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민사책임 면제` 판결 논란
`주가조작 민사책임 면제` 판결 논란
  • 신동민 기자
  • 승인 2003.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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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조종 혐의가 인정돼 형사처벌을 받은 `작전세력`의 행위가 실제 주가에 미친 영향이 입증되지 않아 민사상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가조작의 손배액 산정방식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작전세력 처벌보다 손해배상이 더욱 중요한데 정작 소액 투자자들은 ▲수사기관 도움없이는 피해사실을 알기 어렵고 ▲피해를 알더라도 집단이 아니면 소송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며 ▲소송을 내도 배상액의 근거를 정확히 입증하기 어렵다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 주식투자에 대한 `개인책임`까지 감안하면 소액투자자들로선 웬만큼 크지 않은 피해액은 `떡 사먹은 셈 치고`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배상책임 면제 판결의 근거는 시세조작의 배상책임을 규정한 증권거래법 188조 5항은 배상액의 산정방식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회사의 영업실적과 재산상태, 시장의 수급상황과 금리 등 각종 경제지표는 물론, 시장안팎에서 떠도는 풍문에까지 영향받는 주식시장에서 손해배상액 산정방식을 입법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세종하이테크 민사판결을 맡은 재판부가 검토한 손배액 산정방식은 세가지다. 우선 `허위기재 등으로 인한 배상책임`을 규정한 증권거래법 15조를 원용해 매수가격과 변론종결시 주가의 차이, 또는 변론종결 전 처분했을 경우 처분가격과의 차이를 손해액으로 볼 수 있지만 처분시점의 주가는 `우연`에 따라 손해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적정한 방식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시세조종으로 고평가된 주가가 시세조종 중단후 주식시장의 `선순환`에 의해 정상주가로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해 `시세조종 중단직전 주가`와 `선순환 종료후 주가`의 차액을 손해액으로 산정하는 방식은 시세조종 기간에 매수와 매도가 모두 이뤄진 경우는 적용할 수 없어 배제됐다. 결국 재판부는 시세조종이 없었을 경우 매수가능한 가격(정상주가)를 추정한 뒤 시세조종이 개입돼 실제매수한 가격(실제주가)와의 차이를 손배액으로 보는 회귀분석 모형을 이용했다. 세종하이테크의 경우 시세조종 기간에 액면분할이 있었는데 1심 감정인은 액면분할이 주가상승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고 본 반면, 항소심 감정인은 액면분할 효과를 감안해 정상주가를 추정한 결과 시세조종 영향이 거의 없다는 분석을 내놨다. 주식을 쪼개는 액면분할에 따른 유동성 상승은 시장기대를 높여 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견해가 다수지만 주식평가(valuation)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제로(0)`이며 시장기대에 따른 상승효과를 계량화하는 방식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2심 감정인은 세종하이테크와 비슷한 시기에 액면분할한 다른 주식의 주가변동을 참고했지만 비교대상 주식도 코스닥 시장에서 `손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친 사실이 인정된 피고인들이 형사재판에서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데 이어 손배책임까지 사실상 면제돼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책이 미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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