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_조나단 기자]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하 '오첨뮤')가 대학로 무대를 떠나 연남장 캬바레라는 공연장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뮤지컬 <오첨뮤>는 제목 그대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다. 배우들과 연출가는 그날 현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키워드'를 받아 제목을 만들고 공연의 스토리와 장르까지 정한다. 배우와 관객, 연출가 모두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쉴틈없이 소통하고 끝내 하나의 뮤지컬의 결말을 지으며 공연이 끝난다.
본지는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배우를 비롯해 세 번째 시즌에 참여해 지금까지 <오첨뮤>와 함께해오고 있는 뮤지컬 배우 한세라, 이정수, 김승용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으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Q. 반갑다.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한세라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한세라라고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승용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김승용이고 지금 연남장에서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이라는 공연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Q. 이 작품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한세라 저는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의 두 번째 공연이 올라갈 때 참여하게 돼서 지금까지 쭉 같이 작업을 하고 있었고 승용 배우는 세 번째 시즌부터 참여한 걸로 알고 있어요.
김승용 그때 당시에 이제 새로운 배우들을 찾고 있었는데 우리 작품이 즉흥 뮤지컬이다 보니까 거절의 의사를 보였던 배우들이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사실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었었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가운데 마침 제안 연락이 왔었고 그렇게 참여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겁도 없이 덤볐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왔던 것 같습니다.(웃음)
Q. 본지는 초연부터 삼연까지 봤던 것 같다. 사연부터 달라진 게 많다고 들었다.
한세라 네, 맞아요.
김승용 사연부터, 그러니까 제가 참여했을 때부터 아예 다 즉흥이 됐어요.
한세라 완전한 즉흥 공연이죠. 초연 때는 저희가 주인공을 정하고 어떤 길잡이 역할이라든지 어떤 역할들을 즉흥으로 정해서 이 주인공이 나아가는 길을 같이 도와주고 때로는 방해하기도 하면서 함께 이겨 나가기도 하는 그런 역할들을 해나가면서 이어나가는 공연을 했었고, 두 번째 시즌에서부터는 그런 부분들도 어느 정도 최소화해서 좀 더 자유롭게 했었고 사연 때부터는 아예 모든 것들을 다 없앴어요.
김승용 말 그대로 키워드만 받아서 하고 있어요. 그날 플롯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시작하고 끝을 내죠.
Q. 연습은 어떻게 준비를 했나.
한세라 저희가 처음에는 이게 영국 작품이다 보니까 영국에서 쇼스토퍼라는 공연의 연출은 아니고 배우 두 분이 오셔서 같이 워크숍을 했었어요. 한 달 반 정도의 워크숍을 하면서 즉흥 공연에 필요한 몸과 마음과 노래나 즉흥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연습하고 경험을 했었고 그들이 가고 난 이후에는 그들과 함께 만들고 연습했던걸 베이스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김승용 예를 들어 지금은 정말 다 즉흥으로 하다 보니까 합창곡 같은 경우에는 즉흥적으로 폼을 만들어서 다 같이 눈치게임을 시작하는 거죠. 메인으로 누군가가 시작을 하면 코러스 서클이라고 코러스만 만드는 연습도 해보고 음악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메인 롤을 잡아줄 캐릭터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가.
한세라 모든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있잖아요. 지금도 그런 캐릭터는 분명히 있어요. 주인공 빼고는, 아니 주인공 역할도 가끔 그 캐릭터를 버리고 다른 역할로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완전히 정해진 틀이 없어요. 그리고 이 작품에서 출연자가 5명에서 4명으로 줄었거든요. 그래서 더 열린 방식으로 다들 다양한 역할들을 오가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김승용 사실 주인공도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거든요. 예를 들어 저희가 키워드를 받고 합창곡을 만들어내는데 뭔가 얼떨떨하게 노래를 하고 있으면 그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어떨 때는 연출님이 밀고 나갈 때도 있고 주변인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서 상황을 풀어갈 때도 있습니다.
한세라 그리고 가위바위보를 할 때도 있어요. 그날의 운세랄까요.
김승용 옛날에 해봤던 것 같은데요?
한세라 이번에도 했어요.(웃음)
김승용 이게 주인공이 되면 그걸 거부할 수 없거든요. 진짜 솔직하게 주인공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데 상황이 그렇게 돼버리면 받아들여야 됩니다.
한세라 그런데 뭘 해도 힘들기 때문에 사실은 크게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제일 좋은 건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빨리 받아들이는 게 즉흥에서는 제일 약인 것 같아요. 주인공이던 뭐든 어떤 노래를 불러야 될 때 빨리빨리 내가 만들어가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게 이 극에 제일 도움이 됐던 것 같았어요.
Q. 생각이 많아지면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한세라 맞아요.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공항이 옵니다.
김승용 이게 왜 그러냐면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르거든요. 다 같이 비슷한 지점을 찾기는 하는데 다들 생각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까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가 않거든요.
Q. 제일 어려운 건 뭔가.
한세라 제일 어려운 건 방금 이야기한 나아가는 방향이 다 다를 때인 것 같아요. 장르부터가 다르잖아요. 예전에는 장르도 받아서 갔는데 지금은 장르를 결정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누구는 어떤 플롯에 홀로 가고 싶을 때도 있고 누구는 멜로로 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이게 소통이 돼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을 하고 밀고 나가는 거기 때문에 그걸 빠르게 받아들이고 그 길을 따라 다 같이 가야 되는데 그 길이 조금씩 옆길로 셀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서로 눈치를 보다가 완전 멈춰버릴 때도 있고요. 그럴 때가 좀 많이 힘들지 않나 싶어요. 이게 차라리 누구 하나가 딱 중심을 잡고 밀고 나가면 어떤 장르던 상관없이 밀고 나갈 텐데 다들 서로를 생각할 때, 생각이 많아질 때 이게 문제가 커지더라고요.
김승용 그리고 결국 저희가 공연을 시작하고 마무리 짓는 거잖아요. 결론을 지어야 되는데 이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이게 시작할 때는 그런데 공연을 하고 있다 보면 떡밥은 계속 던져지는데 이게 회수가 안됐는데 공연이 끝나야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이걸 어떻게든 회수하려고 하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Q. 선호하는 장르나 캐릭터가 있을까.
한세라 저는 개인적으로 악역이 편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정해진 것들을 방해하거나 못하게 하면 쉽거든요. 그런데 주인공은 자기의 어떤 설정들이 외부에서 오기도 하지만 자기가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사를 그 사이에 계속 쌓아 나가야 되거든요. 그래서 주인공은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반대로 빌런을 하면 그 반대로만 하면 되다 보니까 이게 제일 쉬운 것 같고, 장르로 보자면 의학 드라마 쪽이 좀 어렵더라고요. 장소나 소품이 제한적이다 보니까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조심스럽고 어려웠던 것 같아요.
김승용 저 같은 경우에는 말 그대로 쇼스토퍼처럼 들어갔다 빠지고 그런 식으로 멀티롤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한세라 기가 막히게 잘하고, 기가 막히게 빠릅니다.
김승용 그런데 이게 약간 죄책감이 들 때도 있는데 도움이 될 때도 있는데 혹시나 도움이 안 될 때도 있어서 그런 게 딱 느껴질 때 죄책감이 들어요.
한세라 그래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웃기거든요. 도움이 안 되는데 나타나는 것도 웃겨요.
Q. 멀티롤이라는 게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공연에 엄청 집중하고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김승용 우리가 정말 예측하고 예상한 이야기대로 흘러가는 게 진짜 열에 하나라고 한다면 아홉 번의 공연은 다른 배우들에 집중하고 있다가 제가 나가야 될 때 나가고 빠지고 해야 돼서 진짜 공연이 끝나고 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서 교통사고 난 것처럼 몸이 아플 때가 있어요.
한세라 공연하고 간 날은 진짜 입 벌리고 잠을 잘 정도로 힘들어요. 운동을 많이 하면 다음날 몸이 아프잖아요. 그런 것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까 꿀잠을 자는 게 아닐까 싶어요. 앞서 말씀해 주셨던 것처럼 한순간도 집중하지 않는 순간이 없기 때문에 저 사람이 뭘 할 때에도 가사나 대사에서 우리 이야기에 대한 정보가 나오기 때문에 그걸 봐야 되거든요. 내가 목이 아파서 물을 마시고 있거나 뒤쪽에 앉아서 쉬고 있을 때에도 무대 중앙에선 이야기가 진행되어가기 때문에 엄청나게 집중하고 있어요.
김승용 이게 다른 작품들은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고 있을 때 무대 뒤 소대나 사이드에서 잠깐 나가서 쉴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공연은 모두가 무대 위에서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상태가 맥스이기도 하고 에너지를 모두 다 쏟아낼 수밖에 없어요.
Q. 같은 작품을 여러 시즌 공연해 봤던 만큼 체력을 아끼는 팁이나 스킬이 생겼을 것 같다.
김승용 참 이상하게 다들 똑같이 이야기할 텐데 굳은살이 배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또 돌아와보니 절대 그렇지 않더라고요. 살짝 딱지가 져있던 게 떨어지고 약간의 그 고통 속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면서 공연을 한다고 해야 될까요?
한세라 그런 팁은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언제 <오첨뮤>를 제일 잘했니라고 물어볼 때 저 스스로 생각을 해도 언제인지 알 수가 없거든요. 지인들이 캐스팅을 추천해달라고 물어보는데 진짜 그냥 공연 보러 올 수 있을 때 보러 오라고 하거든요. 왜냐하면 언제 좋은 공연이 나올지 모르고 이 친구가 잘한다고 해도 그날 잘할지 못할지 모르거든요. 우리가 다 같이 모여있어도 그날이 베스트가 될 수도 있고 워스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뭔가 팁이나 스킬은 없는 것 같습니다.
Q. 기억에 남는 주제나 회차가 있을까.
한세라 저는 그러려고 만들었던 공연은 아닌데 여자 배우들만 나왔던 회차가 있거든요. 다섯 명의 배우들이 있었는데 그때 여자 독립군의 이야기를 다뤘던 적이 있거든요. 처음부터 그런 주제를 가지고 시작했던 건 아니고 처음에는 다들 어떤 큰 생각을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일본에 가야 되는 이유가 필요했었고 어떻게 그 이유와 의미를 찾아가다 보니 독립을 위해서 몸을 다 내던지게 되는 다섯 명의 독립투사가 된 이야기가 됐던 거죠. 그것도 작가에 안 나 연출이 그날 마지막으로 전사한 독립군들의 이름을 부르는데 제 이름이 극중 한세라라고 한다면 '우리를 위해 희생하셨던 그 독립군 한세라'를 시작으로 다른 배우들의 이름이 호명될 때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져서 다 같이 오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관객들과 작가 모두가 울면서 끝났었어요.
김승용 저는 사실 하루하고 딱 다 리셋 시키고 있어서 어떤 날 어떤 공연, 배역을 맡았는지 다 기억하지 않거든요. 듣고 있었는데 딱 뭔가 떠오르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떤 날 어떤 공연을 했을 때 저도 울고 모든 배우와 관객분들이 울었던 회차가 꼭 베스트라고 할 수도 없는 것 같고 반대의 경우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약간 한국적인 정서의 이야기가 묻어 나올 때, 그걸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고 벅찰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세라 이게 승용 배우의 장점인 것 같아요. 사실 이 공연이 매번 다른 이야기와 스토리로 진행이 되다 보니까 빨리 털어내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다들 오늘 했던 실수를 생각하면 계속 더 괴로워지는 병에 걸려서 공항이 오고 되게 힘들어하는데 빨리 잊는 게 필요할 때가 있어요.
김승용 웃긴 배우가 웃기려고 한다고 다 웃을 수는 없거든요. 어느 정도 그 중심을 찾고 잡고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한 시즌이 끝나면 어떤 느낌이 드나.
김승용 전 진짜 해방감이 들면서도 내가 이것밖에 못했나 하면서 그 시즌의 공연들을 복기하거든요. 다음 시즌에 혹시라도 이 공연을 내가 다시 만난다면 더 잘해주고 싶어요. 약간 헤어진 여자친구 같은 느낌을 받는데 또다시 만나면 모른척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그렇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고통 속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희열, 공연을 하면서 느껴지는 도파민에 빠져드는 게 우리 공연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세라 저도 비슷한 게 공연이 잘 안 풀렸던 날이 있고 나면 두려운 마음보다 빨리 다음 공연을 하고 싶어지거든요. 뭔가 극복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이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한 시즌이 끝났을 때 뭔가 아쉬움보다는 '재밌게 놀다 간다'로 끝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에 또 할 수 있게 된다면 재밌게 놀아야지 밖에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Q. 공연 기간이 짧은 건 그런 이유가 있던 걸까.
한세라 정말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김승용 길게 하면 병이 나요. 골병듭니다.
Q. 시즌을 놓치면 한동안 못 보는 것 같다.
김승용 다시 이렇게 좀비처럼 살아돌아오는 공연도 좀 신기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엔 대학로가 아닌 전혀 다른 공간에서 이런 콘셉트로 공연을 진행하니까 저희도 적응이 힘들었지만 또 이 공간에서만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Q. 이곳 연남장, 대학로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김승용 많이 다르죠. 아무래도 대학로 같은 경우에는 극장의 크기, 객석이 정해져있고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있어서 수월했던 지점들도 있던 것 같은데 여기는 어찌 됐던 개방적이고 관객들과 더 잘 호흡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작품이 가진 장점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Q. 배우로서 좋은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 욕심이 나지 않나.
이정수 우리 작품은 진짜 즉흥 공연이기 때문에 사실 어떤 작품들처럼 어마어마하게 잘 짜인 짜임새를 기대하면 안 되거든요. 짜임새로 승부를 보는 공연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꾼들로서 욕심이 있거든요. 초연 때쯤인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던 적이 있어요. 로봇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면서 제임슨 카메론 감독이 몇 천 억 원을 들여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우리는 한 시간 반이면 박스랑 테이프로 로봇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요. 개인적으로 뮤지컬로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한세라 잘하고 싶죠. 잘 만들고 싶고요.
이정수 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은데 제가 하는 작업 중에 제일 재밌어요. 죽을 때까지 공연 하나만 해야 된다고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우리 작품을 할 거거든요.
한세라 이건 저도 처음 듣는데요?
김승용 제가 같이 공연을 해본 사람으로서 정수 형은 여러 분야를 문학적으로 노래하고 풀어주는 음유시인이라고 생각해서 가사를 지어내는 걸 보고 들을 때마다 감탄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멋있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수 뭐랄까요. 어떤 하나의 공통된 주제나 단어를 들었을 때도 사람마다 겪어온 삶의 결이나 세계관이 다 다르고 생각하는 메커니즘들이 있잖아요. 해석해 내는 게 다 다르다 보니까 누가 더 우월하고 월등하다기보다는 각자 다 다른 인물들이 모여서 묘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고, 우리 작품의 배우들은 그걸 더 잘 보여주니까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Q. 배우로서 공부가 되는 작품이나 작업인 것 같다.
이정수 그렇죠.
한세라 배우로서도 많이 도움이 되지만 인간으로서 나를 보는 것도 되게 큰 것 같아요. 나에게 실망도 하고 대견하다며 칭찬도 하고, 가끔은 이 맛에 공연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여기에 저는 진짜 딱 하나 더 있는데 재미없으면 하지 말자 주의거든요. 공연이 무서워지고 재미가 없어지면 하면 안 된다고 봐요. 재미있으니까 어떻게든 하고 있는 건데 어릴 때 역할놀이하면서 놀잖아요. 그게 좀 더 커진 게 우리의 공연이라서 뭔가 대단한 거 하지 않으려고 하고 소소하게 재미있게 하고 오자로 끝난 것 같아요.
김승용 공연을 할 때에 저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작품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TV를 보더라도 소소하게 보고 넘기는 게 있는데 <오첨뮤>를 할 때면 유튜브던 매체던 시사나 사건사고 모든 걸 다 챙겨 보는 것 같아요. 물론 실제로 공연을 할 때엔 제가 챙겨보고 해왔던 밈들이나 모든 게 다 기억이 나지 않고 휘발될 때가 많지만 그걸 알고 있는 거랑 모르고 있을 때랑 이야기를 하고 풀어내는 게 다르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를 하는 편입니다.
한세라 저도 <오첨뮤>가 시작할 때쯤에 모든 장르의 드라마나 영화, 뉴스를 다 챙겨 보려고 하거든요. 광고도 보고 광고에 나오는 노래까지고 유심히 봐요.
이정수 다들 들어가 있는 정보는 어마어마한데 중요한 건 그 정보들 사이의 유기성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고 지식을 활용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딱 잘 맞아 떨어질 때 희열이 느껴질 것 같다. 관객들이 바라볼 때와 다른 배우들만 느낄 수 있는 그 카타르시스가 있을까.
이정수 그걸 이제 저희는 매직이라고 부르거든요. 마법 같은 순간들을 통틀어서 우리들끼리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마법 같은 순간입니다. 어떻게 보면 많다면 많으면서 없을 땐 또 없어요. 한 시간 반 동안의 공연을 해도 어떨 때는 누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고서도 내가 이걸 나가서 채워야겠구나 해서 나가서 하다 보면 이야기가 제대로 진행이 될 때가 있고, 또 어떤 날은 작은 부스러기가 스노볼링 되어 점점 더 커다란 눈덩이가 되어 이야기가 마무리 지어진다거나 그 모든 걸 매직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집중을 해야 된다는 겁니다. 열심히 준비하고 끝이 바로 앞에 다가왔는데 마지막 주문을 외울 때 한 글자만 틀리면 그 주문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런 것처럼 그 한 글자 때문에 틀어질 때가 있어서 아깝다 생각이 들 때도 많거든요. 그걸 최소화하려면 집중해서 공연을 해야 됩니다.
한세라 공연을 하는 순간순간 배우들의 표정이나 뉘앙스가 있어요. 정말 내가 생각이 안 나거나 당황했을 때 나오는 표정이나 그 느낌이 있는데 이게 희한하게 다른 배우들이 그걸 다 알거든요. 그래서 내가 딱 한 소절 더 해야 되거나 한 소절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그걸 알아서 채워줄 때가 있는데 저는 그때가 매직이거든요. 이게 정말 마법 같아요.
이정수 이게 영웅이 필요한 시대에는 사람들이 다 좀 불행하잖아요. 보통 재난이 닥쳐왔을 때 영웅을 필요로 하고 영웅이 나오는데, 이 공연 자체가 큰 재난이기 때문에 매 공연마다 영웅이 나옵니다.
한세라 재난에서부터 시작을 하는 편이죠.(웃음)
이정수 그런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원형은 같거든요. 원리에서 나오는 거예요. 메커니즘 자체가 오토바이로 따지자면 오토바이에 들어가는 여러 기재들이 있잖아요. 그걸 다 떼버리고 뼈대만 남겨놓고 거기에 엔진만 달아놓은 상태가 뮤지컬 <오늘 처음 만나는 뮤지컬>인 거죠.
Q. 오토바이 원형은 남아있으니까 어떻게 만들어도 오토바이인 것과 같은 걸까. 어떤 모습일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말이다.
한세라 덧붙여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오토바이를 생각하고 오실 거잖아요. 대충 이렇겠지 하는데 이야기들이 풀려가는 걸 보면 허점을 찌르는 곳이 분명히 있고 감동을 하거나 웃거나 우는 장면들이 있어요. 생각지도 못했었던 어떤 동심이 건드려질 때도 있다던가 내 안의 어떤 아픔을 건든다던가, 언젠가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이 건드려질 때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우리 공연에서 전달될 때가 있어서 그런 걸 생각해 보시면 되게 재밌지 않나 싶어요.
김승용 중요한 건 어떤 선을 넘지 않는다는 거죠. 물론 저희는 공연을 하면서 넘나들기도 하고 욕설이 나올 때도 있어요.
이정수 어떤 선을 넘고 그렇다기보다는 적절한 타협을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제일 쉬운 건 마냥 웃기는 걸로 가면 제일 쉽거든요. 왜냐하면 웃을 준비가 되어있는 관객분들이 오기 때문에 그냥 웃기려고만 하면 다들 편할 수 있어요.
한세라 그래서 그런 면에서 관객분들을 울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진짜 공연을 즐기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울릴 수 있다고도 했었는데 어떤 자신감이 있는 걸까.
한세라 자신감이라기보다는 객기가 아닐까요?(웃음)
이정수 다양한 맛을 보여주면 좋잖아요.(웃음) 우리는 연기를 관객분들에게 납품하는 사람으로서 맨날 같은 거 하는 것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한세라 개인적으로 <오첨뮤>의 매력은 제가 잘해왔던 모습, 관객분들이 저를 생각했던 그 모습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이외에도 다양한 모습들, 제가 그런 역할들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배우로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매일 똑같은 작품 속 배역을 연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이고 배우로서 욕심이 아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김승용 계속 말하게 되는데 우리 공연은 전형적이지 않은 어떤 그런 것들이 있어요.
이정수 하지만 가장 강력한 전염성 있는 공연이죠.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덧붙여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이정수 다른 말은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놀러 오세요!"
한세라 저도 편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오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거든요. 너희들이 어떻게 하냐 보자는 마음부터 출발을 한다면 저희는 끝까지 같이 갈 수 없을 것 같고요. 관객과 함께 만드는 공연이고 우리가 제4의 벽을 깨는 공연을 하고 있는 만큼 정말 뭔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는 관객분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거든요. 어떻게 해결하고 헤쳐나가야 될까요?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을까요? 물어봐서 방향을 정하기도 하거든요. 꼭 뭘 어떻게 해달라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다 같이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거니까 그냥 편한 마음으로 마음을 열고 와주셔서 배우들과 같이 공연을 즐기면서 한 작품을 같이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승용 저도 제 공연이 무에서 유를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마음을 조금만 비우고 오시면 저희가 그 마음을 다 채워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정수 놀러 오세요. 마당놀이 같은 작품이거든요. 그리고 제가 생각했을 때 닭 요리를 할 때 찜닭이냐 닭볶음탕이냐 닭 한 마리냐 로제냐 정도의 차이거든요? 재료는 똑같으니 즐길 생각만 하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한세라 저는 정말 없어요. 왜냐하면 앞서 이야기했지만 <오첨뮤>를 지인들이 보고 싶다고 언제 공연을 하냐고 물어보거든요.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해요. "내 공연 절대 안 봐도 되고 그냥 네가 시간 될 때 아무 때나 오고 싶은 날 와서 공연 봐"라고요. 정말로 이렇게 말할 정도로 다 너무 잘하고 너무 좋은 공연입니다. 언제 보셔도 됩니다.
한편, 늘 새로운 시도로 공연계 활로를 넓히는 공연제작사 ㈜아이엠컬처가 기획·제작한 <연남장 캬바레>는 지난달 7월 5일 복합문화공간이자 로컬 크리에이터 라운지인 ‘연남장’에서 첫 시작을 알렸으며, 오는 8월 31일까지 공연된다.
<연남장 캬바레>에선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들어가는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를 비롯해 화려한 무대 뒤 숨겨진 이야기를 재치있게 풀어낸 캬바레쇼 <아이위시>와 이영미, 주민진, 김려원 배우의 진솔한 인생과 무대 안팎의 이야기를 들려줄 <Song for Mee>, <The Ride of My Life>, <ON-LY A ONE> 등이 공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