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91] 단숨에 압록강 건너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91] 단숨에 압록강 건너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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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도는 그동안 박호문이 맡고 있었다. 방비가 말이 아니었다. 길목에는 많아야 수백 명 아니면 수십 명의 병사만이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화력도 볼품이 없었다.

김종서는 다시 문종에게 상황을 알리고 작전 변경을 요구했다.

“몽골군이 침공할 것으로 예상되는 1천 리의 길목에는 방어할 산성 16개소와 요충 25개소가 있습니다. 여기에 군사가 나누어 배치되어 한 곳에 많아야 3백 명, 적은 곳은 수십 명에 불과합니다. 이런 포진으로는 싸울 수가 없습니다. 요충을 대폭 줄이고 거점 방어 형태로 전선을 바꾸겠습니다. 병력을 분산시키기보다는 요충에 집결하여 싸워야 대항할 힘이 생깁니다.”

김종서는 임금에게 보고를 올린 뒤 신속하게 군사 포진을 바꾸었다. 요충 중에서도 가장 요충지인 평산성과 이성에 군사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나머지는 읍성을 위주로 방어진을 구축했다.

“홍 두령은 강을 건너가서 몽골군의 움직임과 작전을 탐후하시게.”

김종서가 홍득희를 불러 중요한 임무를 주었다. 야인들의 생리를 잘 아는 홍득희가 첩보 병사를 이끌고 몽골군의 움직임을 샅샅이 탐지해 내라는 어려운 명령이었다. 

홍득희는 산적 출신 부하 중에 여진족을 중심으로 여섯 명의 탐후 부대를 조직했다. 송오마지와 홍석이가 필수 요원이었다.

얼어붙은 압록강을 쉽게 건넌 홍득희 일행은 파저강변으로 단숨에 숨어들었다. 압록강 주변은 평지가 펼쳐진 곳이지만 홍득희는 산길만을 골라서 북진했다. 압록강이 얼어붙어 있어서 말로 그냥 달릴 수 있었다.

“강이 얼어서 대군이 아무 저항 없이 국경을 넘어올 수 있겠군요.”

송오마지가 빙판길이 된 강위를 달리며 말했다. 

“두만강에서 압록강 끝까지는 2천 리가 넘는데 겨울철에는 모두 방어지역이 되지요. 전선이 너무 넓어 침략군을 국경에서 봉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나마 함길도 쪽은 김종서 장군이 튼튼한 6진을 만들어 놓은 터라 조금은 안심이 되겠군요.”

송오마지가 말고삐를 늦추며 말했다.

홍득희는 주로 함길도 북쪽 송화강 동쪽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파저강 서쪽은 그다지 익숙하지 못했다. 홍득희 일행은 모두 중국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일행은 하루 종일 말을 달려 몽골군이 집결한 곳으로 알려진 요동 동쪽으로 들어갔다. 첫날 저녁 무렵 통화 근처 얕은 산 밑에 이르렀을 때 짧은 겨울해가 저물었다.

“여기서 통화까지는 10여 리 남았다고 하네요.”

송오마지가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여진족 일행의 말을 전했다.

“오늘은 여기서 야영을 하도록 하지요.”

홍득희 말에 송오마지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건 위험합니다. 저 얕은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여진족 마을이 있다고 하는데 그 마을에 가서 하룻밤 잘 곳을 부탁해 보지요. 우리가 가지고 온 소금을 좀 주면 될 것입니다.”

김종서는 홍득희가 떠날 때 비상용으로 소금 두 자루와 쌀, 유황, 담비 털가죽 다섯 장 등 물품을 주었다. 일행이 산모퉁이를 돌아서자 얼어붙은 작은 개천 옆에 민가로 보이는 집 서너 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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