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경극과 만나다
‘고도를 기다리며’, 경극과 만나다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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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의 형식미와 서구 고전의 텍스트의 만남 ‘매력적’
영화와 연극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전천후 연기를 펼치고 있는 대만의 국민배우, 우싱꾸오(吳興國). 그가 다시 한국을 찾는다. 2003년에도 내한한 바 있는 그는 당시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1인극으로 멋들어지게 소화해 100석이 넘는 극장을 신선한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번에 그가 공연할 작품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다.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적 사건 없이 주인공들의 무의미한 말과 행동만으로 현대 문명을 비판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서 그는 블라디미르 역을 맡았다. 이번 내한하는 ‘고도를 기다리며’는 2005년 10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초연된 이후 한국 공연이 첫 해외 나들이다. 이번 무대는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무의미한 대화가 경극 특유의 색채로 그려지는 게 특징이다. 극 중반, 경극 분장을 한 포조가 등장하며 대화가 무르익을 때쯤엔 쿵후를 연상시키는 몸짓이 이어진다. 우싱꾸어의 작품이 의미가 있는 건 셰익스피어와 사무엘 베케트 등 서구 고전의 텍스트를 경극이라는 동양적 연기술로 담아낸다는 거다. 특히 극 중반 노예 럭키를 줄로 끌고 거들먹거리며 등장하는 포조에게서 두드러진 경극 분장과 쿵후를 연상시키는 몸짓, 경극 특유의 손짓과 눈짓 등 경극적 색채를 물씬 풍긴다. 이번 작품에서 우싱꾸오는 더 이상 배우로 머무르지 않는다. 이 작품을 무대화하기까지 그는 8년이라는 긴 기다림의 시간을 예술감독, 연출, 각색, 작곡 그리고 주인공 블라디미르 역까지 1인5역을 담당한다. 또한 공연 도중, 모든 형태의 음악을 금지한다는 원작자 사무엘 베케트 측의 방침에 따라 음악이나 노래를 노골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중국 전통 시가, 구음과 같은 경극의 기본 곡조를 사용해 감정의 기복을 표현하거나 주문 혹은 타악 리듬을 적절히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한계를 극복했다. 제작은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의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린 쉬우 웨이가 맡았으며, 버드나무를 뒤집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나무 그늘이 가득한 무대는 린 케-후아가 맡아 환상과 현실이라는 이중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출연진이 5명뿐인 이 작품을 소극장이 아닌 1500석의 대극장 무대로 옮긴 것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만나기 힘든 새로운 관극 체험이 될 것이다. 29일에서 7월 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문의:02-228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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