출 증가라는 혜택을 보고 있다”며 “당분간 내수 확대를 기대하기 힘든 일본으로서는 신흥국 수출이 유일한 경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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