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박열' 박새힘·최지혜, "오늘의 당신이 위로받는 공연이 되길"
[더인터뷰] '박열' 박새힘·최지혜, "오늘의 당신이 위로받는 공연이 되길"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4.0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증권_조나단 기자] 창작뮤지컬 <박열>이 돌아왔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뮤지컬 <박열>은 조선인 아나키스트로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국과 비밀결사단체 불령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박열'과 국적은 다르지만 조선인 박열과 뜻을 함께하는 '가네코 후미코'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본지는 이번시즌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합류한 박새힘 배우와 지난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함께하게된 최지혜 배우를 만나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을 밝힌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반갑다. 인사 및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박새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뮤지컬 <박열>에서 후미코 역할을 맡은 배우 박새힘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최지혜  안녕하세요. 저도 같은 작품에서 후미코 역할은 맡은 최지혜입니다. 

Q.  지혜 배우 같은 경우 지난 인터뷰 때 아직은 뮤지컬 배우라는 소개가 어색하다고 했었는데 지금도 그런가.

최지혜  안 그래도 인터뷰를 다시 읽어봤는데 귀엽더라고요.(웃음) 

Q.  이제 후배들도 생기지 않았나.

최지혜  그렇지는 않아요. 이번 작업을 할 때에도 연출님이 '네가 아직도 막내냐'라고 하실 정도로 간혹 저보다 어리거나 신인 배우님들이 많은데 그래도 막내에 속하는 것 같아요. 

Q.  지난 인터뷰 때 "그때도 잘 하고 있느냐"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지난 2년 동안 잘 지냈을까.

최지혜  감사하게도 너무 잘 지냈습니다. 2년 동안 정말 쉬지 않고 작품을 해가지고 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흘러갔어요. 잘하고 있고, 잘 해왔습니다.

Q.  이어서 새힘 배우는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박새힘  저는 이 작품을 봤었어요. 지혜 배우가 하는 작업을 봤었고 지혜랑 기범 오빠랑 지우 배우였었나 너무 재밌게 봤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보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돼서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러던 가운데 제가 이 작품을 가지고 있는 더블케이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오게 됐고 들어와 보니까 이제 <박열>이란 작품을 올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기회를 주시면 잘 해보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그렇게 하게 됐습니다.

Q.  공연을 보면서 저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

박새힘  욕심이 났기도 했지만 전 지혜를 처음 봤을 때부터 이 친구는 정말 어떤 사람이지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노래를 진짜 너무 잘해서 사실 공연을 보고 나서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솔직히 저 정도로 노래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넘버가 너무 어려워 보였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벌써 3년 전이란 말이죠. 저는 진짜 노래를 거의 막 시작한 단계라서 엄두가 안 나서 하고는 싶은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안 했었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저도 꾸준히 작업을 해왔고 단련을 해왔던 만큼 이젠 저도 비벼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생겼고 잘해보고 싶어서 용기를 내서 기회를 달라 했었던 것 같아요.

최지혜  너무나 잘 해내고 있습니다. 

박새힘  저는 진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정화 언니가 낮 공연을 하고 제가 밤 공연을 했었는데 제가 이 친구한테도 그랬고, 언니한테도 제가 약간 아직 해결을 하고 있는 넘버가 하나 있는데 언니가 들어보시더니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면서 이야기를 해주셨었는데 정말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마찬가지로 이 친구가 하는 후미코도 제가 녹음을 해두고 체크를 하는데 보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최지혜  저는 반대로 저랑 정화 언니가 이 작업을 했었고, 새힘 언니가 뉴 캐스트로 합류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연습실에서 언니가 보여준 후미코가 너무 신선했었어요. 저희가 기존에 생각해왔던 후미코의 모습도 있지만 언니는 조금 더 과감하고 도발적이고 한편으로는 약간의 발칙함도 느껴지는 포인트들을 잘 살렸었고 그런 해석을 보여줬는데 너무 신선하고 재밌어서 오히려 보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거든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앞서 이전 시즌과 이번 시즌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후미코란 인물에 대해서 조금은 더 많은 생각을 갖게 됐을 것 같은데.

최지혜  엄청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정말로 솔직하게 작품은 달라진 게 없거든요. 그런데 깊어졌다는 말을 듣기는 했었는데, 연습 초반에 런을 돌고 나서 연출님이 그런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네 후미코가 좀 성숙해졌다"라고요. 좋고 싫고를 떠나서 제가 지난 3년 사이에 조금 더 깊어지고, 성숙해져서 연기도 그렇게 나오나 보구나 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되게 달라진 게 없고 그냥 이전과 똑같은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고 공연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조금 더 제가 품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Q.  연습실 분위기는 어땠나.

박새힘  박열, 그 자체였죠.

최지혜  너무 뜨겁고, 이 언니는 맨날 울고 그리고 구석에서 휴지로 손을 닦고 있고요.

박새힘  그건 김준호 배우가 제일 많이 울었어요.

최지혜  맞아요. 김준호 배우님이 제일 많이 울었고요. 

박새힘  걘 울보에요.

최지혜  그다음으로는 언니랑 석준 배우님이...

박새힘  지혜 배우가 연습을 할 때였는데 저희들이 다 옆에서 보고 있었거든요. 보면서 눈물이 나서 제가 휴지를 찾으려고 옆을 봤는데 준호 배우랑 석준 배우가 휴지를 전달 전달해 줬을 정도로 다들 많이 울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최지혜  비교적으로 뉴 캐스트들이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기범 배우님이랑 정화 언니가 우는 건 못 봤거든요.

박새힘  저도요.

최지혜  그들이 우는 건 못 봤는데 언니를 비롯해서 준호 배우, 석준 배우님은 많이 봤었고 그런데 뿌듯했었거든요. 제가 초연 멤버로서 재연에 참여하는 것도 좋았지만 새로 같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 작품에 진심이고 이 작품의 메시지를 알아봐 주고 느껴준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었습니다.

Q.  어떤 부분에서 그런 열정과 메시지가 이들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걸까.

박새힘  사실 이건 연출님의 말을 빌리자면 갖춰져 있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아우성이 아닌 정말 저 밑에, 저 저 밑에 있는 누군가. 아무도 거들떠도 봐주지 않은 말 그대로 본인을 개새끼라고 불리는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뜨거움. 이제 자기 자유를 위한 첫 번째 외침, 그 외침으로 인해 더 나아가서 누군가가 다음으로 외침을 부를 수 있게 하는 그 힘이 있다고 하셨었거든요. 사실 저는 그런 상황에서 엄청 살기 힘들었을 때라면 먹고살기에 급급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걸 더 나아가서 성숙한 선택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보니 더 감정이 동화된 게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상대가 사실 어떤 개인이 아니라 황실 전체잖아요. 그전까지 누구도 그들에게 뭐라 하지 않았던.

Q.  사실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을 보거나 생각할 때마다 영화 <암살>에서 "해방될지 몰랐으니까"라는 대사가 딱 떠오른다. 

박새힘  맞아요. 제가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라는 시를 되게 좋아하는데 시작이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부분이 있어요. 이걸 애들한테 가르칠 때는 여기에 미래 의지가 표현되어 있다 정도의 풀이를 했었는데 석준 배우님이랑 이번 작품을 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었거든요. 박열이 어쨌든 후미코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죽었다는 걸 알고도 왜 본인은 죽지 않고 기다렸는데, 심지어 그 22년 개월이란 세월을 감옥에 있으면서 끝내 살아있었는가를 생각해 봤었거든요. 올지 안 올지 모르는 그곳에서 끝끝내 살아서 후미코의 몫까지 해내겠다는 그 의지 하나로 22년을 버틴 건데 그것만 해도 말로 다 표현이 안되는데 '미래 의지, 미래 극복 의지'라는 말로 툭하고 끝내는 건 말이 안 되는 거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석준 오빠 보고 그 당시에 오빠였으면 어떡했을 거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하긴 했을 것 같은데 진짜 독립운동하다 잡혀서 고문을 받는다고 봤을 때 제가 비밀을 하나도 말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쉽지 않겠다 싶었거든요. 

최지혜  대부분 그럴 거예요. 그래서 이 사람들이 대단한 거고 그때 당시에 독립을 위해서 힘써온 독립운동가분들이 대단한 거죠. 

Q.  연습 기간 때 어려웠던 건 뭐가 있었을까.

최지혜  어렵다기 보다 첫 런을 돌 때 느꼈던 게 있거든요. 첫 런이 아니라 첫 연습 때였었는데 기범 오빠랑 같이 연기를 하는데 저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이 작품에 너무 진심이었나 봐요. 초연 때 연습 때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막 남아서 연습했었는데 연습량이 정말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3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하게 딱 처음 만나서 말을 맞추는데 너무 착착착 맞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정말 열심히 했다고 서로 끝나고 이야기를 했었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광주>라는 뮤지컬을 제외하고 재연으로 참여하는 건 <박열>이 처음이거든요. 그래서 혹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익숙해져서 가볍게 생각한다거나 쉬운 거에 속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던 것 같고, 더 집중해서 연습을 했었던 것 같아요. 

박새힘  저는 아무래도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을 처음 만나고 나서부터 끝으로 갈 때까지 그가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가가 설명되는 서사가 가사 한두 줄 밖에 없거든요. 그걸 어디서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었던 것 같아요.

최지혜  저도 언니 말처럼 가네코 후미코의 삶이 그의 옥중 수기를 읽는다거나 그의 이야기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얼마나 힘들게, 세상에 없는 존재로 살아갔는지 모를 거라고 생각을 했었고 그게 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우리 작품에선 설명을 하지 않거든요. 대사 몇 줄이랑 한 장면 정도가 다예요. 그래서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아픔이 있고 그늘이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줄 수 있도록 사이사이 꽉꽉 채워 넣으려고 했었고 그 때문에 그가 박열의 시를 읽고 얼마나 큰 감명을 받았는지, 박열을 만나기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리고 그 박열을 만나기 전에 비어 있었던 뭔가 또 찾지 못했던 무언가를 박열을 통해서 찾는 그 순간이 얼마나 다이내믹할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거든요. 그래야만 그가 박열과 함께 죽음까지 각오하고 그 흐름을 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고 그걸 어떤 긴 설명이 없어도 그 사이사이 모습에서 보여주고 설득할 수 있도록 준비했었던 것 같아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연습이나 본 공연 중에 기억에 남는 사건사고나 에피소드?

박새힘  저 있어요. '박, 박문자 사건'이라고... 극 중에 사용하는 책상이 있는데 그 책상 서랍에 이것저것 다 넣어요. 소품들을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활용을 많이 하는데, 연습 기간 때 이거 무조건 잘 돌려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만약에 방향이 반대로 되어 있으면 진짜 끝난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저한테 일어날 줄은 몰랐죠. 그것도 그렇게 빨리요. 극 중에서 제가 한복을 입고 들어와서 당당하게 소품을 꺼내면서 "과거엔 가네코 후미코, 지금은 박 문자다"라고 말을 해야 되는데, 들어와서 서랍을 열려고 했는데 없는 거죠. 책상 서랍이요. 그래서 "박, 박문자다!"라고 대사를 치면서 속으로 이거 뭐지 몰카인가 했었거든요. 저는 같이 공연을 하고 있는 이들을 정말 믿었어요. 그래서 그때까지만 해도 서랍이 빠졌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딱 서랍 안에 넣으려고 하면서 곁눈질로 주변을 아무리 찾아봐도 서랍이 안 보이는 거죠. 아 이게 돌아갔구나 눈치챘어요. 일단 제가 해야 되는 장면들이 있어서 어떡하지 하면서도 그걸 다 해결을 하고 옷을 갈아입으러 무대 뒤로 나갔거든요. 나가면서부터 책상 돌아가 있다고 계속 말했던 것 같아요. 그때 유동 배우님이 무대를 마치고 돌아와서 "책상 돌아가 있다"라고 말을 하니까 무슨 말이냐며 책상이 왜 돌아가 있어라고 했는데 사실은 그걸 돌려 두었던 거죠. 자기도 모르게 책상을 돌려놓고 유유히 퇴장을 했던 거였어요. 제가 지금까지 공연을 하면서 제일 당황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Q.  잘 해결됐나.

박새힘  오빠가 잘 보고 있다가 암전이 됐을 때 책상을 돌리고 소품도 다 넣고 나왔어요. 아찔했습니다.

최지혜  저는 첫 공 때 너무 긴장을 한 거예요. 제가 긴장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오랜만에 소극장 무대로 돌아왔고, 딱 무대에 올라가서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분들을 만났는데 너무 코앞에 있는 관객분들을 맞이하니까 너무 떨리더라고요. 그래서 순간 저한테 '너 왜 이래, 왜 이래!'하면서 정신이 없었는데 어떻게 보니까 딱 끝이 났더라고요? 정신없이 했는데 그런 거에 비해서 열심히 준비를 해서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번 시즌이 아니라 이전 시즌에 있었는데 제가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기도 하고 여러 곳에서 이야기를 했던 게 있어요. 지난 시즌 공연 때 양말을 못 갈아 신고 나가서 아디다스가 크게 박힌 양말을 신고 무대를 10분 정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박새힘  양말 광고를 해주셨네요.

최지혜  진짜로요. 그때 이후로 제가 두 번 다시 제 인생에 이런 실수는 없다면서 차라리 양말을 안 신으면 안 신어버렸지 두 번 다시 의상 실수는 안 해야지 했었는데... 이번 시즌에 첫 공연이었을까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 죄수복을 입고 시작해서 과거로 돌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퀵으로 빨리 옷을 갈아입어야 되거든요. 죄수복을 벗고 유카타를 입어야 되는데 이게 웬걸 죄수복 상의는 환복을 했는데 바지를 안 벗고 그 위에 유카타를 입은 거예요. 바지를 벗어야 됐는데 유카타를 먼저 입고 나간거죠. 유카타가 발목 끝단에 맞춰져 있어서 밑으로 바지가 보였을거예요. 멀리 계신 관객분들은 모르셨을 텐데 앞쪽에 계신 관객분들은 다들 보시지 않았나, 그렇게 의상 실수가 있었습니다.

박새힘  위에서 봤을 때는 티가 잘 안 나는데 앞에 계신 분들은 아셨을 거예요. 그러고 다음날 제가 공연을 했는데 저한테 꼭 바지 벗으라고... (웃음)

최지혜  죄송, 죄송합니다.

Q.  양말을 신었던 건 어떻게 알게 됐던 걸까.

최지혜  이것도 진짜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그땐 정말... 사람 촉이 진짜 무시를 못 하는 게 제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신인이니까 얼마나 더 무대 들어가기 전에 체크체크를 하겠어요. 물론 지금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체크를 하고 있지만, 진짜 액세서리나 머리끈이나, 귀걸이, 속바지, 양말까지 다 신었는지 벗었는지 체크를 하거든요. 그때도 체크를 했었는데, 아니 했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에 올라갔는데 뭔가를 안 한 것 같은 기분이 계속 들었던 거죠. 이상하게 그날따라 무대에 올라가면서 '내가 뭘 안 했는데?' 뭐였지라고 생각하면서 딱 노래를 부르는데 그 장면이 '아나키스트' 초반이었거든요. "철저히 나를 위해 산다. 그 어떤 힘도 내 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 할 때 알았어요.

박새힘  그런데 하필 그 장면이 진짜 큼직큼직하게 이동하고 책상 위로 발을 올리면서 올라가야 돼요.

최지혜  네, 책상을 올라가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이런 동선이 되게 많은 장면이거든요. 

박새힘  넘버도 길어요.

최지혜  맞아요. 넘버도 엄청 길어요. 한 곡이 몇 분이나 되거든요. 딱 그 장면 끝나고 소대로 15초 동안 나가야 되는 게 있거든요. 정말 잠깐 나가요. 그때 진짜 나가자마자 소대에 드러누워서 양말을 벗어던지고 바로 뛰어나왔어요. 제가 데뷔를 한 지 4년이 조금 안됐는데 양말을 잘못 신고 나서는 진짜 어디서 이야기를 못했어요. 너무 큰 실수지만 지금은 '그래, 그땐 그랬지'이러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는데 그땐 진짜 너무 말도 안 되는 배우의 자질이 없는 큰 실수를 했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석준 선배님의 '이야기쇼'에 나갔을 때 에피소드 하나 이야기해달라고 하길래 용기 내서 처음 말을 했었는데 다들 웃어주셔서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아요.

Q.  그것도 그렇지만 그래도 그 이후에 잘 해왔으니 좋게 봐주는 게 아닐까.

최지혜  그렇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욕심도 나고 열심히 했었거든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서로가 바라본 가네코 후미코는 어떤 느낌인가.

박새힘  일단 제가 바라봤던 가네코 후미코는 어린 날의 아픔이 굉장히 많았던 사람이었고 그래서 와일드하게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지혜 배우의 후미코는 간단한 척하는데 그게 너무 잘 보이는 거예요. 되게 여린 친구인데 뭔가 안 좋은 일들 때문에 여려진 애, 그런 애가 박열을 만나서 비로소 정말 나 자신이 보이는 거예요. 저희 대사 중에 "당신은 시를 완성했고, 내 삶을 완성했지"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게 사실 후미코가 불안전한 인물이 아닌 완성되어 있던 사람인데 그걸 몰랐고 그에게 불씨를 붙여준 게 박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혜 후미코는 박열과 나눈 그 대사로 완성되어 있다는 게 첫 모니터에서 확 와닿았었고 그래서 저 대사가 되게 기억에 남았거든요. 저도 저런 느낌이 났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너무 와일드해서 어떡하지 하고 있지만 일단 준비했던 대로 하자고 하고 그대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최지혜  그런데 그게 되게 좋아요.

박새힘  후미코란 사람이 마냥 강한 사람은 아닐 건데 제가 그 부분을 놓친 게 아닐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거든요. 공연을 하면서 발전시켜가면 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런 마음이 들고 계속 집중해야 되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최지혜  저는 반대로 언니가 보여주고 있는 후미코가 어떻게 저렇게 당찰 수가 있는지, 그리고 그 와일드한 모습들 그 거침이 있어서 오히려 뒤에 가서 '나를 지킨다는 것'이라는 넘버에서 자기 이야기를 할 때 더 큰 반전으로 오는 것 같아서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나를 지킨다는 것'이라는 넘버에서 그의 모습이 딱 풀렸을 때 후미코가 이제 이 세상에서 두려울 게 없으니까 정말 밑바닥이니까 저런 행동들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거구나라는 게 느껴져서 엄청 매력적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Q.  두 배우가 바라본 또 다른 후미코, 정화 배우의 후미코는 어떤 느낌일까.

최지혜  언니는 진짜 그녀는 최고예요.(웃음)

박새힘  그녀는 정말 최고의 배우입니다.

최지혜  정화 언니가 오늘 왔었어야 되는데 말이죠!

박새힘  여기 왔었으면 진짜 재밌었을 건데요.(웃음) 일단 정화 언니는 제가 <폭풍의 언덕>이란 연극에서 처음 봤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알고는 있었는데 친분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공연을 보는 내내 언니만 보이더라고요. 주인공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보면서 '저 사람 뭐지? 왜 이렇게 시선을 사로잡지' 생각을 했었는데 이후에 대표님이 하는 이야기도 되게 많이 들었었고, 이번 작품을 맡고 나서 같이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기대가 많았었어요. 그런데 뭐라고 해야 될까요? 명작이라고 다 같은 명작이 아니잖아요. 누군가는 코만 풀어서 벽에 붙여도 명작이라고 할 수 있고 누군가는 일생일대의 그림을 그려야 명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언니는 그냥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으면 명작이랄까요. 보고 있으면 '저 느낌이 어떻게 나지?' 이런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입니다.

최지혜  진짜 맞아요. 너무너무 깊은 사람입니다.

Q.  어떤 아우라가 있나 보다.

박새힘  굉장한 아우라가 있죠. 모든 게 꽉 차 있는 사람이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요? 뭐라고 말로 다 표현을 할 수 없지만 언니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보고 있으면 배우고 싶은 그런 사람이거든요.

최지혜  정화 언니 하면 떠오르는 뭔가를 말을 해보자면, 되게 따뜻하고 부드러운데 새힘 언니 말처럼 정말 꽉 차있는 경험과 내공 그리고 신념과 카리스마까지 모든 걸 다 갖추고 있어요. 언니가 뭔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이 뿜어져 나오니까 그게 또 언니가 연기하는 후미코에 스며져 있다 보니까 옆에서 혹은 무대 아래서 보고 있으면 눈물이 자연스럽게 막 날 정도거든요.

박새힘  예전에 추정화 연출님이 해주신 말이 기억나는데 "새힘아, 내가 봤을 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있어. 아름다운 배우이자 아름다운 사람을 딱 한사람 뽑으라고 한다면 난 이정화야. 그래서 난 네가 나이가 들면 이정화처럼 됐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셨었는데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었거든요. 그런데 왜 아름답다고 말을 했었는지 이제는 압니다.

Q.  같은 무대엔 서지 않지만 그래도 많이 힘이 될 것 같다.

박새힘  거의 팬이 스타를 만난 것과 같은 느낌이죠.

최지혜  저도 지난번 인터뷰 때 정화 언니 이야기가 한가득 있었거든요. 너무 존경하고 있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이번 시즌 박열 역할에 세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각각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이야기해 보자.

최지혜  왠지 언니랑 저랑 느끼는 게 비슷할 것 같은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세 분 다 신념이 굉장히 강하고 뜨거운 인물을 연기하고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 결이 달라요. 기범 배우님의 박열은 후미코를 만나서 뭔가 더 그 뜨거움이 배가 되는 정말 이글이글하고 열정이 가득해서 엄청 엄청 뜨거운 느낌의 박열이고 석준 배우님의 박열은 열정이 있는데 다정함이 한 스푼 포함되어 있어요. 그래서 뭔가 후미코 입장에서 조금 더 의지가 되는 박열인 것 같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유동 배우님의 박열은 뭔가 그 한량 같은 느낌이 더 잘 드러난다고 해야 될까요? 좀 한량 같아요. 그래서 뭔가 큰 사건에 휘말려서 주변을 살펴보면 옆에서 '이거 뭐 별거 아니야'라고 너스레를 떨고 있거든요. 그래서 더 의지를 할 수 있는 것도 같고 확실히 셋 다 다른 매력으로 시너지가 나는 것 같습니다.

박새힘  저도 비슷한데 일단 그림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일단 기범 배우님의 박열은 다이너마이트 9개짜리 묶음을 들고 있어요. 그런데 심지가 얇고 정상적인 길이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에 맞춰서 터트릴 수 있어요. 이어서 석준 배우님의 박열은 우리가 생각하는 동그라미 폭탄 있잖아요. 동그라미 폭탄인데 심지가 엄청 굵고 짧아요. 마지막으로 유동 배우님의 폭탄은 앞서 말한 두 사람의 폭탄보다 엄청 크거든요. 그런데 심지가 휴지를 돌돌돌 말아가지고 붙여놓은 정도로 여리여리하고 짧거든요. 그래서 불을 붙였을 때 여리여리해서 잘 붙지를 않는데 불이 붙는 순간 갑자기 터지면서 큰 폭발을 일으켜요. 폭탄의 모양이 다를 뿐 다들 폭탄인 건 정말 확실합니다.

Q.  이어서 그럼 류지 역할의 네 명의 배우는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까.

박새힘  최근에 경초 배우님이랑 공연을 하는데 '나를 지킨다는 것'을 부르기 전에 류지가 들어와서 저에게 "네가 죽고 나서 그렇게 되는 게 의미가 있냐"라고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냥 쳐다보고 있으니까 오빠의 갑자기 눈동자가 엄청 흔들리더라고요. 그때 처음 느꼈어요. 오빠가 연기하는 류지는 이때 움직이고 흔들리는구나라고요. 그전까지 철통같은 사람이고 자기 신념이 확고했던 사람이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저도 모르게 신념이 흔들렸고 그 또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줬던 것 같았어요. 그리고 임별 배우님의 류지는 약간 무서워요. 사람을 좀 깍아내린달까요? 진짜 그 당시에 일본인, 일본 검사는 이랬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준식 배우 같은 경우에는 제가 놀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뭐라고 해야 될까요. 약간 말랑말랑한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요. 이어서 준호 배우 같은 경우에는 진짜 흔들리기 쉬운 류지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표정 변화가 다른 류지들은 크게 반응을 안 하는데 준호 배우는 티를 안 내려고 하는데 분노에 한 번씩 흔들리는 게 보이거든요. 이 류지도 언젠가 생각을 해봤구나. 자기가 있는 이 체계가 어떤 이들의 꼭두각시놀음이라는 걸 한 번씩은 생각해 본 사람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준식이는 하라고 하니까 하는데 뭔가 자기 의지로 하는 것보다는 내가 잘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아야 하니까 밟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최지혜  저도 그런데, 경초 배우님의 류지는 박열과 후미코의 말과 행동에 제일 영향을 많이 받는 류지였어요.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성찰하고 크게 돌아보고 있는 중이구나, 우리랑 똑같은 인간이라는 게 제일 많이 느껴져서 안타까움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류지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별 배우님은 진짜 눈에 제일 살기가 있달까요. 개인적으로 진짜 끝까지 굽히지 않으려고 끝에 끝까지 발악을 하다가 무너지기는 하지만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고 자기 것을, 자기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류지거든요. 그래서 그 모습대로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기운이 너무 무섭고 세서 무서운 류지가 아닌가 싶었어요. 이어서 준식 배우님의 류지는 어쩔 수 없이 형들에 비해서 동생이라서 그런 건가 되게 풋풋하고 천성이 착한 사람,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그게 맞다고 생각하는 진짜 말 그대로 사회 초년생 같은 느낌의 류지예요. 그래서 더 안타깝기도 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준호 배우님은 진짜 박열과 후미코에게 영향을 꽤 받는데 뭔가 다 내 것에만 사로잡혀 있는 느낌이랄까요? 경초 오빠랑 비슷하면서 조금 달라요. 뭔가 계속 괴로워하면서도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 류지라고 해야 될까요?

박새힘  준호 배우가 연기하는 류지는 마지막에 모든 걸 알고, 깨달았을 때도 그의 태도나 행동은 안 바뀔 것 같거든요. 경초 오빠는 우리가 다 죽고 나이가 들었을 때 남들을 위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데, 준호는 그렇게는 안 살았을 것 같아요. 그냥 그의 삶, 류지의 삶 그대로를 살았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조합해서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어서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는데 체력적으로 관리를 하려고 하는 게 있을까. 

최지혜  일단 후미코의 넘버들이 많이 어렵거든요. 아무리 강철 성대라도 확실히 목을 많이 쓰고 무리를 할 수도 있는 넘버들이 많다 보니까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위해서 정말 잠을 푹 자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잠이면 다 해결이 되거든요. 진짜 어떤 날은 감정 소모가 많은 공연을 하고 집에 오면 머리가 띵하고 너덜너덜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럼 빨리 씻고 바로 잠을 자요. 그럼 다음날 되면 괜찮아지더라고요. 잠을 푹 자야 됩니다.

박새힘  저도 한 8시간에서 9시간 정도는 자려고 하고 있어요. 잠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요즘엔 습관처럼 이동을 하거나 쉴 때 독립운동가 선생님들의 영상이나 기록을 찾아보려고 하고 있어요. 멘탈 관리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자료를 찾아볼 때마다 뭔가 울화가 치밀고 그 가슴속의 뜨거움이 느껴지거든요. 그게 본 공연에서도 제가 제 목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찾아보려고 하는 편이고 일단은 체력적으로나 목 관리를 위해서 말 그대로 푹 잠을 자려고 합니다. 수면 부족은 만병의 근원이라 조심해야 됩니다.

Q.  잠을 잘 자는 팁이 있을까.

최지혜  일단 잠이 안 오더라도 눈을 감고 있고, 핸드폰 보시죠? 핸드폰을 저 멀리 두세요.

박새힘  맞아요. 핸드폰에 잠금하는 어플이 있거든요. 그걸로 잠금을 걸어두시고 수면에 좋은 노래를 작게 틀어두고 멀리 놔두세요. 핸드폰만 안 봐도 빨리 잠들 수 있을 거예요.

Q.  노력하겠다. 이어서 뮤지컬 <박열>이 다시 올라온 이유가 있다면? 

최지혜  이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잖아요. 후미코와 박열이라는 대단한 사람들의 일생을 통해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데 사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나답게 살기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을 거란 말이죠. 이 작품을 통해서 주체적인 내 삶에 대해서 한 번씩 고민을 해보고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삶을 통해서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처음 대본을 읽고 연습을 시작했을 때, 그때 모든 배우들이 다 느꼈던 부분이기 때문에, 우리의 이 마음이 관객분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라고 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박새힘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딱 이렇게 생각을 하고 왔거든요. 겉으로 보기에는 독립 운동가의 이야기구나라고만 볼 수도 있지만 옆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건 시대가 변하더라도 모두가 똑같이 느낄 수 있는 주제고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도 있기 때문에 언제든 올라갈 수 있는 작품이고 지금 올라온 이유가 있지 않나 싶어요.

Q.  지난 인터뷰 때도 했던 질문인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 가네코 후미코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그처럼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삶,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지켜가고 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새힘  전 솔직히 제일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제가 감히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 사람처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이미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일 수도 있고 진행형일 수도 있어서 제가 감히 뭐라고 위로를 해주고 싶지는 않거든요. 물론 저한테는 긁히고 상처 입어도 나로서 살자라고 스스로 다짐하고 생각하고 살 수 있지만 타인에겐 함부로 어떤 말을 하거나 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최지혜  저도 지난 인터뷰 때도 제일 어려웠지만 지금도 뭐라고 해야 될지 떠오르진 않거든요. 언니의 말이 공감이 되고 그저 기도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모르겠어요.

박새힘  저는 제 주변에서 어떤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방황했던 사람이 저희 친오빠였었어요. 오빠가 막 대학을 졸업했을 때 저보고 '넌 좋겠다'라며 '항상 목표가 뚜렷했잖아'라고 말을 했었는데 그때 저도 데뷔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바라본 스스로는 뭘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거였죠. 그래서 "오빠가 제일 하고 싶었던 게 뭐야?"라고 물어봤는데 어릴 때 꿈 중에 수학 선생님을 해보고 싶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해보라고 했어요. 해봤는데 그게 정답이 아닌 것 같으면 다시 돌아오면 되지라고 말했거든요. 저도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겠냐며 그런 게 있다가도 없어질 수 있고, 반대로 없다가도 생길 수도 있으니까 일단 제일 순수했던 시절에 제일 해보고 싶었던 일을 찾아서 해보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준비를 해서 정말 수학 선생님이 됐어요. 지금은 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거든요. 어느 길이든 내가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면 원하는 길을 일단 쫓아가다 보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막혀있다면 다시 돌아오면 되잖아요. 늦지 않았어요. 저는 모든 길을 가는 이들을 응원합니다.

최지혜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다른 장면은 다 놓쳐도, 물론 다 좋은 장면과 넘버지만 이 장면과 넘버는 꼭 보고 가야 된다 하는 게 있을까.

최지혜  진짜 너무 많아요. 

박새힘  맞아요. 진짜 너무너무 많은데, 그중에 하나를 꼽아보자면 전 '자유'요. 전 자유를 위해서 달려왔다고 생각했거든요. 자유 넘버가 이 공연을 하고 있는 목표 지점이기도 하고 이야기가 꺾기는 지점이라고도 봤어요. 모든 걸 다 물었고 이걸 외치기 위해서 달려왔는데 그게 꺾였을 때의 좌절감, 모든 감정들이 다 묻어있는 장면이자 넘버이기 때문에 꼭 봐야 됩니다.

최지혜  제가 초연 때 비슷한 이유로 '자유'를 이야기했었거든요. 그럼 이번에는 다른 넘버를 고를게요. 저는 요즘 '불꽃처럼'이란 장면이 있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왜 좋냐면 박열과 후미코가 한 인간으로서 어떤 사람들인지가 제일 잘 보이는 장면이거든요. 박열이 후미코를 보호하기 위해서 후미코 몰래 폭탄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후미코가 그걸 알게 되거든요. 후미코가 바라본 박열이 단순히 멋있어서 그를 만났던 게 아니라 진짜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맞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정말 폭탄 같은 사람이라는 게 보이는데 거기서 박열의 '찾았다, 폭탄'이라는 대사와 함께 두 사람의 불꽃같은 삶을 예고하는 장면이라서 하면서도 눈물이 나고 보면서도 눈물이 차오르게 되는 장면이거든요. 무대 위에서는 박열에게 하는 "나는 두렵지 않아"라고 말할 때 유독 감정이 올라와요. 그리고 죽음을 각오하고 두 사람이 아름다운 왈츠를 추는데 그게 또 그렇게 슬플 수가 없어서 이 장면을 꼭 추천드립니다.

Q.  여기에 덧붙여 요즘 울림 있게 다가왔던 대사나 가사가 있다면?

박새힘  왠지는 모르겠는데 "자네들의 날이 정말로 찾아왔구만"이란 대사가 있거든요. 끝끝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이 그 변화를 눈앞에서 맞이했을 때 그 감정과 그걸 또 인정하는 모습이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어요. 두 사람의 강한 신념과 희망들이 이루어낸 결과가 그 사람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것, 그 말이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로 들리고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건 이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싸웠고 마침내 그들이 지금의 세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고 들려서 갑자기 꽂히더라고요.

최지혜  저는 뻔하지만 '가짜로 숨 쉴 바엔 나로 살고 부서지겠어'라는 후미코 대표 넘버에 나오는 대표 가사인데요. 이게 앞서 말한 후미코의 모든 걸 말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고 울림 있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우리 작품 어떤 작품이니까, 어떤 공연이니까 보러 와달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새힘  자유가 뭔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게 해준 그들의 이야기, 저는 최근에 저희 인터뷰에서 자유가 뭐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동안 딱히 뭐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어요.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이 자유로운데 우리가 자유를 따로 생각하거나 자유를 찾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가 준비하고 연기하고 노래하고 있으니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지혜  정말 이 뜨거운 여름을 날려줄 폭탄 같은 공연이거든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내용과 메시지 모두 좋은 작품이고 배우들의 열정과 귀를 사로잡는 넘버들 모든 게 완벽하고 저 또한 완벽함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공연이기 때문에 안 보시면 후회하실 거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연을 보러 와주실 분이라면 꼭 와주시고 이미 보신 분들이면 입소문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Q.  덧붙여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최지혜  너무 부끄러운데요?(웃음)

박새힘  제가 왜 '박'씨인지, 왜 박열 박문자인지 보러 오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웃음)

최지혜  그리고 언니는 언니의 눈빛이 정말 초롱초롱하거든요. 되게 깊고 초롱초롱한데 그 눈빛에서 정말 많은 걸 이야기하고 보여주고 있어요. 연습하면서 그 눈빛을 많이 봤었는데 그래서 언니는 더 당돌하고 도발적인 모습이 나오는 것 같았어요. 

박새힘  저를 눈빛 박이라고 불러주세요.

최지혜  눈빛이 모든 걸 설명해 줍니다.

박새힘  반대로 지혜 배우의 회차는 저는 약간 연기하고 노래하고 하면서 쌓아간다고 생각하면 얘는 이미 다 쌓여있는 상태에서 노래를 시작하다 보니까 더 힘이 있거든요. 이게 너무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질투조차 안 나거든요? 제가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으면 질투가 날 텐데 질투가 나지도 않을 정도로 너무 잘하고 너무 멋있는 친구라서 지혜 배우 회차도 꼭 보셔야 합니다.

최지혜  감사합니다. 완벽한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서 더 노력하겠습니다.(웃음)

박새힘  너무 좋은데 이걸 우리 입으로 말하는 게 너무 민망해요. 그래도 서로 말을 해주니까 좋네요.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Q.  올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나만의 방법이 있을까.

박새힘  저는 일이 없으면 물놀이를 그렇게 다녀요. 요즘은 장마철이니까 계곡 같은데 말고 워터파크로 가면 좋습니다. 

최지혜  저는 더운 걸 너무 싫어하거든요. 머리도 붕 뜨고 땀도 많이 나고요. 그래서 저는 쾌적하고 시원한 실내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합니다. 여름엔 진짜 일이 없으면 집 밖으로 잘 안 돌아다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진짜 많이 먹고 커피도 많이 마십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또 찬물로는 안 씻습니다.(웃음)

박새힘  저도 한여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에어컨 키고 있거든요. 여름에도 따뜻한 물은 참을 수 없습니다.

Q.  올해 여름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박새힘  맞아요. 사실 엄마하고도 그 뉴스를 보고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는데, 우리가 이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모르겠다고 했었거든요.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Q.  취미는 따로 없나. 

박새힘  저는 일단 공연이 없고 연습도 없는 날이면 오션월드를 가요. 

최지혜  진짜 물놀이에 진심인 것 같아요.

박새힘  저는 그것도 살 거거든요. 무제한권이 있어요. 완전 무제한권은 30만 원 정도 하는데 1번인가 2번 프리 패스로 탈 수 있는 입장권이 10만 원 정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거 사서 놀고 오려고요. 제가 옷도 잘 안사고 신발도 잘 안 사는데 돈을 쓰는 건 이런데 놀러 가서 쓰는 편입니다.

최지혜  저는 일단 운동을 정말 많이 하거든요. 맛있는 걸 먹는 걸 좋아하는 대식가라서 먹으려고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헬스장에서 아침저녁으로 죽치고 있는 것 같은데 여유가 없으면 이것도 못하는데 요즘엔 시간적인 여유가 생겨서 조금 더 운동을 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제 목표 중에 하나가 자기개발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거든요. 지켜질지 모르겠지만 영어 공부도 할 거고 독서도 할 거고 테니스도 배우고 싶어요. 기타도 옛날에 배우다가 그만뒀었는데 다시 배우고 싶어요.

박새힘  24시간이 모자란 거 아니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배우는 걸 추천드립니다.

최지혜  그냥 이렇게만 해보려고요. 일단 영어 공부는 매일 해야 돼요. 요즘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거든요. 영어는 자신감이라고 하니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사진 ⓒ 한국증권, 이미지훈스튜디오

 

 

한편, 뮤지컬 <박열>은 독립운동가 박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로, 지난 2021년 더블케이 드림프로젝트로 초연해 당시 관객평점 9.8점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뮤지컬 <박열>은 1923년 관동대지진의 원인이 조선인에게 있다는 괴소문이 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일어난 조선인 대학살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독립운동가 박열을 구속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박열과 그의 아내 가네코 후미코 등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서술된 이야기에 도쿄 재판소 검사국장이자 야망가 류지라는 가상의 인물이 더해져 입체감 있는 인물구조와 서사가 담겨있다.

이번 시즌에는 초연 멤버를 비롯해 새로운 캐스팅의 배우들이 합류했다. '박열' 역에 손유동, 현석준, 백기범이 '후미코' 역에는 이정화, 박새힘, 최지혜가 캐스팅됐다. 이어 도쿄재판소 검사국장 '류지' 역은 문경초, 임별, 김준식, 김준호가 무대에 오른다.

한편,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의 창작뮤지컬 <박열>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드림3관에서 오는 9월 29일까지 공연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4길 20 (맨하탄21리빙텔) 8층 821호
  • 대표전화 : 02-6956-9902
  • 팩스 : 02-2231-7685
  • 명칭 : 한국미디어서비스 주식회사
  • 제호 : 한국증권
  • 등록번호 : 주간신문 서울 다 10756, 인터넷신문 서울 아 51950
  • 등록일 : 2013-12-04
  • 발행일 : 2013-12-04
  • 발행인 : 조나단
  • 편집인 : 조나단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경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한국증권.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002@ksdaily.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