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커 햄릿, 우울함을 벗어던지다!
록커 햄릿, 우울함을 벗어던지다!
  • 이서희 기자
  • 승인 2007.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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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과 뮤지컬의 조화로 관객 인기몰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외치는 햄릿은 없다. 대신 강한 록(ROCK)음악에 맞춰 노래를 하며 복수심에 몸을 맡긴 남자가 있을뿐이다. 과거 쫄바지를 입고 고뇌하던 햄릿은 가고 현재 가죽바지를 입은채 샤우팅으로서 슬픔을 표출하고 있는 햄릿만 남았다. 뮤지컬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세계적인 명작 ‘햄릿’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으로, 체코의 프라하에서 초연돼 2000년부터 2006년까지 10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최고의 흥행작이다. 지난 10월 12일부터 국내에서 시작한 이 공연은 아시아 최초로 공연되는 라이센스 초연작으로, 그 동안 공연되었던 햄릿과는 차별화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는 주인공 햄릿에 신성록, 김수용 그리고 성두섭이 캐스팅 되면서 세 가지 매력을 보여준다. 특히 23일 공연에서의 햄릿을 연기한 신성록은 기존 햄릿의 이미지를 재창조했다. 우울하고 어두웠던 과거와는 달리 가죽옷을 입고 섹시함을 풍기는 그는 슬픔을 간직한 2007년형 햄릿이었다. 또한 시종일관 어둡고 광기에 찬 표정에서 가끔 웃을때면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록음악에 맞춰 내지르는 그의 소리는 햄릿의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한편 극의 중반에서 햄릿이 폴로니우스(오필리어의 아버지)를 죽이고 주저앉아 비통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그의 몸을 들고 인형처럼 팔다리를 흔드는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미쳤어! 돌았어!’라는 록 음악이 흘러나오며 건들대는 그의 행동은 정말 미쳤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깊은 슬픔과 광기로 흘러 넘치는 그 장면에서 신성록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뮤지컬 햄릿은 조금은 부족한 듯한 2시간 동안 사랑과 배신 그리고 복수라는 주요 테마를 잘 버무려주었다. 오필리어와 햄릿의 사랑, 클라디우스(햄릿의 삼촌)과 거투르트(햄릿의 어머니)의 은밀한 욕망, 햄릿의 복수 그리고 레어티스(오필리어 오빠)와의 대결까지 중요 포인트는 지나치지 않고 꼭 찝어서 맛볼 수 있다. 특히 초반부에 햄릿과 오필리어의 사랑, 그리고 클라디우스와 거투르트의 밀애가 부각되면서 자칫 순정만화적 사랑의 테마로 빠질 뻔 했으나 극의 빠른 전개와 거투르트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인해 극복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주연 배우의 불안한 성량과 무대 장치였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무대장치로 인해 극의 생동감을 불어넣어 빠른 전개를 가능하게 했지만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신성록의 약간은 버거워 보이는 성량은 햄릿으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그러나 오필리아를 떼어내기 위해 “수녀원으로 가버려!”라고 외치는 모습, 그리고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그이기에 표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에 뮤지컬적 요소와 대중적 요소를 합쳐 재미를 배로 늘린 작품이다. 햄릿의 주 포인트인 음악은 발라드 재즈 그리고 록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대사의 양을 줄인 대신 20여곡의 노래로서 극을 이끌어 나가는데, 오필리어가 사랑을 외칠 때 발라드를 불러 애절함이 더해지고, 햄릿이 절규하며 록을 부를 때는 그의 분노가 피부에 스미는 느낌이다. 덧붙여 록 음악은 비극적 상황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심각한 상황으로 만들지 않고 희극적으로 풀어 보여주는 역할도 했다. 또한 이 음악들은 대중가요에 익숙한 일반인들의 귀에도 편하게 들려 뮤지컬 초보자나 학생들도 즐겁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비극적 웅장함 대신 강한 록 음악으로 표현한 뮤지컬 햄릿은 적절한 강약조절로 정극의 지루함 대신 대중적으로 다가간 뮤지컬로서 긴장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극의 마지막 ‘사는게 연극같다’라고 말하는 대사의 강렬함은, 그 유명한 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대사를 잊게 해 줄 정도로 슬프고 또 슬프게 만들었다. 이 뮤지컬은 11월 11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쓸쓸한 가을 활기차고 격정적인 폭풍에 휘말리는 햄릿을 보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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