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신문_조나단 기자] "나는 고발한다." 프랑스 최고 명예 훈장에 빛나는 작가이자 시인이며 저널리스트였던 에밀 졸라의 마지막 생애를 담은 창작 뮤지컬 <에밀>이 개막했다.
끝없는 비난과 살해 협박 속에서도 자신을 굽히지 않았던 에밀 졸라의 삶, 그가 지키고자 했던 진실은 무엇인지 이번 작품에서 에밀 졸라 역으로 분한 배우 정동화를 만났다.
Q. 반갑다. 본지와 첫 인터뷰다. 인사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동화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지 22년 차가 된 배우 정동화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두 번이나 변할 시간이다. 그런데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정동화 네. 감사합니다.(웃음)
Q.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그것 못지않게 관리도 열심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정동화 뭐랄까요.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하던 몸에 나쁜 거를 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게 평소 생활 속에서도 습관처럼 된 것 같고, 배우라는 직업이 관객분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진짜 복받은 것 같아요.
Q. 어려움은 없나.
정동화 사실 매일매일이 쉽지는 않아요. 식단 관리도 하고 건강을 위해서도 노력을 해야 되거든요. 특히 어딘가에 노출되는 직업이다 보니 결과물에서 관리가 안 된 저를 바라볼 때 더 스트레스를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 때문이라도 어디서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나름 즐기면서 관리하고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Q. 22년 차 배우로서 공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정동화 많이 다르죠. 아무래도 처음 작품을 시작했을 때는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지도 않았었고, '좋은 배우'라는 막연한 목표를 향해서 전진만 하고 있었을 시기였었어요. 제가 2003년 연극으로 데뷔를 하고 다음 해인 2004년 처음 대학로에 입성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봤을 때 대학로에 많은 건물들이 바뀌었죠. 상가도 바뀌고 오가는 사람들도 바뀌었어요. 그렇게 많은 것들이 바뀌었던 곳에 제가 바뀌지 않고 함께 했다는 게 관객 여러분 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이번 공연 <에밀>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을까.
정동화 일단 뮤지컬 <렛미플라이>의 제작사 홍윤경 대표님이랑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거든요. 10년 전에 <두결한장>이라는 음악극이 있었는데, 그 작품 이후로 좋은 작품이 있을 때마다 연락을 해주셨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아쉽게도 좋은 제안을 해주실 때마다 제가 이미 약속이 되어있던 작업들이 있었어요. 죄송하게도 그 뒤로 작업을 하지 못했었는데, 개인적으로 계속 아쉬움도 남았었고 죄송했었거든요. 사실 <에밀> 전에 또 좋은 작품을 저한테 의뢰해 주셨었는데 정말 그 작품도 정해져있던 일정이 있어서 너무 하고 싶었지만 고사를 하게 됐었거든요. 그래서 정말 다음 작품은 꼭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에밀>이란 작품이 올라가기 전에 또 연락을 해주셨어요. "동화씨, 이번에 괜찮은 작품이 있는데..."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제가 하겠다고 했거든요. 작품 이름도 안 들었는데 그게 우리 작품인 <에밀>이었죠. 제목도 몰랐지만 홍윤경 대표님을 믿었어요. 작품은 당연히 좋은 작품일 거고, 저를 신뢰하기 때문에 제안을 주셨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목과 내용도 듣지 않은 채 하겠다고 했던 거죠. 거기에 이대웅 연출님과도 인연이 깊은데 선장으로서 이번 작품을 맡아주신다고 하니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던 거죠.
Q. 언제 연락을 받았나.
정동화 공항에서 였었는데, 제가 대만에서 <라흐마니노프>라는 작품이 올라가서 공연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때가 또 <렛미플라이>란 작품이 대만을 가는 타이밍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 시기 때 전화가 왔었습니다. 뭔가 묘한 인연이 계속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대본을 읽었을 땐 어땠나.
정동화 일단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이번 작품이 어떤 방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되게 짧은, 하루 안에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작품이더라고요. 우리 작품 속에서 배경이 되는 사건을 두고 이 무게감이나 이슈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대본을 읽고 나서 작가님이 이번 작품으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찾아봤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의견을 나누고 연출님이 연출하려고 하는 방향성을 함께 하는 배우들과 공부하고 토론을 하면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공연을 봤을 때 오히려 큰 사건을 이야기했으면 러닝타임이 부족했을 것 같았는데, 이미 큰 사건이 지나가고 나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에밀 졸라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더 극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참고하거나 어려웠던 점이 있었을까.
정동화 개인적으로 에밀 졸라 역할로서의 고민은 관객들이 우리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앞서 이야기했던 단 하루,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보고 극 중 두 명의 인물이 엔딩까지 달려가는 과정의 이야기를 납득시킬 수 있는가, 그의 처절함이 보일까라는 게 저의 가장 큰 숙제였었던 것 같아요. 이 인물이 그 짧은 시간 동안 그의 굴곡이 보일 수 있는가, 어떤 큰 이슈가 없는 상황에서 인물들이 만나고, 충돌하는 부분들이 얼마나 드라마틱 하게 그려질 것인지 모르겠었거든요. 2인 극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연출님과 다른 배우들과 많이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모았던 것 같아요.
Q. 그렇게 장면 장면을 좀 세분화했던 걸까.
정동화 맞아요. 연출님이 장면 장면마다 되게 많이 신경을 쓰셨었거든요. 연습하는 과정에서 배우들마다 해석하고 생각하는 바를 연기로 보여주고 서로 영감을 받고, 좋은 부분은 가져가서 더 좋게 만들고 조금 안 맞는 부분은 서로 이야기하면서 덜어내는 과정이 많았어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조금 웃길 수도 있는데, 모든 공연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모든 배우들이 참여도가 높았던 작품이었던 것 같거든요. 정말 열심히 준비를 했었습니다.
Q. 확실히 연출과 배우들의 케미가 잘 맞으면 연습 때부터 뭔가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정동화 케미가 맞으면 정말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이 나오거든요. 특히나 이대웅 연출님은 이미 호흡을 많이 맞췄었던 사이기 때문에 두말을 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Q. 아이디어를 냈던 부분이 있었을까.
정동화 제 입김이라기보다는 많은 배우들이 많은 의견을 냈었어요. 그중에서 하나를 이야기해 보자면 일단 오프닝 넘버가 원래는 에밀 졸라가 부르는 게 아니라 클로드가 부르는 곡이었었어요.
Q. 그랬으면 공연의 느낌이 확실히 달랐을 것 같다.
정동화 맞아요. 연습할 때 클로드가 계속 불렀었는데, 저는 계속 보고 들으면서 이 곡은 클로드가 아니라 에밀 졸라가 부르는 게 맞는 것 같은 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작가님에게 이야기를 했었는데, 처음부터 클로드가 부르는 걸로 생각을 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클로드가 메인이었고 에밀이 서포트를 하는 느낌이었죠. 그런데 제가 생각해 봤을 때 이게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었고 연출님과 작가님에게 말씀을 드렸었어요. 그랬더니 일단 한 번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확인을 해보자고 하셨었는데 그때 진짜 열심히 이 노래를 불렀어요.(웃음) 한 번 들어보자는 그 말에 뭔가 모든 감정을 다 쏟아부어서 최선을 다해 불렀었고, 결국 에밀이 메인으로 부르는 걸로 바꾸게 됐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방향성도 배우들끼리 많은 대화를 나누고 연출님과 방향성에 대해서 설정하는 데 토론을 많이 나눴었는데, 저는 처음과 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고, 그 흐름을 좋아해서 저만의 방향성을 제안했었고 흔쾌히 제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열어주셔서 다른 에밀 졸라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처음과 끝에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하고 지금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Q. 연습할 때와 무대 세팅이 끝나고 테크를 돌때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무대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다.
정동화 연습실에서는 아무래도 마킹 테이프로 체크만 해두고 큰 소품인 소파나 의자 같은 것만 두고 연습을 하거든요. 그래서 무대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을 안 했었는데, 남경식 무대 디자이너 선생님께서 무대를 너무 예쁘게 만들어 주셨더라고요. 극장에 오자마자 너무 부티 나는 거 아니냐고 배우들끼리 너무 멋있다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리고 사실 배우들도 환경적인 요인에서 예술가들 못지않게 영감을 많이 얻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다 실제 세트를 만났을 때, 생각지도 못한 더 좋은 느낌을 받으면 더 좋은 영감이 생겨요. 그래서 정말 다들 눈이 반짝거렸습니다. 그리고 무대 못지않게 의상도 너무 멋지더라고요. 의상 디자인에 홍문기 선생님이 의상을 또 너무 예쁘게 만들어주셔서 딱 피팅하고 나서부터 뭔가 더 집중이 됐던 것 같아요. 연기 스타일도 그 의상과 피팅에 맞춰서 조금 달라지기도 하고요. 여기에 이번에 헤어 메이크업도 약간 백발 느낌을 줬었거든요. 그것도 신의 한 수인 것 같더라고요. 분장에 김남선 선생님이 이 포인트를 잘 잡아주셔서 정말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웃음)
Q. 조명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초반에 무대를 들어오고 마지막에 나갈 때 어두운 가운데 인물들의 얼굴이 스며들어 나오고 빠져나간다고 해야 될까. 영화 보는 것 같은 효과가 나서 좋았던 것 같다.
정동화 영상 디자인 선생님 께서도 영상을 적재적소에 너무 잘 만들어주셔서 이걸 이렇게 자랑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지만 정말 모든 창작진 분들과 배우들, 스태프들이 한 몸이 돼서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첫날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고, 지금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사실 창작 초연 작품이 처음부터 사랑받기는 쉽지 않거든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최근에 그런 평가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더 힘을 얻어서 공연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Q. 이 작품, 추후에 공연 사이즈가 커질 수도 있을까.
정동화 저희들끼리 이야기할 때 <형제는 용감했다>라는 작품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 작품이 초연이 대학로 자유극장이었거든요. 그런데 좋은 평가를 받고 재연, 삼연 올라갈 때마다 코엑스아티움, 두산아트센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까지 갔거든요. 저는 <에밀>도 충분히 투자와 지원을 받게 된다면 이야기 풀을 더 넓혀서 연강홀을 거쳐 샤롯데까지 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Q. 군중씬이 필요할 것 같다.
정동화 네. 군중들이 나와서 한 번 외쳐주는 장면이 필요할 겁니다.
Q. 중간에 인터미션까지 해서 3시간짜리 대극장 공연이 되면 또 다른 재미일 것 같다.
정동화 대극장에서 보면 또 느낌이 다르거든요. 사실 어떻게 보면 우리 작품도 <레 미제라블>같은 뉘앙스의 작품이거든요. 극에서 프랑스 혁명을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했지만 충분히 우리 작품도 지금 공연에서 확장할 여지가 다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대극장까지 가면 좋겠습니다.(웃음)
Q. 일단 공연을 잘 마무리하고,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사랑해 준다면 사이즈가 커질 수 있을 것 같다.
정동화 기대가 됩니다. 그날까지 열심히 고발하겠습니다!
제작사 프로스랩/라이브러리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에밀>이 지난 6월 11일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 당선작으로 선정됐던 뮤지컬 <에밀>은 프랑스의 대문호이자 언론인인 에밀 졸라와 그를 동경하는 가상의 인물 '클로드'의 하루 동안의 만남을 그리고 있는 2인극이다.
에밀 졸라 역에는 뮤지컬 배우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가 캐스팅 됐으며 클로드 역에는 배우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가 캐스팅됐다.
뮤지컬 <에밀>은 오는 9월 1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