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검찰소환 초읽기
이건희 회장 검찰소환 초읽기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6.0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 ‘총수 무사 신화’ 깨지나...초긴장
“삼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환율 하락도, 유가 폭등도 아니다. 바로 총수일가의 검찰 소환이다.” 격변하는 한국경제의 중심축으로 숱한 격랑을 겪으면서도 ‘총수 무사 신화’를 지켜온 삼성그룹은 이건희·이재용 부자에 대한 검찰 소환이 임박함에 따라 초긴장 상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 박성재)는 지난주 이 회장과 장남 이재용 상무 등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삼성 이건희 회장의 소환 계획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사건의 재판일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비자금 문제로 구속됐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형평성 논란’에 당시 삼성그룹 관계자는 “검찰과 언론 사이에서 가능성이 거론될 뿐이지 이 회장 소환은 현실화될 여지는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수사의 칼끝이 이 회장 턱밑까지 다가온 것이다. 이재용 상무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지분 대량 확보를 위해 에버랜드 전환사채가 헐값에 배정된 것은 이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최근 열린 에버랜드 사건 관련 삼성 측 전·현직 임원에 대한 공판에서 “이재용 상무의 전환사채 인수 과정이 그룹 차원에서 기획됐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아직 날짜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차례차례 측근인사 및 당사자들은 부를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0일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인 허태학ㆍ박노빈 씨에 대한 항소심 결판이 있어, 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그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회장 소환’ 등을 통해 6년간이나 끌어온 수사를 이번에 매듭지으려는 것은 이 사건 재판 일정과 무관하지 않다. 허, 박씨의 결심 공판이 보름밖에 남지 않은데다 항소심 선고까지 다가오고 있어 공소시효 문제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03년 이 사건의 공소시효를 하루 앞두고 허, 박씨 2명만 먼저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에 대한 유무죄가 이번에 확정되면 공소시효는 다시 흘러가 나머지 인사들을 기소할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천정배 장관도 공소시효에 임박해 기소한 과거의 수사팀을 비판했다. 또한 이 회장 측근인사에 대한 검찰조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1996년 전환사채 발행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에 대해 검찰은 지난 5·31 지방선거 전부터 소환을 검토해왔다. 선거 이후 지병으로 입원 중인 현 전 회장은 퇴원 이후 검찰조사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이 회장 최측근이었던 현 전 회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제주지사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정치권 일각엔 ‘이 회장과 삼성이 검찰조사를 받는 시점에 여권행이 유력하게 점쳐지던 현 전 회장이 야당행을 택한 것은 정부·여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란 말이 떠돌았다. 현 전 회장의 한나라당행은 결국 이건희 회장을 당혹케 하는 사건으로 현 전 회장의 검찰소환 조사로 ‘현 전 회장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며 삼성 관계자를 근심하게 만든다는 관측이 뒤를 따랐다. 검찰 내부에서 삼성 관련 수사 마무리 시점을 8월 말로 잡았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렇다면 지금이 적절한 소환 시점인 셈이다. 이 회장이나 최측근과는 달리 이재용 상무에 대한 소환 조사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해 이 상무는 수혜자일 뿐 집행자는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구속 수사 가능성이 나돌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미 소환 방침은 굳어졌으며, 수사당국이 ‘공개’와 ‘비공개’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건”이라 밝히기도 했다. ‘총수일가 무소환 신화’를 이어온 삼성 인사들 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으로 이미 주변에선 ‘이 회장이 다시 해외출장을 떠날 것’이란 미확인 소문마저 등장한 상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