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콜금리 꼭 인상해야 했을까
[정책]콜금리 꼭 인상해야 했을까
  • 박유영 기자
  • 승인 2007.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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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연5.0% 넘어서…부동산·주식 시장 타격 불가피
▲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인상을)‘전격’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6월부터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 보내왔기 때문에 충분히 예고된 인상이었다”고 말했다.
10일 주식시장은 ‘악몽의 금요일’이 시현됐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세 번째로 큰 폭락세를 보이며 전일대비 80.19P(4.19%↓)하락했고, 코스닥도 24.28P(2.99%↓)가 떨어지며 최근 이주동안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당일 하루에만 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약 43조에 달했다. 여기에는 글로벌 증시를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의 영향도 크지만, 전일 단행한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연 5%)도 한몫했다. ▲한은, 경기성장에 대한 자신감? 한국은행은 이번 금리인상 배경으로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민간부문에서 지나친 신용창출이 과잉 유동성 확대로 이어진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7월 연4.75%로 전달대비 0.25%P 콜금리를 인상했지만, 개인들의 주식·채권의 자산평가지수(118.3)와 금융저축 자산평가지수(103.7)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증권시장에 대한 개인들의 선호가 계속됐다. 중앙은행으로서는 유동성 급증을 조절하고, 증시를 비롯한 경기의 뜨거운 열을 식혀줄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6%를 상회한 가계 소득 증가율이 올해 2분기에는 3.6%로 떨여졌다”며, “소비 증가세도 둔화됐으며, 7월 고용지표도 괄목할만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민간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계속하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개선된 만큼 실제 소비 증가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한은은 국내 증시에 대한 미국발(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대한 파장도 작을 것으로 예측하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국내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지만, 국내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전세계 규모로 번지며 국내 시장에도 언제 심각한 타격이 가해질지 모르는 신용경색의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 금융시장의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다른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긴급자금까지 풀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편, FRB에 따르면 10조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전체 모기지시장 중 서브프라임은 15% 내외인 1조5000억~2조 달러 정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기적 시장위축 불가피 지난 2001년 7월(5.22%)이후 6년 1개월만에 5%대로 진입한 최고치 금리로 부동산 시장은 물론 주식시장의 단기적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 조성준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이 유발하는 악재로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줄어들어 환율하락 압력으로 작용 △콜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도 각종 대출금리 인상 △CD금리의 빠른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자와 신용대출자들의 이자 부담 가중 등을 꼽았다. 우리투자증권 김승현 애널리스트는 “올해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진행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7월과 달리 이번에는 예측하지 못했고 두달 연속 인상함에 따라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고 평가하며, “특히 부채부담이 높은 가계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 추가적인 이자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소득증대가 이뤄지기 전에 금리상승이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미국 유럽 중국 대만 등 주요국가에 퍼진 신용경색은 우리나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하며, “9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은 다소 성급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9일(현지시간)에는 공교롭게도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가 16억유로(약 22억 달러) 규모의 3개 자산유동화증권 펀드의 환매 중지를 선언하며 신용시장 경색에 대한 적신호가 다시 한번 강하게 인지됐다. ‘BNP파리바 쇼크’라고까지 표현되는 이번 사태 때문에 한은은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라며 콜금리 인상을 단행한지 하루만인 10일 “이번 BNP파리바 사태로 시중 유동성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RP(환매조건부 채권)를 매입하는 형태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콜금리 인상은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미시적인 대책 단행과 세계 경제흐름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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