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보고서를 쓰고 싶다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보고서를 쓰고 싶다
  • 김영진 기자
  • 승인 2006.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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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이윤학 연구위원
2001, 2002, 2003년 매일경제, 한국경제, 조선일보 베스트 애널리스트… 굳이 이런 화려한 이력을 들춰 내지 않아도 그를 처음 만날 때 대가(大家) 혹은 수재(秀才)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의 이윤학 연구위원. 그는 증권가에서 ‘기술적 분석’의 대가로 통한다. 그건 그가 증권계에 ‘투자’했던 이력이 잘 말해준다. “부산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90년대 초 부국증권에 입사를 했죠. 당시만하더라도 회사에 리서치센터라는 게 없었습니다. 또 지금처럼 스트래터지스트, 챠티스트, 이코노미스트 등으로 세분화되지도 않았었구요. 모든 걸 다 잘해야 되는 ‘멀티’를 요구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전 유독 테크니컬, 그러니깐 기술적 분석에 대해 관심이 많아 그쪽을 열심히 공부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분석에 대한 열정을 누가 산 것이라도 한 것일까. 95년 그는 각 증권사별로 1명씩 선발되는 선물연수에 선정돼 시카고로 떠난다. 거기서 그는 오전에는 선물연수를 받고 오후에는 기술적 분석에 대한 강의를 듣고자 사비를 털어 드폴 대학에서 선물·옵션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거기서 만난 진오 셜리반 교수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당시 진오 셜리반은 60세가 넘은 나이였는데도 왕성한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 사람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노력하면 저분처럼 될 수 있겠구나라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지금 증권가에서 저 같은 나이 정도면 노장에 속합니다. 지독한 ‘조로 현상’이죠. 하지만 희망적인 것은 우리 주식시장이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당연히 경륜이 있는 애널리스트를 요구하고 있고요. 미국의 경우 애널리스트는 최소 40대 이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희망을 가져 봅니다.” 96년 선물시장이 오픈함과 동시에 그는 다시 부국증권으로 돌아와 98년도에 CJ투자증권을 거쳐 2001년부터 지금까지 우리투자증권(당시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에서 스트래터지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부터 그에게는 명함이 또 하나 생겼다. ‘코스닥 발전 연구회’ 회장. 지난해 3월 결성된 이 연구회는 코스닥 시장을 분석하는 순수한 애널리스트들의 모임이다. “30명 정도의 애널리스트들로 구성돼 있고 매월 1번씩 기자간담회를 열어 그간의 성과에 대해 발표를 갖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스닥 종목만을 분석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코스닥 종목을 코스피 종목과 동등하게나마 분석해 보자는 것이 저희 모임의 취지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 모임에서 분석· 추천한 종목이 몇 배나 올라 한때 주위에서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우리는 단지 분석을 잘 했을 뿐인데, 그런 오해를 받으니깐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더라고요. 어쨌든 그 뒤로는 기자 간담회에서 추천 종목은 오픈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그가 그처럼 신봉하는 기술적 분석의 메리트는 뭘까? “주식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은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 분석 등이 있습니다. 기본적 분석은 우리가 소위 알고 있는 가치투자를 말하는 것이죠. 즉, 이 분석은 기업의 가치가 언젠가는 주가와 일치할거라고 믿는 거죠.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정말 중요한 건 ‘가치(Value)’가 아니라 ‘가격(Price)’입니다. 가치는 주가를 알기 위한 방편일 뿐이죠. 시장에서는 진정한 기업가치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진정한 가치인지, 누가 예측한 것이 맞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또 기업가치를 안다고 하더라도 기본적 분석은 투자의 ‘타이밍’을 제시하지 못하죠. 기술적 분석은 수요·공급의 원리, 투자심리 등의 과거 데이터를 보고 추세분석과 패턴분석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매매 타이밍을 결정하는데 기술적 분석만한 게 없죠.” 그럼 지금과 같이 주식시장이 장기투자로 가고 있는 시점에서 맞지 않는 분석방법은 아닐까? “기술적 분석은 단기매매를 하든 장기매매를 하든 모두 다 어울리는 분석 틀입니다. 장기 매매를 하는 사람은 장기 챠트를 활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지금 상황이 일본의 80년대 초, 미국의 90년대 초와 아주 흡사합니다. 출산률 저하, 노령화 가속, 절대 저금리 등 한마디로 선진국형 현상이죠. 이들 나라의 과거 트랙 경향성을 분석하면서 투자하는 것이 장기 매매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2002, 2003, 2004년 모두 1000점의 변곡점을 맞춰 더욱 유명세를 탔던 이윤학 연구위원. 하지만 그는 어차피 주식 시장은 예측을 못한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노력할 뿐이라며 겸손의 말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바램이 있다면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스트래터지스트로 남아 보고서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주식 시장의 성숙이 그에게 힘을 더해주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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