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아트펀드, 그 현장에 가보니
‘뜨거운 감자’ 아트펀드, 그 현장에 가보니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7.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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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도 하고 유명화가 그림도 감상하며 재테크 관심 키워 일석삼조
‘아트펀드 스타작가展’을 찾은 관람객들이 주의깊게 작품을 보고 있다.
고(故)백남준의 ‘테크노 보이Ⅳ’ 4억5천만원, 김창열의 ‘회귀’ 8천만원, 고영훈의 ‘날개’ 6천만원… 지난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제2회 신세계 아트페어’에 출품된 일부 작품들의 가격이다. ‘0’을 헤아리기에도 벅차다. 여기서는 국내 2호 아트펀드인 ‘골든브릿지 스타아트 사모펀드’가 투자한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과 공예작품 50여점이 전시중이다. 딸과 함께 쇼핑을 하다 우연히 들렀다는 고객, 같은 층의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고 잠시 들렀다는 연인 등 이들이 이곳을 찾은 동기는 다양했다. 하지만 이들은 작품들 옆에 자그맣게 써있는 ‘가격표’를 보고는 내심 한번쯤 흠모의 눈빛을 보냈을 법하다. 지난 22일부터 열린 이 아트페어는 처음 3일간 전시회가 끝난 후 VIP고객들만 따로 초청해 비공개 강좌도 열고 자그마한 와인파티도 열어 전문가들과 VIP들과의 만남의 장을 마련했다. 이들이 초청한 VIP는 화랑에서 선정한 VIP, 우리은행 VIP, 신세계 백화점 VIP 등이었다. 24일에는 신세계 백화점 100여명이 초청을 받은 날이었다. 백화점 업무시간이 종료되는 시간, 아트페어 전시장은 프로젝션을 설치하고 의자를 갖다놓는 등 어느새 전시장은 강의장으로 바꼈다. 강의 10분전까지 이 많은 의자에 사람들이 다 찰 수 있을까 의문이었지만, 강의가 시작되고 나서는 어느새 그 많던 의자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전시장을 찾은 한 중년의 여성 고객은 “요즘 아트펀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하나쯤 살까 생각 중”이라면서 “하지만 그림에 대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열심히 그림을 보러 다니면서 안목을 키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트펀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한국미술투자의 이인홍 기획이사는 “매일 100명 정도의 고객을 선정해 초청했지만, 고객들이 혼자 오시는게 아니어서 그런지 평균 120명 정도가 전시장을 꽉 채운다”고 귀띔했다. 또 이 이사는 “상위 계층이 자주 찾는 백화점이 전시회 장소로 최적격이라고 생각했고 또 그림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도 접근성이 높고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되는 이번 아트페어에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故) 백남준의 ‘Techno BoyⅣ’(2000)
국내 최초의 아트펀드는 지난해 9월 표화랑이 굿모닝신한증권과 함께 출시한 75억원 규모의 ‘서울명품아트 사모1호펀드’. 목표수익률은 10% 이상으로 아직까지는 무난히 목표를 달성중이다. 아트펀드 2호는 현재 전시중인 ‘골든브릿지 스타아트펀드’다. 박여숙화랑, 박영덕화랑, 인사갤러리 등 국내 5개 화랑이 작품 선정과 미술품 매매 등의 운영을 맡고, 골든브릿지가 펀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5개 화랑은 지난달 화랑 돈 10억원에 금융기관 돈 90억원 등을 끌어모아 100억원을 조성했다. 이 돈으로 값이 오를만한 미술품을 산 뒤 일반인에게 되팔아 3년6개월 뒤 17억원 이상의 이익을 남기겠다는 계획이다. 두 펀드 모두 사모펀드로 일반인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단지 일반인은 펀드자금으로 구입된 작품을 다시 구매 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번 아트페어의 특징은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첫 전시라는데 의미가 있다. 자신들이 사들인 미술품을 화랑 VIP 고객들과 해외 아트페어 등 미술계 내부에만 유통시켜온 기존 아트펀드와 달리, 스타아트펀드는 백화점과 손잡고 일반 소비자들 앞에서 직접 그림을 보여주고 판매를 하는 방법을 택했다. 스타아트펀드는 이번 신세계백화점에서의 전시에 이어 예술의 전당, 코엑스 등에서도 전시회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이경재의 ‘결혼기념일’(2006)
또한 4억5000만원짜리 고(故) 백남준의 설치 작품에서부터 800만원짜리 젊은 작가의 소품에 이르기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관객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작품의 수준에는 만족하고 있었으나 가격대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 이름있는 작가들이 그리 많치 않은 것도 그림을 구입하는데 망설이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에 대해 이 이사는 “미술품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말하는건 예술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가격보다는 예술성을 보고 그 작품에 합당한 가격을 봐야한다”하고 강조했다. 또 그는 “여기서 내놓은 가격은 감정을 받은 것이며 일반 화랑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며 “화랑에서도 좋은 취지라고 그림을 싸게 팔아줬다”고 강조했다. 아트페어에서 전시되는 작품들은 3년6개월 만기가 됐을 때 팔리지 않고 남은 작품은 원래 주인인 화랑에서 15% 비싼 값에 도로 가져가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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