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신문_조나단 기자] "나는 고발한다." 프랑스 최고 명예 훈장에 빛나는 작가이자 시인이며 저널리스트였던 에밀 졸라의 마지막 생애를 담은 창작 뮤지컬 <에밀>이 개막했다.
끝없는 비난과 살해 협박 속에서도 자신을 굽히지 않았던 에밀 졸라의 삶, 그가 지키고자 했던 진실은 무엇인지 이번 작품에서 에밀 졸라 역으로 분한 배우 정동화를 만났다.
다음은 앞서 진행한 인터뷰 [더인터뷰] '에밀' 정동화, "케미 잘 맞아, 초연임에도 호평 받는 것 같아" 에서 이어지는 내용이다.
Q. 같은 역할에 두 명의 배우가 함께하고 있다. 연습 때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했는데 본 공연이 올라가고 나서 모니터링도 했을까.
정동화 드레스 리허설부터 다 챙겨 봐요. 왜냐하면 배우들이 똑같은 역할을 맡더라도 각자만의 동선과 결을 가지고 연기를 하거든요. 연습 때 아무리 많이 봐도 무대 위에서 나오는 배우들 각자의 색깔이 있어요. 그래서 테크 리허설 때부터 드레스 리허설, 본 공연까지 다 챙겨 봅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더 챙겨 보는 것도 있어요. 배우들마다 가지고 있는 달란트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을 공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사실 작품에 어떤 배우가 캐스팅되느냐가 되게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왜냐하면 배우들마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다 다른데 이번 작품은 작품도 워낙 좋고 실력 있는 창작진에 배우들 캐스팅까지 너무 저랑 시너지도 잘 맞고 친한 사람들이라 합이 너무 잘 맞았었어요.
Q. 박영수, 박유덕의 에밀은 어떤 에밀이었나.
정동화 저는 사실 차가운 역할을 해도 조금 뜨겁게 표현을 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에밀 졸라라는 인물이 개인적으로 저처럼 마음이 뜨거운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대본을 읽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냉철하고 차가운 모습이 보이지만 단순하게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불같은 모습들이 숨겨져 있고, 클로드를 만나고 경계하는 과정에서 그런 모습들이 드러나거든요. 저는 그런 에밀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고 하면, 영수 배우님 같은 경우에는 뭔가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있거든요. 저랑은 또 다른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다져온 여유로움이 있어서 그게 담겨있는 에밀이 보이는 것 같아요. 유덕 배우는 실제로 친구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영수 형과는 다른 모습이 보이는데, 유덕이가 사극도 많이 하고 왕 역할도 많이 해서 그런지 어떤 연륜 아닌 연륜이 느껴지고 이 친구만의 장점 중 하나가 진중함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 느낌들이 이 친구가 연기하는 에밀에 잘 녹아내려져 있어요. 그게 에밀 졸라랑 너무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Q. 클로드 역할의 배우들은?
정동화 아무래도 세 배우 모두 다 다르죠. 인성 배우님은 아이돌로서 활동을 하지만 뮤지컬도 꽤 많이 하셨더라고요. 제가 평가를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같이 연습을 할 때부터 봐왔었는데 너무 잘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너무 잘한다 잘한다 말을 하면 건방져 보일까 봐 '인성아, 너는 원래 뮤지컬을 잘했어?'라고 물어봤었는데 또 아니라고 하고는 '형, 형' 하면서 말을 걸어오는데 일단 노래도 너무 잘합니다. 저는 클로드가 약간 다듬어진 원석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데 인성 배우님은 그런 느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클로드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지우 배우님은 되게 소년 소년미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배우님 속에는 엄청난 상남자가 숨어 있어요. 그래서 같이 준비를 하고 공연을 하다 보면, 특히 격돌하고 충돌하는 장면에서 그런 상남자의 모습들이 나와서 의외의 케미가 나오는 것 같고 시너지 효과도 좋은 것 같은 클로드입니다. 그리고 또 워낙 톤이 좋거든요. 그래서 노래를 하거나 화음을 넣거나 할 때 재밌는 것 같아요. 시너지도 좋고요. 마지막으로 준모 배우님은 지우 배우님이랑 반대로 되게 상남자 같거든요. 그런데 그 속에 소년이 숨어 있어요. 소년미가 있어서 되려 같이 연기를 할 때 제가 조금 더 눈물이 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뭔가 다른 두 클로드에 비해서 더 안쓰럽게 느껴진달까요? 다들 너무 다 매력적이고 각각 다른 장점들이 너무 많아서 회차마다 다 챙겨봐 주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Q. 일단 세 번은 봐야겠다.
정동화 맞습니다. 일단 세 번은 봐주셔야 되지만... 저 말고도 다른 두 배우님이 연기하는 에밀 졸라도 봐주셔야 됩니다.
Q. 그러고 보니 에밀 졸라는 왜 자신의 집에 클로드를 들여보냈던 걸까. 폴 세잔의 그림이 어떤 의미였을까.
정동화 일단 알지도 못하는 클로드를 집에 들인 건 폴 세잔의 그림을 가지고 왔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거든요.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는 에밀 졸라가 죽음을 뛰어넘었다고 봤거든요. 무슨 말이냐면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언제나 옷도 깔끔하게 다려 입고 매일 정장을 차려입었던 거죠. 사실 연습 초반에 의상 콘셉트가 나오기 전에 에밀 의상에 대해서 물어봤던 적이 있었는데 멋있게 나올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럼 안될 것 같은 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처음에 대본을 보고 생각했던 에밀은 도망자에 가깝다고 생각을 했었고, 깨끗하고 다려진 정장보다는 조금 헤진듯한 느낌이 나야 에밀과 잘 맞을 것 같다고 봤었어요. 그런데 의상이 나오고 나서 제가 생각했던 부분이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단 너무 기깔난 의상이 나왔었고 처음 생각했던 부분과 조금 다르지만 이 의상을 입는 게 맞겠다고 봤어요. 마치 독립운동가처럼요.
Q. 독립운동가, 의열단원들은 오늘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양복을 차려입고 머리를 손질했다. 에밀 졸라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정동화 맞아요. 그래서 클로드가 왔을 때, 그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그를 들이는 데는 큰 고민을 하지 않은 이유가 거기 있던 거죠. 오늘 죽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했었고, 다만 궁금했던 거예요. 이 친구가 왜 나를 찾아왔으며, 그 누구도 아닌 폴 세잔의 그림을 가지고 온 이유가 뭔지를요. 그리고 이외에도 제가 클로드를 집 안에 묶어두려고 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이 친구가 가지고 있던 펜 때문이거든요. 객석에서 바라볼 때 잘 보일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예사 팬이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 이 펜은 작가, 글을 쓰는 이가 쓰는 그런 펜이거든요. 그래서 이 친구가 어떤 글을 썼을지, 쓰고 있는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저는 클로드가 빠르게 나갈 수 없게 코트를 걸어두거든요. 그런 동선을 새로 짰습니다.
Q. 에밀 졸라는 어떻게 보면 그 시대에 부조리를 고발한 인물이었다.
정동화 사실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거든요. 부와 명예를 다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 인물은 위험한 짓을 할 이유가 없는데 그래서 더 대단한 것 같더라고요. 만약 나라면, 내가 부와 명예를 가졌는데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를 모든 걸 다 걸고 외칠 수 있을까, 그건 누구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엄청난 결단력이 있어야 된다고 봐요. 그래서 에밀 졸라가 힘들지만 그의 의지가, 외침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저만의 연기적인 톤 앤 매너를 생각했고 가져갔던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극 초반부에 예민하고 날카로웠던 에밀이 클로드와 만나고 대화를 하며 그의 신념과 의지가 확고해져 마지막에 집 문을 여는 것 같아서 좋았다.
정동화 감사합니다.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사람이 뭔가를 학습을 할 때 처음에는 누군가 알려주면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를 수 있거든요. 내가 직접 해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거고, 또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 줄 수 있어야 뭔가 완벽한 학습이 된다고 들었어요. 에밀도 그런 것 같거든요. 제 안의 확고한 신념이 있지만 그게 정답인지 아닌지 모르고 있지만 클로드를 만나면서 이 친구에게 나의 신념이 뭔지를 말해주며 저 스스로 되돌아보고 진짜 그 신념에 대해서 확고해지거든요. 그리고 클로드에게 어느 정도 저의 그 신념의 바통을 넘겨주는 것 같아서 말씀해 주신 그런 부분들을 잘 봐주신 것 같아서 좋네요.(웃음)
Q. 극 중에서 그들이 나가고 나서 다음날 에밀이 죽는다는 스토리인데, 만약 에밀이 죽지 않는다면 그들이 나가고 난 이후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정동화 일단 에밀은 실제로 살해 위협을 받았었고, 누군가의 살해 공작으로 죽게 됐거든요. 만약 그런 사건이 없었다면 두 사람이 합심해 같이 재심을 했을 것이고 정답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이 글을 썼을 것 같고, 혹은 서로에게 더 좋은 글을 쓰게 도움을 주는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공동 지필을 하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에밀은 클로드의 조력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고, 그들이 남긴 글은 새로운 명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Q. 에밀 졸라의 작품들도 시대를 뛰어넘는 작품들이지 않나.
정동화 맞아요. 이번 작품을 맡고 에밀 졸라라는 인물을 맡게 됐다고 들었을 때 옛날 영화와 책들을 다 찾아봤었거든요. 그런데 보면서 진짜 엄청난 천재구나, 시대를 뛰어넘는 이야기와 폐부를 파고드는 강렬한 단어와 문장들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철학가이자 시대를 뛰어넘은 작가이자 혁명가이자 언론인이었습니다.
Q. 관객들에게 뮤지컬 <에밀>은 어떤 작품으로 다가가길 바라나.
정동화 일단 제가 생각하는 뮤지컬 <에밀>의 키워드는 '용기'인 것 같거든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기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느낀다고 봐요. 그런데 자신의 신념이 생기는 그 순간,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서 뭔가를 해내거든요. 에밀 졸라도 자신의 신념이 확고하기 전까지 두렵고 무서웠을 거예요. 나는 옮은 말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아니라고 했을 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그는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높였고 글을 써서 고발을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 참여했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기도 했고 고마웠어요. 저 스스로에게 저도 메시지를 던지고 있거든요. 이 시대에 이런 작품을 하는 데 있어서 나는 어떤 떳떳함을 가지고 이 작품, 배역을 맡아서 연기하고 노래를 해야 하는가, 나 자신이 용기를 갖고 최선을 다해야 관객들 또한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용기를 얻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리 작품을 보면서 어떤 혁명을 해야 된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삶에서, 지금 용기 내지 못하고 있는 당신에게 우리의 작품이 힘을 얻고 용기를 내는 그 순간이 되는, 원동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공연을 하고 있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관객분들을 응원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작품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본지는 개인적으로 어떤 작품이던 배우들이 의지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지 작품의 힘이 생긴다고 본다.
정동화 맞아요. 사실 어떤 작품들은 시작했던 때와 다르게 후반부로 가면서 산으로 넘어가는 작품도 있거든요. 그런데 어떤 배우가 미친 듯이 자기의 갈 길을 확고하게 정하고 달려가면 관객분들도 그 배우를 보러 그를 따라가거든요. 작품에 큰 힘이 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제가 최근에 한 책을 읽으면서 봤던 글이 생각나는데 '당신이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당신이 잠깐 미뤄둔 혹은 용기 내기 못해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게 되게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이 작품이 앞서 이야기했던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 힘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오늘 아침 가지 못한 헬스장이 생각났다.
정동화 각자 또 자기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잖아요.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거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길 거라고 봅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되죠.(웃음)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
정동화 공연을 할 때 압생트를 마시는 장면이 있거든요. 병이 코르크로 되어 있어서 '폭' 하고 뽑아야 되는데 인성 배우님이랑 공연을 할 때 코르크가 막힌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에 술을 따르고 진실 게임을 시작해야 되는데 따를 수가 없게 된 거죠. 그래서 '나부터 시작하지' 그러면서 술을 따라야 되는데 따를 수가 없어서 코르크를 반대로 안으로 집어넣어서 따라야지 했는데 또 안 들어가지더라고요. 마침 인성 배우도 저를 봤었나 봐요. 작은 사이즈의 압생트를 제 쪽으로 밀어주더라고요. 그래서 작은 병을 잡으면서 '이걸로 하지'라고 말을 하면서 넘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빠담빠담'이라고 환상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클로드가 에밀한테 "사냥 좋아하세요?"라고 말을 하면서 화로 부지깽이를 들고 조준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부지깽이를 찾다가 이걸 계속 쓰러뜨린 거예요. "이건 어떠세요?"라고 말을 하는 데 우당탕탕거려요. 제가 "조심히 다뤄주게"라고 말을 했는데도 뭘 자구 쓰러뜨리고 있어서 웃참아닌 웃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Q. 웃음을 잘 참는 편인가.
정동화 역할에 따라서 다른 것 같아요. 조금 웃어도 되는 역할은 대놓고 웃기도 하는 데, 이번 작품에서 에밀 같은 경우에는 제가 웃음을 터트린다면 극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웃음이 나도 최대한 참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몇몇 장면에선 조금 허용이 되는 장면이 있어서 조금씩 웃음을 짓기는 하지만 대놓고 웃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앞서 말한 '빠담빠담' 장면 같은 경우에는 저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웃음기를 한 번도 짓지 않으려고 세팅을 했었거든요. 처음 공연 세팅을 할 때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한 숨 쉴 수 있는 자리를 두지 않으려고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 저도 재밌기도 하고 이게 꼭 딥하게 세팅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어서 조금 풀어서 준비를 했죠. 연습 기간에 준모 배우랑 연습을 할 때가 있었는데 "형, 여기서 약간 재밌게 해봐도 될까요?"라고 물어올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난 재밌는 거, 웃음기 하나도 없게 하는 게 내 목표인데 너는 너대로 편하게 하고 싶은 거 하면 돼"라고 답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연습하면서 보니까 준모 배우가 했던 대로 조금 풀어주니까 후반부에 더 진지하게 장면이 이어지더라고요. 그게 좋은 것 같아서 호흡할 수 있는 장면이 들어가게 됐습니다.
Q. 좋아하는 장면이나 넘버가 있을까.
정동화 좋은 넘버가 너무 많은데 개인적으로 좀 드러나지 않은 넘버 중에 '진짜는 뭘까'라는 넘버랑 장면인데 극 중에 폴 세잔의 그림이 확장되면서 영상이 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뭐랄까요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거든요. 그 넘버가 유독 좋더라고요. 멜로디 선율도 좋고 그 부드러움 속에 진중함과 강함이 다 담겨있는 것 같아서 좋아하고 추천합니다. 사실 좋은 넘버들이 너무 많아요. '나는 고발한다' 같은 건 정말 이렇게 항변하고 외치는 투사가 그려져서 혁명적인 컬러가 담겨있다고 한다면 '생빅투아르' 같은 건 되게 아름다운 선율이 담겨있어요. '빠담빠담'은 몽환적이면서도 경쾌한 느낌이고요. 모든 장면과 넘버들이 각각 다른 매력들이 숨겨져있어서 너무 좋기도 하고 그래서 쉽지 않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Q. 공연을 하면서 울림 있게 다가왔던 대사.
정동화 사실 매번 달라지거든요. 가끔 관객분들이 오늘 좋았던 대사를 알려달라고 할 때 말해주기도 하는 데, 오늘의 저에겐 '그건 소설이 아니라 고발장이었네'라는 부분이 가장 신경이 쓰였던 것 같아요. 그 대사가 나는 정말 이걸 사실을 기반으로 쓴 건데 사람들은 내가 썼던 글을 보고 그냥 이야기꾼이 만든 소설이 아니냐며 오해를 한 거잖아요. 저는 그들의 반응을 보면서 더욱더 분노를 하게 되고요. 에밀의 분노는 단순히 무시를 당해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내가 말한 건 거짓이, 허구가 아니라는 어떤 정의로운 분노랄까요. 그건 진짜 고발장이었다고라고 힘을 줘서 말을 하게 만드는 그 부분이 가장 울림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뮤지컬 <에밀>에서 에밀 졸라를 가장 잘 나타내는 중요한 문장 중에 하나이기도 한 것 같고, 소설가이자 언론인인 에밀 졸라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문장이기도 한 것 같아서 그 문장을 선택했습니다.
Q.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동화 클래식이라는 게 처음 들으면 어려울 수 있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과거에서부터 현대까지 계속 회자되고 있잖아요. 용기라는 것도 우리가 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필요한 부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분에겐 우리 공연이 문화생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어떤 분에게는 삶의 한 줄기 빛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에겐 우리의 공연이 인생의 해결되지 않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해결점이 될 수도 있고, 영감을 얻으시고 가실 수도 있죠. 모든 분들이 정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공연을 만들고 싶고, 그런 공연을 하고 있는 배우이고 싶거든요. 앞서 말한 모든 이야기에 관통하는 키워드는 용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꿈 꾸는 자들의 뮤지컬이 될 수 있게 더 노력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거니까 꼭 공연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서울 공연이 끝나면 전국 투어를 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내가 나오는 회차를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동화 뭔가 공연을 할 때 '제 공연 보러 오세요'라고 홍보를 못하겠어요. 뭔가 좀 애매하달까요? 그런데 이건 말을 할 수 있어요. 제가 뮤지컬 이란 장르를 좋아하는 게 뮤지컬은 뮤지컬만의 맛이 있거든요. 뮤지컬은 뮤지컬스럽게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만약 제 공연을 보러 와주신다고 하면 조금 특별함을 주고 싶거든요. 모든 배우들이 다 잘하고 자기만의 색깔이 있지만 관객분들이 공연장을 찾아와주시는 게 쉬운 일이 아니고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내고 대학로를 찾아와주시는 거기 때문에 저는 그들에게 늘 환상을 선물하고자 하거든요. 당신이 꿈 꾸는 환상을 채워줄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으니 그런 저의 노력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Q. 확실히 욕심이 있어야 배우인 것 같다.
정동화 그래서 그 환상이 뭐냐고 한다면 지금 우리 공연장에 예스24 3관이거든요. 그곳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마을로 옮겨드리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예전에 다른 공연할 때 작품이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는데 그때에도 관객분들을 독일로 초대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우리 작품은 프랑스 엑상프로방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을 엑상프로방스 마을로 초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