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엔초페라리' 위험한 질주
CJ '엔초페라리' 위험한 질주
  • 이상준 기자
  • 승인 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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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식 기업사냥 69개사 인수...'아직 배고파'
▶ 35개(2004년 1월) ▶ 85개(2004년 12월) ▶ 92개(2005년 12월) ▶ 104개(2006년 5월)은 금감원에 보고된 계열회사의 변경 신고서의 CJ(주)의 국내·외 계열회사수다. 국내 2~3대밖에 없는 세계 최고의 차 “엔초 페라리”를 가진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거침없는 고속질주가 증권가 도마 위에 올랐다. CJ(주)는 지난 4월 28일 (주)삼호F&G를 인수·합병하고 지금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막바지 질주를 하고 있다. 한 달에 두번 꼴로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면서 계열회사를 104개나 거느리게 되었다. 유가증권상장사 3개사, 코스닥 등록사 4개사, 나머지 97개사는 비상장법인 또는 해외법인이다. 이회장은 지난 93년 삼성그룹에서 경영분리 당시 5개사에 불과했던 CJ를 최근 2년 6개월 사이에 본격적으로 기업을 먹어치우기 시작하여 재계 순위 15위의 거대한 공룡으로 키웠다. 현금 보유액을 비롯한 가용자금이 2조~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CJ에 대해 재계일각에선 “삼성과 계열분리하면서 이건희 회장과 일정 거리를 뒀던 이재현 회장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그룹을 키우기에 나선 것”으로 전했다. 이회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재계의 시각은 ‘아직도 배가 고프며, 기업 사냥이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CJ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고, 후보군에 올려진 기업들이 많아 추가인수가 이어질 것”이며, “미래 성장 분야 진출을 위해 신사업 창출, 인수합병 기회도 놓치지 않고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이재현 회장이 가장 눈독들이고 있는 기업은 ‘대한통운’이다. CJ의 물류계열사인 CJ GLS를 통해 대한통운 인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회장이 대한통운 인수에 그토록 갈망하는 이유는 그룹의 4대 주력 사업분야를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에 이어 신유통(홈쇼핑·물류)으로 경영비젼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유통분야에서 굵직한 기업들의 M&A를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CJ GLS(주), 이회장 “엔초 페라리”의 주유소 물류업체인 CJ GLS를 통한 대한통운 인수 모색은 사실상 지분가치만 1000억원이 넘는 비상장사인 CJ GLS의 73.99%(248만주)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회장은 “엔초 페라리”의 주유소에 기름을 채울 수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CJ GLS는 2004년과 2005년 2차례에 걸쳐 총 34억원을 배당했는데 이 가운데 25억원이 이회장 손으로 들어갔다. 따라서 대한통운의 인수로 CJ GLS의 몸집이 커질수록 이회장의 주유소에 기름이 두둑히 채워지는 것이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매출이 CJ그룹과의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CJ GLS의 입장에선 대한통운의 인수를 통해 거래처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CJ GLS는 38개 택배터미널과 31개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 이회장은 왜 폭식을 하고 있나 이회장의 기업 폭식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2년에 걸친 ‘세 불리기’에서 이렇다 할 성공사례를 만들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 사업의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인수할 자금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 회장은 기업 활동을 잘해서 돈을 조달하기보다는 유가증권, 부동산, 기업 등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다. 재계에서 이 회장의 행보가 주목받는 것은 CJ의 ‘몸집 키우기’가 한번의 쓴잔을 마시고 난 후 절치부심 속에서 이뤄진 점 때문이다. 2000년 생수사업 스파클을 정리했고 2001년 음료사업부문을 롯데칠성에 팔았다. 제일선물과 CJ엔프라니(화장품회사)를 각각 243억과 136억을 받고 팔았다. IT벤처광풍이 몰아치던 2000년. 재벌가 3~4세의 젊은 황태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e-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보았다. 이 회장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초고속 인터넷 망 사업체인 드림라인의 회장을 직접 맡아 진두지휘했고 인터넷 포털인 드림엑스를 런칭시키며 의욕적으로 e-비즈니스를 추진했다. 하지만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했던 드림라인은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 2002년 하나로통신에 356억원이라는 헐값에 팔렸다. 드림엑스 역시 하나포스로 바뀌진 오래다. 벤처열풍에 편승에 시작했던 창투사사업도 흐지부지한 상태이다. 2000년만 해도 창투사 드림디스커버리(현 CJ창투)를 통해 270억에 인터넷 제국, 팜스넷 등 25개 벤처기업에 투자했지만 종이에 불과한 기업들로 전락한 벤처가 대다수다. 현재 CJ창투는 IT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영화와 뮤지컬에 대한 투자로 전환한 상태이고 대표이사, 심사역, 그리고 사무직을 포함하여 총 9명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황우석 교수의 연구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높아지면서 CJ창투는 30억원 전액을 CJ가 출자한 'CJ창투8호 바이오투자조합'(CJ 바이오펀드)를 설립하면서 재기를 꿈꾸기도 했다. 하지만 황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으로 결말나면서 현재는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는 정도이다. CJ의 관계자는 “계열사를 늘이기 위해 주력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회사까지 인수하다보니 늘어난 것뿐”이라며 “무리한 확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태까지 이 회장이 보여준 ‘위험한 질주’가 성공적인지의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과거의 아픔들 때문에 이회장이 그리고 있는 삼성에 버금가는 재벌 명가의 도약이 단순히 꿈에 불과할지 아니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져 삼성에 이어 신공룡이 탄생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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