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도박상품권’으로 총수일가 배불려
태광그룹 ‘도박상품권’으로 총수일가 배불려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7.0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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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회장
한국도서보급, 도서상품권으로 수백억원대 수익 지난해 ‘바다이야기’ ‘황금성’등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물의를 빚었던 사행성 게임장들이 검찰수사의 여파로 대부분 문을 닫은 가운데 태광그룹 계열사인 상품권 발행업체인 한국도서보급(대표이사 김남태)은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올린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서보급은 ‘대박’ 환상에 들 뜬 서민들의 틈을 파고들어 사행성 게임장에 경품용 상품권을 유통했고, 그 결과 수익개선과 함께 수백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 ‘대박’ 한국도서보급은 지난 1991년 국민 독서문화의 보급을 목적으로 도서상품권 발행을 시작했다. 이후 회사 창립 10년 만인 2001년 도서상품권의 발매량은 1억매를 돌파했고, 2005년 9월에는 2억매 발매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10개월 뒤인 지난해 7월에는 무려 8억매나 급증한 10억매의 상품권 발매고를 기록한 것이다. 이처럼 급격한 한국도서보급의 매출신장은 지난해 전국을 휩쓸었던 사행성 게임장에서 현금 대용으로 상품권이 사용되며 상품권 유통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등 수많은 사행성 게임장들은 업소 측이 고객에게 현금을 직접 내줄 수 없다는 게임장 운영관련 법률 때문에 돈을 딴 고객에게 현금 대신 상품권을 지급했고, 고객들은 이를 다시 속칭 ‘깡’을 거치며 수수료를 뗀 후 현금으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도박광풍에 힘입어 경품용 상품권의 유통이 점차 늘어나자 상품권 발행업체 및 유통업체들은 앞 다퉈 상품권을 찍어내기 시작했고, 한국도서보급 역시 수조원 가량의 상품권을 발행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이다. 지난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도서보급의 작년 한해 영업이익은 약 522억원이었으며 순익은 180억원 가량이었다. 이는 2005년에 비해 무려 153%나 증가한 액수다. 한국도서보급은 2003년 13억원, 2004년 3억 4000만원의 적자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5년 8월1일 한국도서보급이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후부터는 순익이 급증하기 시작했고, 당시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회사는 그해 액면가 4조 5460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발행하며 71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이다.
▲‘도서’상품권이 아니라 ‘도박’상품권? 한국도서보급의 이런 수익은 태광그룹의 몸집을 불리는데 일조했다. 다른 계열사들에게 300억원대의 사업자금을 대출해주며 ‘돈줄’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특히 한국도서보급의 최대주주인 이호진 회장 부자(지분율: 이 회장 51%ㆍ아들 49%)는 이 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늘리는데 주력했다. 이 회장은 한국도서보급의 수입을 차입해 태광리얼코ㆍ태광시스템즈 등의 주식을 사들여 자신의 지분율을 높였고, 한국도서보급은 우리홈쇼핑ㆍ흥국증권ㆍ㈜티브로드폭스코리아 등의 주식에 454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29일 한국도서보급의 대표이사 김남태 사장을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국도서보급은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전국 사행성 게임장에 월 평균 6800만장씩 모두 653억원의 도서상품권을 경품용 상품권으로 제공한 혐의다. 한편 검찰수사 과정에서 김남태 사장은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국도서보급의 주식을 상품권 협찬 등 뒷거래를 통해 불법적으로 사들인 혐의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는 수익성 높은 한국도서보급에 대한 이 회장 부자의 지분율을 100%(2005년 11월 이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95%였음)로 만들어주려는 목적이었다. 도서상품권을 통해 건전한 선물문화를 선도하고 책의 보급에 이바지하겠다던 한국도서보급의 창립초기 기업목표는 결국 ‘도서’ 보급이 아닌 ‘도박’ 보급으로 얼룩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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