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_ 조나단 기자]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돌아왔다.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신화 속 이야기인 죽은 아내를 찾아 지하로 내려가 신들을 설득하고 그녀와 지하를 탈출하지만 마지막 순간 뒤를 돌아보고 말아 아내를 잃게된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헤르메스 등 신화 속 신들과 인간의 사랑과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지는 초연부터 재연까지 에우리디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김수하를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Q. 반갑다. 지난 인터뷰 때 장마를 잘 버티고 있길 바란다고 했는데, 어떻게 올해 장마 시즌 잘 보냈을까.
김수하 정말 잘 버티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확실히 더 더워진 것 같아요. 습하기도 하고 극장에서 땀이 너무 많이 나더라고요. 지난 시즌에 이렇게 땀이 많이 났었나 싶을 정도로 더웠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제가 코트를 입고 나오는데 안감이 천이 아니다 보니까 팔에 땀이 나면 코트가 잘 안 벗어지거든요. 의상팀에서 이거 코트를 뒤집어서 벗으면 절대 안 된다고 말을 해주셨었는데 진짜 땀이 나니까 코트가 뒤집어지지 않고서는 안 벗겨지더라고요. 그래서 어떡하냐면서 안쪽에 천을 대주실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것도 안된다고 해서 왜 땀 흡수 잘 되는 티슈 같은 게 있는데 그걸로 쉴 때마다 닦고 있어요. 그걸로 닦고 나면 그래도 옷이 잘 벗겨져서 그나마 다행인 거죠. 그리고 연습 때 제가 추운 연기를 하는데 땀이 조금씩 나오고 있거든요. 보면 콧등에 땀이 맺혀있더라고요. 너무 습하니까 땀이 많이 나는 것 같아요.
Q. 더위랑 추위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김수하 전 차라리 더운 게 나은 것 같아요. 제가 수족냉증이 진짜 심하거든요. 그래서 추운 게 더 싫습니다.
Q. <스웨그에이지> 이후에 어떻게 보냈나.
김수하 그 뒤로 <레 미제라블>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연을 했었고 한 달 정도 쉬고 이번 작품의 연습에 바로 들어갔어요. 늘 그렇듯 <하데스타운>이란 작품은 너무 좋은 작품이고 진짜 힐링 되는 작품이거든요. 모든 작품을 대할 때 다 힘을 얻고 가는데 그 안에서도 위로를 받고 힐링이 되는 작품이 <하데스타운>인 것 같더라고요. 공연을 하면서도 뭔가 치유되고 치료를 받는 것 같거든요.
Q.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 초연 배우들도 많이 돌아왔고 새로 참여한 배우들도 있었는데
김수하 너무 좋았죠. 안 그래도 전 작품에서 린아 언니랑 전 작품에서 같이 넘어왔거든요. 언니는 이번에 처음 참여하는 거고 저나 다른 배우들은 거의 다 되어있다 보니까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하는 언니 오빠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저는 되게 공평한 성격이거든요. 누구 하나 소외되는 걸 굉장히 싫어하기 때문에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들만 너무 친밀하게 모여있거나 하면 새로 참여한 배우들이 소외되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까 봐 중립을 많이 지키려고 노력을 했었는데, 사실 우리 작품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다 보니까 즐거웠던 것 같아요. 연습 중간에 린아 언니가 저보고 '너 친정에 온 것 같아'라고 할 정도로 말이죠.(웃음) 저에게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이겠지만 이 작품도 그만큼 저에게 편안한 곳이구나 했었습니다. 근데 그게 연출님의 덕이 큰 것 같아요. 제가 <포미니츠> 이후로 이 작품을 통해서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포미니츠> 이후로 사적으로도 계속 연락하고 이야기를 해와서 그런지 굉장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뭐랄까 제가 첫 공연 때 컨디션이 되게 안 좋았었거든요. 리허설까지 하고 목 상태도 되게 안 좋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연출님이 오셔서 하셨던 말씀이 "나는 너 자신보다 널 더 믿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공연 올라가기 전부터 뭔가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공연은 어떻게 했냐고요? 컨디션이 돌아와서 잘 끝냈습니다.(웃음)
Q. <포미니츠>도 그렇지만 이번 작품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것 같다.
김수하 연출님이 인류애가 있으시다 보니 사람 냄새나는 작품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하데스타운>을 딱 보면 인위적이지 않잖아요. 인공적이지 않고, 뭔가 내 이야기 같고 지금 이 시대 속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것 같고요. 그래서 참 좋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Q. 본지는 개인적으로 초연 때보다 이번 재연 공연 때 뭔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초연은 진짜 판타지적인 느낌이었다면 재연은 말했던 것처럼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달까.
김수하 많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저는 분명히 똑같이 했거든요? 똑같이 연습을 했는데 주변에서 '연기 많이 늘었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분명 저는 똑같이 동선을 가져갔고 손동작도 똑같았는데 말이죠.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저라는 사람도 그렇고 공연을 관람했던 관객분들도 그렇고 2년 혹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더 성숙해지고 많은 부분에서 성장하고 경험했기 때문에 보는 눈이 달라지고 한 게 아닐까 하고요.
Q. 초연 때 에우리디케를 두고 여리여리하다는 코멘트를 받았다고 들었는데, 이번 시즌에선 확실히 이 역할에 맞는 캐릭터가 입력이 된 느낌이었다. 뭔가 더 편안해진 것 같았달까.
김수하 맞아요. 편안해진 것 같아요. 제가 <렌트>란 작품을 할 때 제가 미미인지 미미나 나인지 헷갈렸던 부분들이 이번 작업을 하면서도 생겼었거든요. 그만큼 무대에서도 편안해지고 작품에서도 많이 편안해졌구나 했어요.
Q. 작품 혹은 캐릭터를 바라보거나 해석하는 부분, 혹은 어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있을까.
김수하 전에는 저를 조금 더 생각했었던 것 같거든요. 초연 때는 에우리디케를 조금 더 생각하다 보니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면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오르페우스가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더 편안하게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죄책감을 덜 느낄까 이런 것들이요. 제가 하는 모든 선택들이 다 정당화될 수 있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고 제 선택이 관객분들이 공연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나라면 안 갈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라도 저런 선택을 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의 선택과 행동에 공감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어떤 욕심이 생겼달까요. 그래서 더 제가 하는 행동이 억지스럽지 않게 하려고 더 믿게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으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Q. 에우리디케란 인물이 드러날 수 있는 서사가 적기 때문에 짧은 장면 장면들 사이에서 그 인물을 드러낼 수 있는 포인트들이 중요했을 것 같다.
김수하 맞아요. 일단 어떤 표현을 할 때에도 예전에는 추우면 이런 모션, 동작을 하겠지. 추우면 이런 표정을 지었을 거야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다면 지금은 내가 이런 걸 춥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내가 춥고 배고프다는 걸 저 스스로가 진짜 느끼려고 엄청 노력을 하거든요. 그래서 어떤 포인트들이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케미도 너무 중요하고 어떤 오르페우스가 오던, 어떤 페르세포네 언니들이 오든 진짜 이 사람이구나, 진짜 이 여신이구나라고 생각을 하고 이입하고 있어요. 저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진짜 저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보이면 뭔가 더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렇기에 저는 제가 하는 작품이나 배역이나 관객들에게 진짜처럼, 진짜 같은 그런 환상을 주고 싶거든요.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아가 아니라 쟤네 둘은 사랑을 하고 있구나 그런 모습을요. 제가 그런 환상을 채워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바라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연습할 때 어려웠던 건?
김수하 어려웠다기보다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이번에 운명의 여신에 언니들이 해야 되는 안무나 동선도 많은데 악기도 해야 되고 계속 움직여야 되다 보니까 많이 힘들어하셨었거든요. 제가 <아이다>를 할 때에도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무력감을 느끼는 게 너무 싫거든요. 전 어떤 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일만 벌어졌으면 좋겠는 사람인데 이건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Q.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김수하 제가 이번에 살을 많이 뺐습니다. 뭐랄까 춥고 배고픈 역할이다 보니 배가 고픈 상태에서 한번 공연에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기차를 올라가는 장면에서 머리가 '핑' 돌았던 적이 있어요. 그때 느꼈습니다. 에우리디케가 기차를 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상태였기 때문이구나 하고요. 그런데 그때 깨달았어요. 절대 이렇게는 공연을 할 수 없다고요. 배가 너무 고파서 힘들더라고요. 뮤지컬 배우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밥도 열심히 먹고 공연을 위해서 몸도 유지를 해야 된다는 걸 요.
Q. 밸런스를 잘 맞춰야 된다.
김수하 맞아요. 그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보이는 부분에서도 어찌 됐던 배가 고플 정도로 말라야 되는데 또 노래는 잘해야되고 그렇다고 많이 먹으면 바로 살이 찌고 하니까 이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밸런스를 찾아나가는 과정에 서 있는 것 같아요.
Q. 먹는 거 좋아하지 않나.
김수하 너무 좋아하죠. 진짜 어떡하죠? 그래도 이만큼 뺀 것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그런데 제 팬분들은 걱정을 많이 하세요.
Q. 안 그래도 말랐는데 더 마른 것 같다.
김수하 팬분들이 퇴근길에서 너무 많이 빠진 거 아니냐며 '1 그램'도 없어지면 안 된다며 건강 걱정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Q. 수하 배우가 그리고 있는 에우리디케는 어떤 인물인가.
김수하 저는 일단 실제 제 성격이 조금 많이 담겨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극 중에서 오르페우스에게 처음 자기 이야기를 할 때 진짜 제가 처음 하는 말이거든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봄을 느끼고 놀고 있는데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본 에우리디케는 절망 속에서도 웃음이 피는 걸 깨닫고 놀라거든요. 그런데 그건 진짜 웃음이기도 하면서 뭔가 긍정적인 놀라움보단 창피함, 억울함, 절망이 담긴 놀람이라서 되게 당황하고 묘한 감정들을 끌고 가요. 그러면서 이제 'All I've Ever Known'라는 넘버에서 "오래도록 홀로 외롭다는 것도 난 몰랐어"라는 말을 하거든요. 이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에우리디케가 말을 하기까지 공연에서는 몇십 분이지만 실제라면 이게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에우리디케는 그 긴 시간 동안 외로움 속에 살았을 수도 있고 짧은 시간 만에 이걸 깨달았을 수도 있지만 그 시간만큼 또 지났을 거기 때문에 더 진심이 담겨있고 그렇기에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무너지게 되는 그런 감정들이 오가거든요. 자기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누군가한테 말을 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당신한테, 내가 믿을만한 사람인지도 모르는 너에게, 나는 의심도 많은 사람인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자기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았을 에우리디케가 처음 마음의 문을 열었던 게 오르페우스였어요. 그가 공연에선 짧은 시간일 테지만 실제 시간선에서라면 긴 시간 동안 에우리디케에게 보여줬던 모습들 때문에 에우리디케는 그를 믿었고, 처음으로 믿어보고 싶었던 사람이 됐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곡을 쓰고, 어떻게 보면 일을 하면서 나를 바라봐 주지 않을 때. 더 크게 무너진 게 아닐까 싶은, 어떻게 보면 감정에 솔직한 인물이 에우리디케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는 데까지 더 빠르게 치닫는 게 아닐까 싶었고 그래서 더 감정적으로 힘들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어떻게 보면 에우리디케의 서사를 채울 수 있는, 설명할 수 있는 넘버가 한 개 정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그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넘버나 장면이 있었으면 더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 보인다.
김수하 맞아요. 그래서 이걸 압축시켜서 'Wedding Song'부터 'Livin' It Up On Top' 사이에 제가 채워 넣어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신다면 제 동선이나 행동을 잘 못 보실 수 있는데 저만 보신다면 조금 이해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Livin' It Up On Top'에서 제가 디렉을 받은 게 아니라 만든 부분들도 있는데 저는 계속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난 오르페우스, 네가 누군지 모르겠어. 네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모르겠는데 계속 관심이 가네."라고요. 뭔가 이 사람을 보면서 믿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있거든요. 그래서 계속 이 사람을 쳐다보게 되고요. 그리고 약간 이 넘버들에서 팬분들이 막 청춘 드라마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에우리디케랑 오르페우스가 꽁냥꽁냥하는 모습들이 뭔가가 뭔가 하다면서 마음이 막 보글보글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정말 감사했어요. 제가 원하는 게 그거였었는데 제대로 봐주셨구나 하고요.
Q. 에우리디케에게 오르페우스는 한 겨울 구름 가득한 날씨를 가른 한 줄기 빛이었을까. 손을 뻗기만 해도 그 뜨거움, 따뜻함이 느껴지는
김수하 따뜻해지는 그 느낌 맞아요. 손을 대고 있으면 따뜻한 그 온기가 느껴지죠.
Q. 외로움을 느끼고 있던 에우리디케에겐 그런 따뜻함도 필요했겠지만 그것보다 어떻게 보면 춥고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 돈이 더 필요했다고도 느껴진다.
김수하 네, 맞아요. 어떻게 보면 더 현실적인 부분들이, 그 문제가 그에게 직면해있었죠.
Q. 그래서 에우리디케가 더 외롭고 쓸쓸하게 기차를 타는 것 같다.
김수하 방금 말씀하신 빛을 2막 'Epic III'에서 보거든요. 그때 진짜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내가 만약 한 줄기 빛만 원했다면 이 큰 빛은 못 받아봤을 거 같단 생각이 들어요. 뭔가 마음이 채워지는 게 치유받고 치료받는 느낌이라 진짜 힐링이 돼요.
Q. 에우리디케가 하데스타운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 원인은 뭘까.
김수하 아무리 불러도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 사람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그런 생각도 해봤어요.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가 처음 만나는 남자가 아닐 수도 있다고요. 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거라고 믿었는데 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였을 때, 결국 이 사람도 똑같구나 하고요. 결국 나를 더 외롭게 하고 다시는 바라봐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 싶었어요. 갑자기 생각이 난 부분이 있는데 오르페우스가 하데스의 허락을 받고 에우리디케와 걸어갈 때 의심이 찾아오는 순간 여신들이 표현을 하는 게 있거든요. 그때 그 표현하는 게 제가 초반부에 하데스타운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전 여신들의 모멘트들이랑 비슷하거든요. 제가 느끼기에는 나도 모르게 얘도 똑같을 것 같아라는 의심이 들게 만드는 것 같거든요. 여신들이 '너 지금 의심하고 있어. 진짜 쟤가 다를 거라고 생각해? 아니, 너의 등에 칼을 꽂을걸? 만약 네가 진짜 얘한테 의심이 없었으면 하데스가 어떤 달콤한 말을 해도 오지 않았을 거야'라고 말을 해요. 그런데 그게 사실 여신들이 어떤 말을 하거나 지적하거나 공격을 했던 게 아니라 제 안의 이야기들이었던 거죠. 내 안에 있는 의심. 누군가를 향한 의심도 있고 저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있는 거죠.
Q. 어떤 일을 하거나 선택을 해야 될 때 의심이 들지 않나.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하는 편인가.
김수하 그때그때 다른 것 같지만 저는 좀 겁이 많거든요. 주변에서 저를 볼 때는 제가 무조건 '고!'라고 할 것 같다고 보시지만 저는 진짜 겁이 많아요. 사람들이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할 거면 하겠다는 걸 많이 보고 듣는데 저는 조금 더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Q. 욕심이 없는 편은 아니지 않나.
김수하 맞아요. 욕심이 없지는 않은데 겁이 많아요. 지금은 전보다 더 많아졌고요.(웃음) 1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다른 것 같거든요. 뭔가 겁이 많아졌다는 게 부담감이라는 게 생겼거든요.
Q. 지금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선배님들, 몇 년 혹은 몇십 년 공연을 해온 그들을 보면서 많이 보고 배우면 되지 않나.
김수하 맞아요. 진짜 신기한 건 제가 이제 소개할 때 "마지막 영혼" 하고 제가 나오기 진전까지 정말 엄청 떨린데 진짜 신기하게 무대 위로 딱 나가는 순간 모든 잡생각이 사라지고 하나도 안 떨려요. 그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지금도 매번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 덜덜 떨고 리허설을 하면서도 지금이라도 관두고 그만둔다고 할까라는 생각을 계속하거든요. 내가 왜 한다고 했지 막 이러는데 딱 올라가면 뭔가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확 집중되고 몰입이 되더라고요. 정말 신기해요.(웃음)
Q. 천생 배우 할 팔자인가 보다.
김수하 천직인가 싶다가도 그럼 그전에는 왜 그렇게 떨리는 건지 궁금하기도 해요.
Q. 어떤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배우가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예전에 무대에서 봤을 때는 진짜 그냥 논다는 느낌이 났다면 지금은 전보다는 그래도 주변을 바라보고 누구든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김수하 그런 걸까요. 어떻게 보면 제가 예전에 무대를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라고 표현을 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전혀 아니에요.
Q. 해야 될게 많다.
김수하 열심히 해야죠.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웃음)
Q. 하고 싶은 공연은 아직도 많을까.
김수하 아뇨. 요즘엔 점점 없어지고 있어요. 진짜 신기하게도 어떤 작품이나 배역에 대한 욕심이 없어지고 점점 더 현실적으로 바뀌고 있거든요. 전에는 막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내가 하면 저런 작품이나 배역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막 그랬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조금 내려놓았다고 해야 될까요? 그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 거라면 오겠지 하면서 좀 변해가더라고요.
Q. 하데스타운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이제 지상으로 올라가는데 극 중에선 오르페우스가 앞서고 에우리디케가 뒤에서 같이 올라가지 않나. 본인이라면 앞설 것인가 아니면 뒤따라 올라가는 선택을 할 것인가.
김수하 제 공연을 보고 저를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이끌고 갈 것 같다고 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좀 당찬 이미지가 있잖아요. 뭐 저도 몇 년 전이라면 제가 이끌고 간다고 했을 것 같은데, 앞서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제가 겁이 진짜 많거든요.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걸 선택하고 싶기 때문에 저는 앞서기보다는 차라리 뒤따라 가고 싶어요. 기자님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으세요?
Q. 본지는 뭔가 뒤에 따라간다는 게 더 힘들고 괴로울 것 같아서 앞서고 싶다. 그리고 일단 그 문을 무조건 열어보고 싶어서 어떤 고통이나 의심이 들더라도 일단 문을 열어보지 않을까 싶다. 뒤에서 앞선 이를 바라볼 때 그의 힘든 모습을 보는 게 더 괴로울 것 같아서 반대로 무섭고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김수하 전 뒤에서 가는 게 더 안 괴로울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오르페우스라면 저는 너무 괴로울 것 같거든요. 그리고 뒤를 돌아볼 것 같아요. 진짜 저희 생각이 완전히 다르네요.(웃음)
Q. 작품 속 에우리디케의 입장에서 오르페우스를 바라볼 때 어떤 감정이나 느낌을 받나.
김수하 날마다 다르긴 한데 어떤 날은 두 사람이 하데스타운을 떠나는 그 순간 오르페우스가 돌아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나라도 그랬을 거니까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그런 날은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봤을 때 놀라긴 하지만 그래서 더 오르페우스를 이해하고 그를 진정시켜줄 때가 있거든요. 그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그를 위로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또 어떤 날엔 진짜 믿고 우리 꼭 나가서 행복하게 살자는 마음으로 따라갈 때도 있고요. 그래서 그가 그 문 앞에서 뒤를 돌아봤을 때 더 무너질 때가 있어요.
Q. 만약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었다면 그들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됐을 것 같나.
김수하 진짜 생각을 안 해봤었는데, 디즈니처럼 해피 에버 애프터 하면서 끝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디즈니에선 이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하고 끝이 나는데 잔혹동화나 진짜 몇몇 동화들은 행복하게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처럼 완벽한 행복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거든요. 저는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만약 성공해서 하데스타운을 떠난다고 해도 오르페우스가 뒤를 돌아본 것만큼의 충격적인 일들이 또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 그때 가서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그래도 둘 다 한 번 큰 사건사고를 겪었으니까 전과는 조금은 다른 방향의 결말로 갈 수 있지 않을까.
김수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거든요. 어느 순간 오르페우스는 또 노래를 쓸 수도 있고 저는 또 하데스타운으로 향할 수도 있죠.
Q. 만약 노래를 정말 빨리 쓴다면?
김수하 그럼 이제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다 생긴 세계에서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버스킹을 할 거예요. 이제 오르페우스로 돈을 벌 수 있는 거죠? 그럼 저는 의상을 책임 지거나 얘가 노래를 할 수 있게 서포팅을 해줄 것 같아요. 그리고 어쨌든 저희 둘이 좀 큰 이슈가 있었으니까 신과 인간이 있는 그 세계에서 셀럽이 돼서 광고도 찍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해시태그 광고도 좀 받고 아침마당 같은데 나가서 "하데스타운은 어땠나요?"이렇게 인터뷰도 하고요.
Q. 행복한 엔딩을 생각하니 확실히 본 작품에 엔딩이 더 깊이 다가오는 것 같다. 그들의 끝없는 만남과 이어지지 못한 사랑,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인연.
김수하 근데 그게 진짜 배우로서 괴로울 때도 있거든요. 언제는 딱 첫 장면에서 형균 배우님의 오르페우스를 마주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던 적이 있어요. 근데 오빠도 저를 보고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서로를 알아보고 마치 미래를 아는 것처럼, 그게 너무 아팠던 기억이 있거든요.
Q. 그게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기시감이 든다는 게 그들은 그 루프 속에 빠져있으니까. 공연을 보는 관객들도 처음 볼 때와 두 번째로 공연을 볼 때 해석과 감상이 달라질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이어서 이번 시즌 최정원 배우가 합류했다. 공연을 봤을 때 어떤 신의 존재보다 어머니에 가까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다른 헤르메스들이 이야기꾼처럼 느껴졌다면 정원 배우는 뭐랄까 어머니가 읽어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달까.
김수하 맞아요. 진짜 엄마, 어머니 같아요. 극 중에서 진짜로 에우리디케의 엄마 같으면서도 오르페우스의 엄마 같기도 하거든요. 너무 좋고 편안해요.
Q. 뭔가 그 손짓 하나하나 아우라가 있다고 해야 될까. 엘레강스한 헤르메스처럼 느껴졌다.
김수하 연륜일까요? 언니는 옷으로 몸을 다 가리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되게 섹시하고 제가 극 중에서 '왜 내가 저 사람이랑 결혼을 해요?'라고 말을 했을 때 "너에게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사람이니까"라고 말을 하는데 이 대사가 지금까지 다른 오빠들과 연기했을 때 들었던 대사들과는 다르게 정말 뭔가 엄마가 남자친구를 인정해 주는 느낌이랄까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되게 새로웠었거든요. 그리고 저희 엄마랑 동갑이시거든요. 엄마랑 친구세요. 둘이 막 통화하고 그러세요.(웃음) 어쨌든 나보다 많이 산 사람으로서 저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더 많이 살고 경험하고 봐왔던 사람이 그걸 알고 이야기를 해주는 느낌이라서 제가 기차를 타려고 코인을 넣으려고 할 때도 언니는 안 넣었으면 좋겠다는 걸 되게 풍길 때도 있고 포기해버릴 때도 있는데 되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여자로서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감정들이나 공감대가 있어서 확실히 오빠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헤르메스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Q.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오르페우스 민석 배우는 또 어떤가.
김수하 저는 연습실에서 런을 도는데 마지막에 본인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대사를 할 때 느낌이 딱 왔던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보면 기대를 안 했었는데 이 때 모습을 보고 진짜 놀랐거든요.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저는 알아요. 집중하기 어렵고 연습을 하면서도 진짜 많은 생각들이 오갔을 텐데, 그걸 정말 끝까지 집중하고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는 모습에서 진짜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지금은 장난 아닌 장난으로 대선배님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지만 제가 오빠보다 몇 번 더 작품을 해본 사람으로서 인정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사실 제가 작품으로 더 먼저 시작을 했다 뿐이지 가수 생활을 시작하는 동안 저는 뮤지컬을 시작해서 9년 차가 똑같더라고요. 오빠는 9년 동안 가수로 활동을 해왔고 저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한 거잖아요. 그 기간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고, 저보고 가수 활동을 하라고 한다면 저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쉽게 할 수 없다는 일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되게 멋있었고 고마웠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노래만 한다는 것과 연기를 하고 노래를 한다는 건 조금 다른 거잖아요. 그래서 민망할 수도 있고 고민이 많았을 텐데, 진짜 본인이 더 욕심을 내서 형균 오빠한테 먼저 찾아가서 "형, 이때는 연기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다른 장면들을 보고 묻고 찾아가는 모습에서 같이 연기하는 배우로서 되게 고마웠고 멋있는 배우였습니다.
Q. 민석 배우도 욕심이 많나 보다.
김수하 맞아요. 많이 있어요.(웃음)
Q. 이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사건사고가 있다면.
김수하 연습실에서 런을 돌 때 꽃을 안 들고나갔던 적이 있어요. 사실 지난 시즌에 두세 번 정도 그랬었거든요. 그게 문제가 코트에다가 꽃을 넣는데, 중간에 코트를 뺏기거든요. 그래서 코트에 넣어둔 꽃을 빼서 조끼에다가 넣어놔야 돼요. 그런데 그걸 자꾸 안 넣어두니까 이제 소품팀이 따로 나와서 대기를 하게 됐습니다.(웃음) 소품 팀장이 저랑 동갑인 친구인데 이제 무대에서 나와서 꽃을 보여줘요. 그리고 조끼에 넣는 것까지 보여주고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있어요. 그렇게 해도 뭔가 바쁠 때는 저도 모르게 꽃만 들고나가려고 했을 때도 있었고요.
Q. 이 장면만큼은 꼭 보고 가야 된다 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다면?
김수하 저는 오르페우스의 'Wait For Me'란 넘버요. 극장에서 첫 테크를 할 때 램프와 빛을 보고 넋이 나갔었거든요. 처음 봤던 그때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어요.
Q. 테크로 조명 컨트롤하는 거였나.
김수하 다는 아니고 배우들이 연습해서 속도나 방향을 다 맞췄어요. 지금도 보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죠. 가끔 이제 댄스 캡틴 오빠랑 연습을 하는데 보면 진짜 멋있어요. 그리고 이제 일꾼들 머리 위의 라이트가 극 사이사이 등장하는데 너무 이쁩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처럼 재연에 들어오면서 다들 더 이입을 빠르게 했고 빠르게 동화되고 체화돼서 더 그 장면을, 그 장면뿐만 아니라 모든 장면을 빛내고 있지 않나 싶어요.
Q. 몇 번을 봐야 될지 모르겠다.
김수하 무조건 모든 캐스트를 다 보셔야 됩니다.(웃음)
Q. 이 작품이 다시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있을까.
김수하 우리는 끝도 없이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죠. 우리가 희망을 노래하고 있고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은 그걸 느낄 거라 믿어요. 우리 배우들은 그걸 믿고 있었고 초연도 그렇고 재연에서도 그걸 전달하고자 했었거든요. 초연이 끝나고 언제 다시 올라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걸 느꼈고 기다려서, 어떻게 보면 배우들이 다 함께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김수하 어느 뮤지컬에서도 볼 수 없는 <하데스타운>만의 힙함이 있다. 힙한 곡들을 좋아하신다면 바쁘시겠지만 공연장으로 오세요! 천장이 뚫릴 만큼 다들 노래하고 있습니다.
한편,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지난달 7월 개막해 오는 10월 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하데스타운>은 2019년 토미 어워즈 뮤지컬 관련 부문 중 14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됐으며,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음악상, 편곡상, 조명상, 무대 디자인상 등 8개 부문을 쓸어담았다. 또한 외부비평가상 6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