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패가 왔다면 이 근처에 숨이 있을 것이야. 조심해야 돼. 모두 말에서 내려요.”
홍득희가 나직하게 명령했다. 일행은 모두 말에서 내려 자세를 낮추고 역사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암살패가 어디 있는지 빨리 찾아내야 했다.
“염 동지가 말을 두고 나가서 좀 살펴보시지요.”
홍득희가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관아로 내려가 사정을 살피고 온 염정근이 나직한 목소리로 홍득희 두령에게 보고했다.
“암살패 같은 놈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기 동네 농가들은 살펴보았나요?”
“예. 한 집은 개가 짖는 바람에 그냥 나오고 두 집은 마당까지 들어가 보았는데 사람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어딘가 분명히 암살자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나저나 아저씨가 올 때가 다 되었는데...”
홍득희는 조바심이 나서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모두 들으시오.”
홍득희는 부하들을 가까이 불러놓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김 장군 님이 들어오면 저기 역사 앞마당에서 멈출 것이오. 그리고 곧 말에서 내릴 터인데 그 때 암살자가 덤빌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그러니까 세 사람은 마구간에 숨어 있다가 암살자가 덤비면 막아야 합니다. 나머지는 세 군데로 흩어져서 암살자를 찾아야 합니다. 칼이나 철퇴를 가지고 덤비지 않고 멀리서 활을 쏠 가능성이 많습니다. 활을 쏠 만한 장소를 빨리 찾아야 합니다.”
“여긴 언덕도 산도 없는데... 암살자가 숨을 만한 곳이 없지 않습니까?”
나이 젊은 부하 한 사람이 홍득희를 보고 따지듯이 말했다.
“우리가 잘못 짚었다고 생각하는가요?”
홍득희가 묻자 그는 우물쭈물했다.
“꼭 잘못 짚었다고 한 것은 아니고요....”
“자, 빨리 흩어져서 몰래 암살자를 찾아요.”
홍득희는 농가 중에서 가장 지붕이 낮은 집 뒤로 돌아갔다. 만약 자신이 자객이라면 그 집 지붕 위에서 활을 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홍득희가 집 뒤에서 뛰어나와 관아 마당을 내다보았다.
“앗!”
거기에는 김종서 장군 일행이 막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맨 앞에는 영기(令旗)를 든 갑사가 탄 말 두 필이 달려 들어왔다. 그 뒤로 붉은 색 관복과 사모관대를 한 김종서 도체찰사가 말을 타고 들어왔다.
“갑옷도 입지 않았구나! 흰옷을 입지 않은 것을 보면 전하가 승하하신 소식을 못 들었는가 보다.”
홍득희는 급히 농가 집 뒤로 돌아갔다. 그러나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홍득희는 눈에 불을 켜고 사방을 살폈다. 그러다가 문득 농가 지붕 위를 보았다.
“저 놈이다!”
홍득희가 소리를 쳤다. 그와 동시에 활을 잡고 시위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