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 이경주 애널리스트]"내 사전에 '대충'이란 말은 없다"
[한국증권 이경주 애널리스트]"내 사전에 '대충'이란 말은 없다"
  • 조권현 기자
  • 승인 2006.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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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가장 큰 덕목은 무엇일까? 흔히 탁월한 분석능력과 그 어떤 외부요인에도 굴하지 않는 도덕성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 이경주 애널리스트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를 제시한다. 바로 보고서에 담을 ‘애정’이다. 음식료업종을 담당하고 있는 이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보고서에 뜨거운 애정을 담고 있기에 사소하게 느껴질 만한 숫자하나라도 대충 작성하는 일이 없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눈에 띄면 과감하게 다시 손을 덴다. ‘대충’이란 말을 본인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분석한 기업실적 추정모델 호평받아 그러다 보니 보고서 작성에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 퇴근 시간과 주말의 휴식시간도 그에게는 무의미하다. 상당한 수준의 급여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8년차 애널리스트지만 그는 우스갯소리로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의 시간당 급여랑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일하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입사 후 5년간은 매 주말을 반납했다고 하니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래도 그가 스스로를 힘들게 하면서까지 기업분석과 리서치 보고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덕에 기관투자가들의 호평을 받아왔다. “최근의 기관투자가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분석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얻지 못한 차별화된 데이터를 애널리스트들에게서 얻길 원합니다. 그에 부합하기 위해 각종 숨겨진 데이터를 찾아 체계화 시키는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기관투자가들이 제 보고서를 보고 기업실적 추정모델이 잘 구축됐다 라고 평가할 땐 보람을 느낍니다.” ◆소득향상 될수록 음식료업 시가총액 비중 늘 것 그가 맡고 있는 음식료·담배 업종에는 상당히 많은 기업이 존재하다보니 기업탐방도 잦은 편이다. 그러나 이전과 다른 점은 공정공시가 생긴 이후 기업 관계자들에게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공정공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 있지 않던 때에는 탐방을 통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공정공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후부터는 기업관계자들이 ‘함구’하기 일색이죠. 공정공시를 위반하면 징계가 따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한 기업은 10년간 3200억원 이상의 누적흑자를 나타내는 등 건실한 운영으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탐방을 선호하는 곳이지만 해당 기업에서는 공식적으로 기업탐방을 거부하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기업들은 IR을 통한 기업홍보나 주가부양 보다는 전형적인 영업실적으로 승부를 하는 곳이다. 그럼에도 이 애널리스트는 소액주주들의 알권리가 많이 보장될 수 있도록 기업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원한다. 물론 불과 몇년전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탐방을 허용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또 그런 이유 등으로 음식료 업종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평가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우리증시에서 외국인의 투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이 음식료업종입니다. 이 업종의 시가총액이 전체의 4% 수준까지 증가한 것이죠. 그러나 선진국에서의 음식료업종 비중이 6%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도 작은 편입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건강식음료 부분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때문에 우리 시장에서도 전망이 밝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증권가의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자리 잡은 그의 꿈은 무엇일까? “어느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분석한 대로 시장이 따라주는 것이죠. 즉 제 보고서가 시장참여자들을 설득시켰을 때, 제 의도가 시장에 반영됐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좋은 기업은 시장에서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경영이 부실한 기업은 마땅한 심판을 받아야 하구요. 제 역할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여 주는 것이죠. 제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리 주식시장 역시 진일보(進一步) 해 선진 주식시장의 면모를 갖추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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