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거래소 태생부터 잘못
통합거래소 태생부터 잘못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6.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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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X IPO 집중점검 ① - 풀어야할 과제]
▶통합거래소 태생부터 잘못 ▶코스닥시장 분리해 경쟁력 제고해야 증권선물거래소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위한 행보를 하면서 정부와 관련업계, 그리고 금융시장의 빅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IPO에 대해 제2거래소 허가, 시장감독기구의 완전독립, 범위, 방법, 기금 활용 방안, 시스템 통합, 독점적 지위 지속 문제,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분야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에 대해 정부와 거래소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 간에는 이견이 적지 않아 이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몇 차례에 걸쳐 거래소 IPO 쟁점 사안에 대해 짚어본다. 거래소의 통합이 1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통합거래소는 탄생부터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자본시장의 효율적인 육성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통합거래소가 논의되고 만들어지게 된 것이 아니었다. 통합거래소는 97년과 2002년 두 번의 대선에서 부산지역 표심을 얻기 위한 대통령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과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어거지로 만들어졌다는 태생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 선심성 공약에서 출발 97년 대선에서 후보들은 선물거래소를 부산에 둔다는 공약을 들고 나왔다. 선물거래소는 설립 이래 자체 상품만으로는 운영 수지를 맞출 수 없어 출자금을 다 까먹게 됐다. 후보들은 비등하는 부산지역의 여론에 밀려 선물거래관계법을 고쳐 증권거래소의 수수료 수익의 3분의 2를 점하고 있는 주가지수 선물을 이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2002년 대선 때도 부산지역의 압력에 굴복해 주가지수 선물 상품의 이관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가지수 선물을 선물거래소로 이관시키면 증권거래소의 수익이 크게 줄어 거래소는 존폐의 기로에 설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편법으로 거래소를 통합키로 한 것이다. 물론 거래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인다는 세계거래소들의 추이에 따라 증권거래소, 선물거래소, 코스닥을 통합한 통합거래소를 설립해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당위성도 있지만 우리의 거래소 통합은 이런 점보다는 마스터플랜도 없이 정치권에 휘둘려 졸속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거래소 통합 논의가 비공개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졌고 그런 잘못된 접근으로 경쟁력 있고 효율적인 거래소 위상을 위한 비즈니스 계획보다는 출신 성분 간에 영역 다툼을 벌이고 인사나 챙기는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통합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경쟁력을 갖춘 선진자본시장으로서 기능을 하고 건전한 주식과 채권을 거래하는 중심거래소와는 동떨어진 채 초대 이사장 선출부터 출신에 따른 편 가르기나 모피아(재경부 관료출신)의 자리보전 등 밥그릇 챙기기 수단으로 전락됐다. ▲ 시장의 특성을 무시한 코스닥 통합 특히 거래소 통합에 대해 크게 잘못된 점은 통합 효율성만 고려한 나머지 고유하게 진행되어온 각 시장의 특성이 무시됐다는 점이다. IT기업으로 대변되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로 산업 활성화에 기여해온 코스닥 시장의 특성 상실이 특히 두드러진다. 이 점에서 정부가 기술주 위주의 시장기능을 완전히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들게 한다. 코스닥 시장의 설립목적은 중소 벤처기업 주식의 유동성을 확보시켜 해당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여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고, 투자자로 하여금 발전 가능성이 있는 벤처회사들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있다. 지난 96년 7월1일 개장한 코스닥 시장은 지금까지 수많은 벤처 비리 속에 얼룩져왔지만 국내 신기술기업의 대표 증시로 자리매김해 왔던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코스닥 시장이 거래소와 경쟁체제를 통해 상호 발전해야 하는데도 경쟁 없는 단일 운영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발전은 커녕 오히려 합리적 운영을 하고 있지 못하다. 증권 시장의 핵심기능이라 할 청산·결제가 규모의 논리에 의해 주도하게 돼 있어 통합으로 증권거래소 위주로 발전할 수밖에 없어, 자연스럽게 코스닥은 증권거래소의 일개 사업부로 위축되고 있다. 코스닥 매력이 떨어지면 침체된 국내 IT 및 벤처기업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나스닥, 일본의 쟈스닥 시장에 대한 세계적인 평가를 볼 때 과연 한국통합거래소에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성장 가능성을 얼마나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기사=시장감시위, 거래소에서 독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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