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노조 속보이는 이기주의
대기업노조 속보이는 이기주의
  • 조권현 기자
  • 승인 2006.0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정규직 해결 명분내세워 정규직만 실속
최근 일부 대기업 노조의 행태를 보면 마치 배부른 사람이 좀 더 먹을 것이 없나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는 것 같다.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일삼는 현대자동차노조와, 신한은행과의 합병후 통합명칭 사용에 불만을 갖고 전 행원이 참석하는 행사를 온몸으로 저지한 조흥은행 노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올해 현대자동차는 환율하락, 유가상승, 원자재가 상승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한 후 지난달 모든 부품 납품업체에 평균 5.2% 규모의 단가인하를 통보하고 과장급 이상의 임금을 동결시켰다. 이렇게 경제적 외부 불안요인이 있을 땐 구성원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상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노조가 이전과 같이 비정규직 문제를 임금인상안과 같이 들고 나오다 정작 협상 테이블에선 뒤로 감추는 구태를 재현하면 “역시 현대자동차노조다” 라는 말이 나올 것이 뻔하다. 한편 한 시민단체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의 4배에 달하는 평균 연봉을 받으면서 임금동결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며 “이는 집단이기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현대차가 납품업체에 단가인하를 요구한 것은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라며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문화를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노조가 쟁의를 시작할 때는 언제나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나오지만 진정 그들이 최우선적으로 논의의 대상으로 놓는 것은 정규직의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다”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다음달 1일 통합 신한은행으로 재탄생하는 조흥은행은 노조를 중심으로 ‘통합명칭 사용반대’와 ‘직급조정’ 투쟁을 해오다 현재는 형식적인 화해 상태로 접어들었다. 그간의 조흥 노조의 움직임을 보면 현대자동차노조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난 1월 10일 당시 조흥은행 박충호 노조위원장 직무대행은 통합명칭 반대 단식투쟁에 돌입했고, 상임간부들은 삭발식을 단행했다. 같은 달 21일에는 ‘조흥 한마음잔치’ 행사를 온몸으로 저지하기도 했다. 이런 조흥 노조의 일련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흥은행 지점 창구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박모씨(30)는 3년전 조흥은행 파업사태를 예로 들며 조흥 노조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2003년 조흥노조 파업 때는 보수언론 뿐만 아니라 진보언론 조차도 파업의 목적성과 효용성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조흥노조는 전산시스템 중단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응방법을 사용했다”며 “당시 수많은 예금자들이 겪은 불편을 조흥 노조 간부들은 알고나 있을런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조흥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네티즌은 “조흥노조의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 투쟁의 목표는 명칭과 직급조정이 아닌 고용보장”이라며, “이번 투쟁에 있어 2000여명에 달하는 조흥은행 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선 현실적 제약이란 미명아래 침묵하고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안팎의 비난에 최근 조흥측 노조와 신한은행은 대화의 물꼬를 트고 화해무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통합명칭 사용에 대한 반대의견만을 접어둔 것이지 비정규직의 신분보장에 관한 어떠한 구체적인 안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달 1일 통합 신한은행으로 출발할 조흥은행 노조가 과연 통합명칭 반대투쟁을 할 때처럼 비정규직 관련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여전히 고용을 보장하라는 핏대선 목소리만을 외칠지 지켜볼 일이다. 노조가 배부른 배를 더 채우기 위해 파업을 들고 일어설 땐 항상 비정규직을 품에 안고 있다. 통상적으로 그들은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또는 고용보장을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측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어느덧 비정규직 문제는 현안에서 가장 아래페이지로 밀려나기 일쑤다. 그렇다고 해서 비정규직 노조가 독자적으로 회사측과 대응체제를 갖추면 회사는 ‘해고’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다. 이렇듯 노사간 대화의 장이 편협하게 열리면 힘없는 자는 설 곳이 없다. 노사문제 전문가들은 “힘있는 정규직 노조의 투쟁은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반면 중소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정규직 노조의 외침에 가려 묻혀지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