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 한국증권 전민규
  • 승인 200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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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기에 대한 인식이 바닥권일 때 나타나는 현상
한국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 최근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반면 미국은 양호한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자신감이 커지면서 한미간 금리차가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 금리가 경기 전망에 대한 시장의 심리를 잘 반영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작년 3~5월에도 이러한 현상이 있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되짚어 본다면 한미간 금리역전은 국내 경기 전망에 대한 센티먼트가 바닥권일 때 나타나는 현상일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지금을 바닥권으로 경기 흐름이 점차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 최근 한국의 국고채 금리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의 경우 지난 주말 4.80%를 기록하여 연초 대비 0.36%p 하락했으며, 5년 만기 및 10년 만기 국고채는 같은 기간 중 각각 0.5%p씩 하락했다. 반면 미국의 지표금리라 할 수 있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초 4.39%에서 지난주에는 5.12%로 상승하는 등 2006년 들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3년 만기 국채의 경우 4월 말부터, 5년 만기 국채의 경우 지난 주부터 한국의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 미국 경제의 자신감 회복 등이 금리 역전 현상의 요인 한국 금리가 하락하고 있음에 비해 미국 금리는 상승하여, 한미간 금리 역전 현상으로까지 이어진 것은 양국의 경기 모멘텀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금리의 하락은 일반적으로 경기 하강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금리 하락 현상은 경기 전망에 대해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미국 금리의 상승은 소비 및 기업 경기 호조를 배경으로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를 비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등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음을 상기해 본다면, 최근에는 미국 경제에 대해 시장의 시각이 상당히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 과거 금리 역전 시기는 경기 전망이 바닥권일 때 나타나던 현상 3년 만기 국채를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가 역전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2004년 12월에서 2005년 1월에 걸쳐 며칠 간 역전된 사례가 있었으며, 2005년 3월에서 5월까지 역전된 적이 있었다. 과거 한미간 금리가 역전되었던 시기를 살펴보면 국내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강한 때였음을 알 수 있다. 2004년 말의 경우 수출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산업생산 증가율이 4%대까지 추락하던 시기였다. 2005년 3~5월은 시장이 소비 회복을 기대하고는 있었지만, 그 모멘텀은 수출 둔화를 상쇄하지 못할 정도로 느린 회복이 될 것으로 생각할 때였다. 그러나 그 이후 국내 경제는 소비 회복 기조를 바탕으로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미간 금리 역전 시기는 경기 전망이 가장 바닥권일 때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 현재도 시장은 경기 우려 커, 그러나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되었을 가능성도 생각해야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에 더하여 중국의 긴축,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연장 등 대외 악재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은 현재의 경기 전망에 대해 상당히 불투명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 악재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05년 3~5월 사이에도 국제원유가는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는 급등세가 있었고 원/달러 환율은 1,000원을 깨고 하락하는 등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외 악재가 있었다.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역시 그 때에도 인상이었다. 중국의 긴축이 새롭게 더해진 요인이기는 하지만 이것 역시 10%가 넘는 지나친 고성장을 억제하자는 의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악재로 볼 것이 아니다. ■ 1~2개월 이내 경기 회복 기조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 충분히 있어 5월 10일로 예정된 FOMC에서 미국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반면 5월 11일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국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미간 장단기 금리차는 좀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과거에도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직후가 국내 경기에 대한 센티먼트가 가장 나쁜 때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1~2개월 이내에 경기 회복 기조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지난 해부터 시작된 가계 소비의 저점 탈출을 계기로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고용 회복이 예상되며, 이는 소비 여력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가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제 내부적인 여건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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