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시리즈]이사장 개인 홈피 직원이 관리
[거래소시리즈]이사장 개인 홈피 직원이 관리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6.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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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 사를 구별 못하는 도덕적 해이 표본
지난 20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이 이사장 개인 홈페이지. 미디어 부분 거래소 홈페이지는 5월 20일자가 최종, 업그레이드 간격도 일정치 않으며 이 이사장 홈페이지는 6월 16일자가 최종, 착실하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이 2004년 3월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하면서 개설한 개인 홈페이지(www.ytlee.pe.kr)의 운영 및 관리를 거래소 직원이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이사장의 개인 홈피는 거래소 관련내용을 거래소 사이트보다 더 빠르고 자세하게 게재해 주객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증권업계에는 “뻔뻔할 정도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며, “공(公)과 사(私)를 구분 못하는 구시대적 행태”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그냥 이사장님이 챙기시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 CEO 개인 홈피 담당직원 3명 이 이사장 개인 홈페이지 운영관리에 관여하고 있는 거래소 직원은 3명으로 드러났다. 이 이사장의 개인 홈피 도메인 등록에 책임자로 명의 등록된 A씨, 이 이사장의 지시에 따른 홈피 내용 업그레이드 실제 총책임자 Y씨, 홈피 내용 수정 및 업그레이드 전산실 실무담당자 등 3명이다. A씨는 거래소 인력개발부 임원부속실 근무자, Y씨는 이부서의 팀장이며 내용 업그레이드는 Y팀장 지시에 의해 전산부서 실무자가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 확인을 위해 홈피 도메인 책임자로 등록되어 있는 A씨와 조직표상 나타난 부산 연락처로 통화를 시도한 결과 실제 근무처는 부산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거래소가 관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실제 관리 책임자는 소속부서 팀장이다”며 “자신은 개설시 책임자로 명의만 등록되어 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Y팀장은 “담당업무가 이사장 보좌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사장의 지시에 따라 하고 있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 거래소 사이트 보다 빠른 홈피 이 이사장의 개인 홈페이지는 메인 화면 상단에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이영탁’이라는 문구가 있다. 개인 홈페이지를 가진 정치인은 ‘국회의원 ㅇㅇㅇ’이라고 쓰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을 제외한 공기업 인사, 일반 기업 CEO등 들은 이러한 문구를 쓰지 않는다. 특히 공기업 성격을 지닌 거래소의 경우 ‘주식회사 CEO’이므로 자신의 직장이나 직위를 메인 화면에 집어넣지 않는 것이 상식이며 관례다. 한편 관료출신 공직자나 기업인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대부분 자신의 직분과 직위에 상관없는 내용을 중심으로, 개인적인 내용을 콘텐츠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의 홈페이지는 첫 화면에서 경영활동, 미디어(언론보도) 등 경영 관련 부분을 게재해 마치 증권선물거래소 메인화면 ‘CEO코너’로 착각하기 쉽다. 개인 홈피인지 기관홈페이지인지 구별이 잘 안될 정도다. 특히 이 이사장의 경영활동, 미디어 관련한 내용의 업그레이드가 증권선물거래소와 동일한 컨텐츠 내용보다 훨씬 다양하고 신속하게 임원부속실 직원들에 의해 운영 관리되고 있다. 선 이사장 홈피 관리, 후 거래소 사이트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이 이사장 개인 홈페이지를 비교한 결과 거래소 홈페이지의 경영활동 부분은 6월 8일자가 최종치며 업그레이드 간격도 일정치 않았으나 이 이사장 홈페이지는 16일까지 뉴스를 올리고 착실하게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었다. 다른 미디어 부분도 마찬가지였으며 특히 이 이사장 개인 홈페이지의 경영수첩 내용은 일반 기업 인트라넷에서나 올라와 내부 임직원들만 볼 수 있는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들이 1주일 간격으로 또박또박 올라와 있었다. 마치 정치인 홈피를 방불케 한다. ▲ 기업인인가? 정치인인가? 거래소 사이트가 이 이사장의 개인 홈페이지보다 내용이나 속보성에 훨씬 뒤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거래소 운용에 대폭 수술을 가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증권계는 이 이사장이 지난번 총선을 앞두고 출마하기위해 만든 개인 홈페이지를 굳이 계속 유지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증권업협회 황건호 회장, 증권예탁결제원 정의동 사장, 한국증권금융 홍석주 사장, 코스콤 이종규 사장 등 증권 유관기관장들은 아예 개인홈페이지가 없다. 증권업계의 많은 이들은 “인터넷 개인 홈페이지는 자신만의 사이버 공간인데도, 이 이사장이 개인적인 일과 거래소의 공식 업무를 구분도 못하고 있다”며 “껍데기만 화려한 정치적 거래소 활동보다 내실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질타했다. 이 이사장은 교육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거쳐 2004년 총선에서 고향인 경북 영주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 낙선한 뒤 통합거래소 초대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 이사장은 국무조정실장 시절인 2003년 신고된 재산은 18억3790만원에서 2004년 17대 총선 출마 당시 재산은 24억6933만원으로 신고해 불과 1년 사이에 약 6억3200만원이 늘었다며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 이영탁과 권성문, 두사람 관계는? 지난 98년 증권가 최대 이슈였던 ‘냉각캔 사건을 아시나요.’ 이 이사장이 딱히 이 사건과 연관돼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냉각캔 사건’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거론됐다. 냉각캔 사건의 주체는 ‘미래와 사람’이라는 회사였고 이 회사가 나중에 KTB네트워크를 인수했다. 이 이사장은 당시 KTB네트워크의 대표이사 회장이었다. 그가 지난 98년 국무조정실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떠난 후 98년부터 5년여 동안 세계경제연구원 자문위원, 한국전력 사외이사, 경희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의 직을 맡았다. 당시 직함 중 하나가 한국종합기술금융(KTB네트워크의 전신) 회장이었다. 그가 취임한 지 1년 만에 한국종합기술금융은 ‘KTB네트워크’로 이름을 바꿨고, 그는 2003년 2월 이 회사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이 이사장이 KTB네트워크 회장일 당시 대표이사 사장인 권성문씨 등이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98년 권씨가 냉장고에 넣지 않고도 음료를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냉각장치 부착형 음료용기를 개발, 상용화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자마자 증권가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300대를 전전하고 있었으나, KTB네트워크를 인수한 ‘미래와 사람’의 주가는 승승장구했다. 98년 초에는 4000원대였으나, 1년 만에 주가가 10배에 가까운 3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권씨는 회사의 주가를 띄울 요량으로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냉각캔’이라는 재료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지난 99년 검찰에 고발됐다. 오랫동안 정부 관료로 지냈던 인물이 느닷없이 문제가 생긴 민간업체의 회장으로 간 배경에는 뭔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얘기가 떠돌기도 했다. 실제로 이 이사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의 여부는 알 길이 없다. 권씨는 이듬해인 2000년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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