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제작사 HJ컬쳐의 뮤지컬 <살리에르:질투의 속삭임>(이하 '살리에르')가 지난달 세 번째 시즌 개막을 알렸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러시아 대문호 푸쉬킨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원작을 모티브로 만든 뮤지컬로 살리에르의 질투와 열등감을 담은 뮤지컬이다.
살리에르의 음악과 일생을 재조명하는 이번 작품에서 본지는 궁정음악가로서 명예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살리에르' 역에 배우 백인태, 젊은 천재 '모차르트' 역의 배우 이동수, 의문의 남자 '젤라스' 역의 김준영 배우를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Q. 인사 및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백인태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 <살리에르>에서 살리에르 역을 맡은 배우 백인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동수 안녕하세요. 뮤지컬 <살리에르>에서 모차르트 역할을 맡은 배우 이동수입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Q. 준영 배우는 지난 인터뷰 때 1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안다치고 공연하고 있길 바란다고 했는데, 어떻게 잘 하고 있는 것 같나.
김준영 그런 것 같아요. 다행히 잘 살아있고 열심히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뮤지컬 <살리에르>에서 젤라스 역을 맡고 있는 배우 김준영입니다.
Q.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했나. 이전 작품을 봤다거나 알고 있었을까.
백인태 저는 일단 작품은 봤던 적이 없어요. 이번 작품 이전에 <파가니니>라는 뮤지컬로 인연을 맺게 됐고 제가 한없이 부족하나 좋게 봐주셔서 이번 작품까지 연결이 된 것 같습니다.
이동수 저도 본 적은 없었고, HJ컬쳐랑은 이번에 처음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제의 연락이 들어와서 처음으로 참여했고 같이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김준영 저는 하라고 해서... (웃음)
백인태 너희 회사 건데 해야지
김준영 농답입니다.(웃음) 사실 <살리에르>는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들었던 작품이었어요. 초연, 재연 때 이런 작품이 올라갔다고 들었던 작품이었는데 직접 보진 못했었고 이 작품이 HJ컬쳐의 작품이란 걸 회사에 들어와서 알게 됐죠. 그리고 언젠가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 올라오게 됐고, 감사하게도 제가 같이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하단말을 전하고 싶네요.
Q.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
백인태 처음 대본을 읽고 나서 딱 들었던 생각은 우리가 뮤지컬을 볼 때 재밌는 스토리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와서 보는 것도 있지만 자기의 드러나지 않았던 모습들이 인물이나 상황에 묻어 나오는 걸 보면서 정신적인 치료를 받기도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잖아요. 몰랐던 나를 다시 되돌아볼 수도 있고요. 그런 감정들 중에서 우리는 누구나 질투를 하고 산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게 긍정적일 수도 나쁠 수도 있지만 그 질투라는 감정이 우리 작품에선 젤라스라는 인물로 분했어요. 누구나 질투를 하기도 혹은 느껴봤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젤라스란 인물로 보이다 보니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나한테는 젤라스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동수 저의 감상은 조금 반대랄까요. 처음 봤을 때는 어디까지나 젤라스란 인물이 살리에르의 질투에서 발현된 의인화된 인물이었고 모차르트 같은 경우에는 살리에르가 질투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해서 제가 모차르트다 보니 제 입장에서 더 깊게 봤었거든요. 사실 극이 가볍진 않았던 것 같아요. 상당히 무거운 편이었고 소재도 소재인 만큼 기존의 여타 작품들에서 보였던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발랄함 이런 것들보다는 더 많은 걸 보여줘야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젤라스란 캐릭터도 사실 살리에르의 질투심에서만 나올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고 모차르트에게도 젤라스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질투를 한다고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사실 해석이 많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았어요. 모차르트 자체도 오히려 모차르트가 살리에르를 질투했기 때문에 살리에르의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여러 방면으로 해석을 이어나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김준영 저는 대본도 대본이지만 먼저 영상으로 작품을 봤었어요. 영상으로 보면 실제 공연장에서 하는 것만큼의 집중도나 현장감을 느낄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2시간 30분가량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거든요. 사실 이 작품의 폼 자체가 대극장에 맞는 폼인데도 불구하고 살리에르라는 인물의 심리를 깊이 잘 다룬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동안 많은 작품을 접했던 관객들도 이 인물들을 통해서 새로운 느낌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각자가 바라본 서로의 캐릭터는 어떤가.
백인태 스스로가 아니라 각자요? 음... 우선 제가 살리에르라는 인물은 천재임은 분명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그 당시에 궁정음악가로서는 정말 최고의 주가를 누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살리에르가 바라본 모차르트는 이미 천재고 돈과 명예도 가지고 있는 자신보다 뭔가 따라갈 수 없는 그런 존재처럼,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죠. 그런 인물이 모차르트인 것 같고, 우리 질투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는 젤라스는 4명의 배우들이 연기를 하거든요. 각자 다 다른 느낌의 질투거든요. 누구는 제 마음속에 있는 악의가 나와서 나쁜 짓을 하라고 꼬드기는가 하면 누군가는 절 사랑해요. 그래서 네가 잘 되기 위해서 내가 이러는 거야 그러니까 이건 나쁜 길이 아니야라며 속삭이기도 해요. 그래서 정말 단순한 느낌보다는 여러 느낌이 오가는 캐릭터들인 것 같았습니다.
이동수 저는 좀 간단한데 일단 형님들이 많다 보니까 느껴지는 감정들이 배우들마다 다 다르거든요. 일단 살리에르를 통틀어서 말해보자면 인정을 하지만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은 척을 하는 것 같은 인물이었어요. 제가 느낀건 속으로는 분명히 인정을 하지 않았을까 였는데 왜냐하면 모차르트가 궁정악장을 찾아갔다는 게 그가 그냥 놀러 간 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모차르트는 살리에르에게 어떤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에 그를 향해 자신의 천재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그를 존경했다고 봤어요. 이어서 젤라스 같은 경우에는 저의 입장에선 되게 많은 해석이 들어가는 것 같아요. 질투라는 게 저한테는 두려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그의 아버지, 상상 속 아버지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고 봤었거든요. <아마데우스>란 영화에서 레오 폴트라는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검은색 옷을 입고 나오는데 모차르트의 입장에선 그가 질투의 화신이기도 하면서 아버지의 그림자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런 인물이 될 수도 있지 않나란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모차르트가 레퀴엠이란 곡을 쓰고 있을 때 이런 생각들이 많이 겹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도 같았고요. 작품 속에서 모차르트는 자신의 천재성으로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았지만 벌여들였던 수익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엄청 많은 빚을 졌었고 그걸 갚기 위해서 곡을 쓰고 있었어요. 그가 천재인 걸 다 떠나서 곡을 쓴다는 것이 좋아서, 행복하기 위해서 한다는 것보다 큰 고통에 가까웠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모차르트가 젤라스를 발견하죠. 제 입장에서 봤을 때 젤라스는 질투심도 질투심이지만 제일 큰 건 두려움이지 않나 싶어요.
김준영 저는 일단 영상으로 공연을 접했을 때도 그렇고 연습을 할 때에도 공연을 하면서도 젤라스의 입장 그리고 살리에르의 입장에 몰입하다 보니까 엄청 숨이 막히더라고요. 내가 저 사람의 입장이었으면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압박감과 불안함을 느꼈겠구나, 살리에르라는 인물은 이걸 계속 가지고 있었고 그걸 내내 표현해요. 제가 그들이 어떤 상황이었고 느낌을 받았는지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살리에르를 바라보고 있으면 저도 숨이 막히는 것 같고 가슴이 막 쪼아든다는 느낌을 받고는 했었던 것 같아요. 반대로 모차르트라는 인물은 우리 작품에서 서사적인 부분이 많이 드러난 인물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워낙 많은 작품에서 그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가 엄청난 천재고 그렇기에 행복했겠지를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가 저 사람들 속에서 과연 행복했을까, 어떤 괴로움은 없었을까란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우리 작품 속에서도 모차르트란 인물이 고뇌하고 그 또한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끼거든요. 내가 최고라고 생각을 했는데 선택받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과 반대로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사랑받는 인물 이들이 가진 모습과 보이지 않는 모습까지 이들을 보면서 저는 그냥 평범하게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이 작품을 하면서 들었던 것 같거든요. 범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었습니다. 저는 절대 감당할 수 없었을 것 같거든요. 그 부담감과 압박감을 어떻게 이겨냈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Q. 준영 배우가 바라본 동수 배우의 모차르트는 어떤 느낌이고, 반대로 동수 배우가 바라본 인태 배우의 살리에르, 인태 배우가 바라본 준영 배우의 젤라스는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김준영 일단 동수는 무대에서 보면 좀 멋있어요.(웃음) 되게 있어 보이거든요. 동수 모차르트는 누가 봐도 약간 동네에서 제일 잘나갈 것 같은 친구이자 기행을 하면서도 어떤 밸런스를 잘 잡고 있는 친구인 것 같더라고요. 모니터를 하면서도 그랬고 본 공연에서도 이 친구는 밸런스를 너무 잘 잡아줘서 저에게는 극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모차르트인 것 같아요. 특히 드라마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줍니다.
이동수 제가 바라본 인태 형의 살리에르는 한마디로 올곧은 사람, 절대 어떤 것 하나도 요행을 바라지 않는 살리에르에요.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안타까운 인물이죠. 마지막 '라 크리모사'를 할 때 절규하는 모습이 있거든요. 그때 진짜 많이 안타까운 사람이었어요. 왜냐하면 그게 모차르트의 마음인지 저 이동수 본인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속 모차르트는 그때쯤 상황을 어느 정도 깨닫지 않을까 싶었어요. 내가 천재라고 생각한 것이 아닌 그냥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나를 알아줄 것이고 그랬으면 되는 것인데 내가 이거에 너무 목을 맸구나란 생각도 들면서 그렇게 나 자신이 무너졌다는 걸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면서 살리에르에 대한 생각도 모차르트는 천재로 인정하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그가 자신처럼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젤라스가 잔을 건넬 때 오히려 모차르트는 해방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었어요. 미움이란 감정보단 동경했던 대상이 나를 위해 절규하는 게 안타깝고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런 인태 형의 살리에르인 것 같습니다.
백인태 제가 보는 준영이의 젤라스는 4명의 젤라스 중에서 저를 제일 사랑하는 느낌을 주는 젤라스라고 봤어요. 젤라스가 어떻게 보면 극 중에서 제가 당했던 수모로 인행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는 상황에서 인격체로 연결돼서 같이 화를 내준다거나 내면에서 뭔가 나쁜 마음이 들끓을 때 그가 등장해서 자기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정말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야 하면서 뭐가 문제냐고 말을 하거든요. 우리가 악의 없는 친절이 가장 무섭다잖아요. '널 위해서 사람을 죽였어'이런 느낌을 가장 많이 받는 젤라스 였어요.
Q. 이번 작품에서 모차르트가 다른 매체에서 그려진 캐릭터와는 달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김준영 모차르트의 서사를 굉장히 좋아했는데 저는 모차르트라는 인물이 마냥 천재이고 자신만의 세계에서만 살았던 인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도 어떤 깊은 고뇌가 있다고 생각을 했었고 거기에 더 집중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동수 저도 그 부분에 더 집중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이미 알려져 있는 모차르트의 모습들은 저도 알고 있고 관객들도 알고 있거든요. 어쨌든 우리 작품의 주인공은 모차르트가 아닌 살리에르고 작품의 부재가 '질투의 속삭임'이잖아요. 물론 살리에르의 질투 일수도 있지만 그게 살리에르만의 질투는 아니었을 것 같더라고요. 연습 과정에서 살리에르 혼자 질투의 속삭임을 듣는가를 생각해 봤었고 그렇다면 이 작품이 완성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무언가를 할 때 다른 누군가에서 질투를 느낄 수 있고 모든 배우들과 관객들 모두가 질투를 할 수도 있고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봤고 그게 우리 작품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작품에 더 빠져들 수 있는 포인트라고 봤어요. 그리고 어쨌든 우리 작품은 실존 인물들을 상상해 만든 인물들이니까 이런 모차르트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백인태 그냥 인간 세상의 이야기가 맞아요. 다만 살리에르란 인물과 모차르트란 인물의 이야기로 풀어졌을 뿐이죠.
이동수 그렇죠.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모차르트 세 명의 배우들이 다 달라서 제가 뭐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저는 형들이 말해준 것처럼 준비했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Q. 세 사람에게 뮤지컬 <살리에르>는 어떤 작품인 것 같나. 부재가 왜 붙었을까.
백인태 저는 초반에 이야기를 했지만, 우리가 느끼는 어떤 결핍을 이 뮤지컬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고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준영 모차르트를 메인으로 살리에르의 이야기를 살짝 덧붙인 작업물은 정말 많은데 우리 작품처럼 살리에르에게만 집중해서 그의 심리나 서사를 그리는 작품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젤라스라는 관념 캐릭터를 시각화했기 때문에 오히려 정말 보시는 분들이 그의 내면에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이동수 저는 이번 뮤지컬 <살리에르>를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한 그리고 나 자신을 내가 인정하기 위한 모습들이 보이는데 나 자신을 비판한다기보다는 누군가를 탓하면서 비판한다는 게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던 거고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쨌든 픽션이지만 이 작품이 우리에게 더 다가오는 것 같고, 거기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가들의 이야기들을 보면서 자기 자신 또한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들인데 어떻게 질투나 욕심을 느꼈던 적이 언제 있을까. 개인적으로 그런 게 없다고 한다면 프로의 단계까지는 못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김준영 그래서 다양한 방법들이 저는 관객들한테도 이 질투라는 마음을 잘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거든요. 방향성이 남으로 향하지 않고 나에게 저 스스로에게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긍정적인 힘으로 바꿔나갔으면 좋겠고 저도 그런 방향성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남을 해하거나 문제를 발생시키는 게 아니라 질투란 마음은 어떤 방향성이나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아주 좋은 자원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런 마음이나 생각이 들면 제 내면을 다스린다거나 혹은 저 스스로를 되돌아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백인태 눈빛만 봐도 그게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김준영 그래서 이 공연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질투나 마음을 잘 이용해서 삶의 원동력, 자기가 하는 어떤 일이나 생각에 원동력으로 잘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를 하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백인태 만약 예를 하나로 들었을 때 제가 진짜 싫어하는 사람인데 걔가 너무 잘하고 있고 잘되고 있으면 저는 여러 감정이 들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욕심도 있고 질투도 가지고 있고 누군가를 응원을 할 수도 있는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김준영 만약 조절이 안됐다면 젤라스가 이제 오는 거죠.
백인태 와서는 '저 기억 못 하세요?'라고...
김준영 그렇다고 저는 약을 주면서 모두를 죽이라고 하진 않을 거거든요.
백인태 그랬으면 감옥에 있지 않을까요?
김준영 저는 사람마다 젤라스가 나오는 힘과 방향성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에 대해서 그가 얼마나 투자하고 노력하고 성과를 냈는지에 따라서 그의 풍파 속에서 얼마나 잘 견뎌왔고 그가 그 일에서 얼마나 많은 인정을 받았는지까지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냈던 사람에게 더 큰 힘과 생명을 가진 젤라스가 나와서 말을 걸지 않나.
백인태 질투라는 게 저도 어릴 때 많았어요. 예를 들면 저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인터넷에 너무 많았어요. 저보다 축구를 잘할 수도 있고 농구를 잘 할 수도 있고 노래를 잘하고 연기와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들을 보면서 나보다 잘하네 하면서 질투를 느꼈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저를 되돌아볼 수 있었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질투나 욕심이란 감정은 좀 줄어들고 자기 스스로한테 집중이 된 것 같거든요. 제가 그 사람이 아니란 걸 인정하고, 제가 가진 거에서 제일 잘할 수 있는 걸 찾고 그걸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해서 지금의 제가 있고 그렇게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동수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이 너무 질투가 납니다. 제 지인들 중에서도 있거든요.(웃음)
백인태 질투가 난다는 건 젤라스가 나온다는 것이죠.
이동수 이건 진짜 어떻게 해도 없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뭘 먹으면 먹는 대로 바로 살이 찌거든요. 그러다 보니 몸매 관리를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 돼요. 몸매 관리를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써야돼요. 주변에서도 저한테 그렇게 많이 말씀해 주셨죠. 그래서 데뷔하고 나서 공연을 하면서도 열심히 관리 중이에요. 많이 빠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빼고 싶어서 저는 더 열심히 노력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너무 부러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앞에 준영이 형이 있는데 진짜 너무 멋있거든요. 검은 옷을 입고 있으면 진짜 멋있어요. 저한테 질투는 그런 부분들에서 났던 것 같고 예전엔 그로 인해서 저를 탓해야 되는 상황이 많았다면 지금은 오히려 저 자신을 가꿀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고 제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오히려 좋은 방향성으로 바뀌지 않았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주변에 더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럴 수 있는 배우가 되길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준영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제 분수를 몰랐을 때는 질투란 감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제 분수를 아니까 누군가에게 그런 질투심을 느끼진 않게 되더라고요. 물론 순간순간 부럽다는 감정이 들긴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런 것들을 굉장히 경계를 하는 편이 됐습니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그런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안 좋게 되는 걸 많이 봤거든요. 저조차도 초등학교 때 승부욕이 엄청나서 운동을 엄청 했었고 제대로 안되거나 더 잘하는 친구들을 봤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었거든요. 그게 엄청 심해서 저 스스로를 괴롭혔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걸 다 깨닫고 나서는 오히려 잘하는 사람을 보면서 배우기도 하고 그 모습이나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고 물어보면서 장점을 배우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이 부러워서 그를 깎아내리려고 하는 사람은 굉장히 추하다는 걸 깨달았었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 경계하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백인태 나이가 들면서 그런 감정들이 나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인지하잖아요.
김준영 맞아요. 적당한 질투심,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질투는 나에게 긍정적일 텐데 그걸 넘어서는 순간 문제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백인태 동기 부여가 돼야 하고, 그게 원동력이 돼야 하는 것 같아요,.
김준영 나는 내가 질투를 잘 다룰 수 있어. 질투가 나를 다루는 게 아니라 내가 젤라스를 다룰 수 있어. '젤라스 이리 와'라고 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시간을, 배움의 시간이 필요한 거죠.
이동수 동기부여라는 게 진짜 맞는 것 같아요.
김준영 그렇게 되면 젤라스와 잘 놀 수 있지 않을까요? 저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저와 잘 놀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엄청난 동기 부여와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저 좀 잘 다뤄주세요!
백인태 그런데 이 뮤지컬에선 네가 날 다뤄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네.
김준영 그건 어쩔 수 없죠.
Q. 분위기를 바꿔서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김준영 저는 이거밖에 없는 것 같은데 마지막 노래 연습을 하는 데, 규원 배우님이 저를 펜촉으로 찌르는 장면이 있는데 우리가 다 처음 하다 보니까 본인 다리를 이제 살짝 찌르셔가지고 상처가 났었던 적이 있거든요.
백인태 저도 있었을 때의 일인데 팬을 휘두르는 장면이 있고 그다음에 이어가는데 두 번째 장면에서 휘두르면서 다리를 찌른 거죠. "젤라스"라고 부르면서 바로 '아악!' 소리를 냈었던 적이 있습니다.
김준영 피가 났었거든요. 진짜 웃으면 안 되는데 그 상황이 다들 놀라기도 하고 웃어서 기억에 남더라고요.
백인태 사실 그 이야기 안 하려고 '뭐, 있었어요?' 했는데 이야기를 옆에서 해줘서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네요.(웃음)
Q. 그래도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다.
백인태 펜촉이다 보니까 뭔가 큰 상처라기보다는 피가 몽글몽글 몇 방울 나왔죠.
김준영 그래도 깊은 상처가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이동수 저는 공연할 때 카트리나와 만남 장면이 있거든요. 엉덩이를 맞는 장면이 있는데 일부러 연습을 하면서 더 장난을 치면서 준비를 했던 게 있었고, 후반부에 독약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이게 엄청 새콤하고 달달한 맛이 나는 음료를 물에 타서 준비를 하거든요. 연습 때 였었는데 이걸 물에 타두어야 하는 상태여야 했었는데 제가 원액을 그대로 들이켰던 거죠. 진짜 목을 넘어가는 순간 눈이 번쩍뜨이더라고요. 그렇게 먹고 나니까 입에 계속 침이 고여서 고생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백인태 그것도 있고 처음 동수를 만났을 때 동수가 저를 엄청 따라다녔던 게 생각이 나요. 나중에는 뭐 진짜 바늘과 실처럼 저한테 계속 붙어있더라고요.
이동수 노래를 너무 잘하고 좋아하는 형이기도 하고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셨었거든요. 사실 그러기 쉽지 않을 텐데 저 뿐만 아니라 같이 작업을 하는 배우들한테 도움이 되는 게 있으면 이야기도 많이 해주고 도와주셔서 형을 많이 따랐죠.
Q. 같이 작업을 하고 있는 형님들을 보면서 많은 걸 배웠을 것 같다.
이동수 맞아요. 너무 부럽고 배울게 많은 형들이거든요. 제 복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형들이 진짜 좋은 말만 해주시는 게 아니라 제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부분들을 짚어주시고 몰랐던걸 제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셔서 조금 더 성장할 수 있었던 작업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백인태 사실 동수가 워낙 잘해서 제가 뭐 따로 가르친 건 없어요. 본인이 궁금한 걸 되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는데 저는 그 정도의 욕망은 배우에게 필요하다고 봤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지 못하면 얻어 갈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을 하는 데 그걸 정말 귀엽게 옆에 와서 "이건 어떻게 해야 돼요?"라고 물어보는데 저는 정말 우는 아이한테 젖 한 번 더 준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리고 그건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체면을 떠나서 가져가야 될 욕망이라고 생각해서 동수가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보인다고 해야 될까요? 계속 물어보고 더 잘하고 싶어 하는 게 보여서 이 모습이 너무 이뻐서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가르쳐 줬던 것 같아요.
Q. 이어서 다 좋은 장면들이겠지만 이 장면, 이 넘버만큼은 꼭 보고 듣고 가야 된다는 장면이나 넘버는?
백인태 저는 '오! 모차르트!'라는 넘버에서 동수 씨가 엉덩이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거든요. 이 장면은 꼭 봐야 되지 않을까... 왜 앙상블 배우님들이 동수의 엉덩이를 그렇게 세게 때리는지 이 친구가 엉덩이에 자신이 있는지 봐주셔야 됩니다.
이동수 점점 붓고 있는 것 같아요.
김준영 동수가 아니라 엉수라고 불려야 되지 않나.
이동수 형들이 이렇게 저를 엄청 놀려요. 이게 만약 인태 형의 살리에르라면 저는 무조건 '라벨라'요. 오페라 장면이 진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진짜 1막으로 끝내야 될 정도로 너무 좋거든요.
백인태 진짜로 맨날 이게 끝나면 막을 내려야 된다고 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준영 제가 골방에서 연습을 하면서 대본을 보고 있는데 막 환호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그래서 '1막 끝났어?' 하고 나왔는데 다른 배우들이 '아니, 오페라 끝났어'라는 거예요. 그 정도로 압도적인 장면이지 않나 싶습니다.
이동수 공연장에서는 볼륨 조절을 하겠지만 연습실에서는 진짜 옆에서 배우들이 열심히 부르는 데 그 안에서 형의 목소리가 딱 뚫고 나왔거든요. 압도적이라는 말이 딱 형을 위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백인태 제가 아무래도 성악을 전공했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오랜만에 진짜 성악을 해볼게 하고 이렇게 했던 거였거든요. 제목도 오페라니까 이제 한 번 하는 거죠.(웃음)
이동수 그걸로 알람을 맞춰놓으면 진짜 바로 일어날 수 있을 거예요. 알람이 울리면 '몇 시지?'하고 자다 깨서 시계 보고 바로 자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걸 알람으로 해두면 진짜 소리가 들리면 바로 일어날 겁니다.
백인태 저는 진짜 마지막의 마지막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리프라이즈' 장면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김준영 왜냐하면 저희가 정말 힘들게 하고 있거든요. 이 장면은 진짜 꼭 보고 가셔야 됩니다.
백인태 사실 준영 배우랑은 2년째같이 하고 있거든요. 눈빛만 봐도 얘가 어떻게 할지 느낌이 와요.
김준영 같이 연기를 하고 있는데 진짜 노래가 안 멈추거든요. 그리고 움직임을 이어가야 되는데 긴장감도 계속 가져가야 돼요. 이게 상대 배우가 노래를 하거나 움직이면 저는 좀 쉬면서 다음에 이어갈 걸 준비해야 되는데 정말 쉴 틈 없이 달려가기 때문에 정말 어렵고 힘들거든요. 지금 그 장면을 말하면서도 생각이 나서 힘드네요.(웃음)
백인태 저희가 얼마나 힘들게 그 장면을 만들고 마무리를 짓는지 꼭 봐주셔야 됩니다.
김준영 맞아요. 얘네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라는 걸 그 장면에서 완벽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꼭 봐주셔야 됩니다.
Q. 공연을 하면서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었나.
이동수 체력적인 어려움, 모차르트 같은 경우에는 나올 때마다 항상 스토리가 점프돼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스토리 라인이 살리에르의 서사를 중심으로 이어가다 보니까 저는 등장하는 장면에서 저의 모든 걸 설명해야 되고 저의 천재성을 발휘해야 되다 보니까 엄청난 에너지를 폭발시켜야 돼요. 그리고 어떤 장면에선 갑자기 확 어두워져야 되다 보니까 체력적인 어려움은 크게 없는데 집중해서 장면을 만들고 연기해야 되는 게 조금 크게 다가오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백인태 저는 목을 챙겨본 적이 없습니다.
Q. 타고난 걸까.
백인태 잠을 8시간 자면 됩니다.
김준영 저도요. 저도 잠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회복이 안되더라고요.,
백인태 이게 타고난 게 아니고 제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가면서 루틴은 만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거든요. 왜냐면 불안하니까요. 그런데 제가 팬텀싱어를 하면서 그런 것들을 다 없앴어요. 어느 순간 제가 잘하기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저를 방해하고 난 이걸 안 했으니 이렇게 못할 거라고 저 스스로 유리병 속에서 그만큼만 뛰고 있는 진드기가 된 것처럼 더 잘할 수 있고 잘하려고 하는 자신감 자체가 없어졌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루틴이나 생각을 다 없앴고 저는 일부러 이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가 됐거든요. 감기를 걸렸는데 공연하는 데 있어서, 노래 부르는 데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괜찮아'라고 말해요. 감기 걸렸으면 감기 걸린 채로 이쁜 목소리를 내서 노래하고 연기하면 되거든요.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저 스스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지금도 긍정적인 방향을 위해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두렵지 않거든요. 그런데 잠을 제대로 안자면 이게 또 무너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잠은 꼭 자려고 합니다.
Q. 확실히 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들은 다들 8시간 정도 잠자는 게 필수인 것 같다.
김준영 맞아요. 그게 필수인 것 같아요. 저는 예전엔 진짜 잠도 안 자고 밤에 대본도 더 읽어보고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졌던 적이 많은데 그게 실제로 다음 연습이나 공연에 좋은 영향을 끼쳤던 적이 없었거든요.
백인태 루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움이 하나도 안돼요. 그리고 두려울 겁니다. 그 루틴을 지키지 못한 그 순간 말이죠. 그래서 루틴이 필요 없게 만들면 돼요. 내가 더 완벽하게 준비하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상황을 만들어둔다면 굳이 그 루틴을 지킴으로서 편안함을 느낄 필요가 없거든요. 불안할 필요가 없어져요.
김준영 맞습니다. 오히려 그런 게 없으면 진짜 마음이 편해져요. 노래도 더 잘 되는 것 같고요.
백인태 제가 동수를 좋아하는 게 동수는 이런 루틴이 없거든요.
이동수 저는 인태 형이 말해 줬던게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어요. 제가 첫 공연을 할 때 떨렸고, 심장이 뛰고 그랬는데 인태형이 '그건 너 스스로가 네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거야'라고 말을 해주셨었거든요. 그때부터 저 스스로 마인트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아요. 평온함을 찾았고 내가 심장이 뛰는 게 나를 방해하면 어떡하지가 아니라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게 저한테는 공연을 임하는 마음가짐 자체를 바꾸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백인태 저도 떨려서 노래를 못 했던 적이 있어요. 대학생 때였었는데 심리 상담을 해주는 선생님이 초청 강사로 와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거든요. 우리가 굉장히 무서운 상황에 놓였거나 뭘 해내야 될 때 굉장히 심장이 빨리 뛰는데 왜 심장이 빨리 뛴다고 생각을 하냐고요. 그래서 다들 '무서워서요'라고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랬더니 무서우면 죽어야 될까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무리 몸은 죽기 위해서 심장이 뛰는군요. 아닙니다.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심장이 뛸 일이 없는데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도망을 치거나 어떤 걸 해내야 될 때 심장이 세포 하나하나에 산소를 전해주는 거다.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도록 언제든지 해낼 수 있도록. 그러니까 심장이 뛸 때 앞으로 심장이 내가 해낼 수 있도록 온몸에 산소를 전해주는구나라고 생각을 한다면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해낼 수 없는 걸 해낼 수 있고 해낼 수 없는 음정도 낼 수 있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실제로 그 뒤로 제가 못 내던 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이거구나 하고요. 그래서 그때 이후로 떠는 친구들이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그 친구가 힘들어하거나 떨고 있을 때 이야기해 줘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고 동수에게 이야기를 해줬던 거죠.
Q. 다들 지금도 공연을 할 때 떨리나.
백인태 늘 떨려요. 그런데 이제 그 떨림을 감사해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김준영 적당한 긴장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안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너무 편하게 공연을 했던 적이 있는데 어느 순간 그 상태가 깨져서 오히려 갑자기 불안감이 엄청 왔던 적이 있어요. 너무 편한 건 안 좋구나,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떨림을 가지고 가야 집중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진짜 무대 위에서 뭔가 집중력이 깨지는 건 정말 무섭고 심각한 상황이거든요.
이동수 저도 첫 마디를 내뱉기 전까지는 떨림이 있는데 딱 처음 음을 내거나 말을 하는 그 순간 그런 게 다 사라지는 것 같아요.
Q. 공연을 하면서 울림 있게 다가왔던 대사나 가사가 있다면?
백인태 전 살리에르로 바라봤을 때 "재능은 시간이 허락하는 거야."라는 게 살리에르의 삶 같아서 이 대사가 이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울림 있게 다가오지 않나.
이동수 저는 날 이해해 주는 사람은 당신뿐이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게 있는데 모차르트가 살리에르한테 하는 그 말이 저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인 것 같아서 되게 울림이 있었거든요. 살리에르도 그렇지만 모차르트 또한 질투심과 동경이 안 좋게 발현되었을 때의 상황을 맞이했고 그렇기에 내 앞에 있는 내가 고마워해야 되고 감사해야 할 인물을 바라보지 못 했던 걸 후회하는 상황, 죽음의 문턱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그제야 용기를 내서 마주하고 나 또한 돌아보게 되는 그런 장면이자 대사인 것 같아서 되게 다가왔거든요. 난 당신이 너무 미웠는데 내 음악을 이해해 준 건 당신뿐이라는 말이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김준영 저는 제 대사보다는 살리에르가 하는 "노력한다면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어. 포기하지 마"라고 말하는 게 있는데 너무나 당연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데 살리에르가 말을 하니까 더 믿음이 생기는 것 같거든요. 그렇게 믿고 살아왔고 그걸 이뤄냈던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해주니까 맞아 하면서 인정을 하게 됐거든요. 노래가 좋은 것도 있는데 이렇게 울림이 있었던 건 이 대사가 주는 힘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더라고요. 누구나 하는 말이고 많이 들어왔던 말이지만 특별히 다가오는 게 살리에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백인태 말 그대로 거장이었던 살리에르가 제자에게 "나도 너랑 같았다. 언제나 불안했지."라고 말을 꺼내는 게 제자에겐 어떤 치료처럼 다가올 때가 있거든요.
김준영 그리고 그런 스승이 있다는 건 진짜 뭔가 우뚝 서있는 버팀목처럼 힘이 되기도 하고요. 여러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Q.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인태 저희 공연 노래도 좋고 배우들도 좋습니다. 꼭 우리 작품을 보러 와주셔서 이 작품 속에서 질투에 흔들리고 극복하는 이들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고 힘을 얻으시고 치유해가길 바랍니다. 또 광화문에 오시는 만큼 세종대왕님도 보시고 이순신 장군님도 보고 맛있는 식사도 드시고 잘 들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김준영 저는 앞서 이야기했지만 저희 작품이 옆에 있는 인태 형이 말했던 것처럼 노래도 너무 좋고 볼거리도 많거든요. 좋은 작품이니 꼭 봐주시길 바라고, 작품 속에서처럼 나의 속에 살고 있는 젤라스에게 점령 당하지 마시고 혹시 당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게 노력할 테니 공연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동수 형들이 너무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셔서 제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희 세 명의 배우뿐만 아니라 앙상블 배우님들부터 스태프분들까지 많은 인원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거든요. 이 더운 날에도 다들 다치지 않고 조심하면서 체력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고 좋은 퀄리티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다들 열심히 작업에 임하고 있으니 공연을 보러 올 관객분들 그리고 팬분들이 표값이 아깝지 않게 최선을 다할 테니까 극장에 오셔서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백인태 저는 이것밖에 없을 것 같네요. '오페라' 장면은 매우 자신 있습니다.(웃음)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김준영 저는 제가 키가 제일 큽니다.(웃음) 2층에서도 잘 보이니까 저를 잘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동수 저는 제일 스탠다드한 모차르트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디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에서 보이는 모차르트에 비해서 발랄하지 않고 정직한 모습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 안에서 제 내면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었고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모차르트도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인간 모차르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할 테니 제가 나오는 회차를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뮤지컬 <살리에르>는 러시아 대문호 푸쉬킨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원작을 모티브로 살리에르의 질투와 열등감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오스트리아 빈, 궁정음악가로서 명예로운 나날을 보내는 살리에르가 어느 날 젊은 천재 모차르트를 만나고 그의 음악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이후 왕이 개최한 즉위식 책임자 자리를 두고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살리에르에게 의문의 남자 젤라스가 나타나고 둘의 대결을 더 흥미롭게 만든다.
뮤지컬 <살리에르>는 오는 9월 21일까지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되며 '살리에르' 역에 배우 백인태, 박규원, 유현석이 함께한다.
이어 의문의 남자 '젤라스' 역에는 배우 김준영, 백형훈, 황민수, 유태양이 '모차르트' 역에는 이동수, 정재환, 박좌헌이 캐스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