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極端)이 없는 무극(無極)의 세계, 이것이 주식 고수의 경지
극단(極端)이 없는 무극(無極)의 세계, 이것이 주식 고수의 경지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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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에셋 이승조 대표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도권과 재야에서 이 사람처럼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이가 또 있을까? 다인에셋의 이승조 대표. 그는 증권계(系)에서는 ‘무극선생’이라는 필명으로 더 알아주는 인물이다. 이 필명은 음과 양이 공존하는 세상처럼 균형감각을 갖고 주식 시장 앞에 서고자 하는 뜻으로 ‘무극(無極)’으로 지었다고 한다. 마치 도인과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는 항상 주식시세표 앞에 도를 닦는 마음으로 선다는 뜻일까? “꼭 그런건 아니지만 이쪽 시장은 보통 뚝심과 투자철학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 전 진검승부에 임하는 검객과 같은 자세로 투자호흡을 조절하고 감각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죠. 그래서 스스로를 소개할 때 시장 전략가라기보다는 시장과 함께 싸우는 싸움꾼이라고 말하죠.” 그의 과거 행적도 이렇게 ‘재야권’에 가까웠을까? 대답은 ‘No’. 그는 85년부터 대우증권이라는 제도권에서 10년간 몸을 담군 적이 있는 ‘제도권 인사’였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에 첫 입사해 주식에 입맛을 다셨다는 이 대표. 그는 95년까지 마치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주가 그래프처럼 변동폭이 큰 삶을 살았다고 한다. “대우증권 근무시절, 당시 자사주를 포함한 급등한 증권주를 가지고 엄청난 수익을 올렸죠. 전 그게 제가 잘나서, 혹은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군요. 주가가 떨어지면서 빚도 많이 지고 사채도 끌어다 쓰면서 심지어 작전주라고 팀을 조직해 주가를 조작하고 싶어지더라구요. 죽을 생각도 여러번 했었습니다.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가 싶더니 그때 비로소 모든 욕심을 버리고 균형의 감각을 깨닫게 됐습니다. 절대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 유연한 사고와 균형감각으로 대응하는 자세, 이게 바로 주식시장을 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더라구요.” 그래서인지 그는 과거 그의 전공이었던 기술적 분석에서 탈피해 가치투자로 변모했고 포트폴리오도 최소 3년 이상 가지고 갈 주식을 선정해 10개 종목으로 압축했다. “기술적 분석을 10년간 했는데, 이건 내공이 안생겨요. 계속 예측을 하려고 하고 매매를 빈번하게 하게 되죠. 기술적 분석으로 예측을 해서 투자를 했는데, 180도 반대로 갔을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 그런데 가치투자는 일단 저한테 맞고 편해서 좋아요. 워렌버핏은 30년 이상 묶어둘 종목에 투자한다지만 제 호흡에는 3년이 딱 맞아요.” 그는 앞으로 3년 동안은 한미FTA와 M&A, 중국신드롬 등의 큰 경제·사회적 이슈를 중심으로 이들 수혜주를 찾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이끌어 왔던 건 자동차, 반도체, 철강, LCD 등의 업종이죠. 하지만 이런 업종은 중국의 급성장과 일본의 금리와 기술력으로 ‘넛크래커’(Nutcracker, 호두까는 기계)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FTA와 M&A 수혜주를 찾으려면 저비용구조로 파이가 커질 수 있는 통신, 금융, 에너지, 글로벌화된 내수주 등을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잔머리 굴리지 말고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단순화, 집중화시켜 투자하라고 말하는 이 대표. 그는 만약 이런 게 지켜지지 않을 때는 차라리 간접투자를 해서 그 정력을 딴 곳에 쓰는 게 훨씬 낫다며 따끔한 질책도 아끼지 않는다. 젊었을 때의 극단적 성공과 실패, 자만 등으로 인한 상처가 오늘날에는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그는 얼마전 자신의 투자 노하우를 담은 ‘무극선생의 과학적 주식투자비법’이라는 2권의 책도 냈다. 이 책은 앞으로 5년간 ‘금융지적전사’를 키우기 위한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 중인데 거기에 교재로 쓰일 거라고 한다. 그는 책을 낸 것을 계기로 전국 대학에 순회 강연도 다닐 예정이고 우수금융인력을 조기 발견해 ‘터틀(turtle)시스템’으로 교육시켜 중국, 베트남, 일본 등으로 진출시킬 포부도 가지고 있다. 그의 앞으로의 20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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