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대주주는 기재부, 한전, 국민연금 등 정부...업무해태 직원들 국내 근무 중
[한국증권신문_허홍국 기자] 한국가스공사 천연가스 미수금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5조 원에 이른다. 부채율로 보면 480%다. 그 이면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과 민생을 우려한 원가 이하 공급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단행된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 인상은 이런 불가피한 배경이 깔려 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 내에서도 단 1원도 회수하지 못한 ‘나랏돈’도 있다. 호주법인 코가스 오스트레일리아(Kogas Australia Pty Ltd.)자회사가 약 2년 10개월 전 해킹을 당해 사라진 가스 구매대금 28만 달러다. 돌고 돌아 결국 전액 ‘손실’로 처리되는 원료가스 구매대금을 추적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가스공사 호주법인 코가스 오스트레일리아 출자회사에서 2년 10개월 전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이른바 가스공사 호주법인 ‘전자메일 해킹 송금 오류’ 사안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이 사건이 벌어진 뒤 공공기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책법)’에 따라 해당 사건 감사를 유예하고, 사전조치로 감사원에 변상책임 유무 확인을 의뢰했다.
감사원은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검토했고, 해당 사안은 그 사이 ‘2022년 해외법인 및 합작투자법인 운영실태 종합감사’서 처분 유예로 결론났다.
한국가스공사 호주 자회사인 코가스 오스트레일리아가 출연해 만든 재출자회사(손자회사)는 KGLNG EnP Pty. Ltd.’, ‘KGLNG EnPⅡ Pty. Ltd.’, ‘KGLNG Liquefaction Pty. Ltd.’ 등 3곳이다.
◇ 무슨 일 벌어졌나
한국가스공사 손자회사인 호주 KGLNG에서는 2021년 9월 신원 불상 해커가 해당 회사 전자메일 계정 해킹을 통해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원료가스 구매대금 입금계좌 변경을 요청하고 위조 대금청구서를 송부했다.
호주 현지서 채용된 팀원 A씨는 해커 피싱 메일을 의구심 없이 대금청구서를 접수한 후 거래처에 추가확인 없이 위조 첨부물을 기반으로 같은 팀 B(4급)직원에게 입금계좌 변경을 요청했다. B직원은 이를 승인해 위조된 입금계좌로 거래처 정보 변경을 완료했다.
이후 KGLNG는 위조된 입금계좌로 2회에 걸쳐 미화 55만4051달러를 송금했고, 이 가운데 28만 8791달러(한화 3억 9954만 원, 원 달러 1383.50원 기준)를 잃어버렸다.
올해 1월 한국가스공사 자체 감사결과, B직원은 A직원이 입금계좌 변경을 요청할 때 첨부한 대금청구서 계좌정보가 부속서류인 은행 공문 계좌정보와 다르게 기재됐음에도 A직원에게 추가 확인 없이 위조된 은행 공문 계좌정보를 기반으로 입금계좌 변경을 승인했다. 이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같은 팀 기안 확인자인 C팀장은 지급 기안 작성자인 A직원이 특이사항(입금계좌 변경)에 대해 기록한 remark(주목)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고, 기안 승인자인 법인장인 D씨도 마찬가지다.
팀장과 법인장도 업무에 필요한 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해당 법인서 확인자와 승인자로서 서류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 감사실은 자체 감사를 통해 기관장에게 팀원 A에 ‘견책’ 처분을 요구하고 C팀장에게 ‘경고’, D법인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들은 국내로 복귀해 근무 중이다. 현지 직원이었던 B직원은 퇴사해 징계 요구 및 인사 조치가 불가한 상태다.
◇ 2년 넘게 진행된 감사
감사원은 2년 넘게 가스공사 호주법인 코가스 오스트레일리아 출자회사인 KGLNG ‘전자메일 해킹 송금 오류’ 사안을 ‘회책법’에 따라 변상책임 유무 여부를 따져봤다.
감사원은 가스공사가 출자해 설립한 호주법인이 100% 재출자해 설립된 KGLNG에 대해 해당 법률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공기관 자회사까지만 적용되고, 손자회사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감사원 측 설명이다.
쉽게 말해 공기업 자회사의 재출자회사, 즉 손자회사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에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단체 등이 회계사무를 적정하게 집행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회책법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국증권신문>과 통화에서 “2년간 지연된 것이 아니다”며 “시효 기간 만료 전, 내부 프로세스에 맞게 처리됐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수익형 공기업으로, 대주주는 정부다. 가스공사 주식은 기재부 26.15%, 한국전력 20.47%, 국민연금 7.69% 등 54.32%를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소유하고 있다.
코가스 오스트레일리아는 GLNG 프로젝트 사업 투자 목적으로 가스공사가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호주 글래드스톤서 천연가스를 액화해 LNG를 수출하는 사업을 맡고 있다.
해킹 사고 발생 손자회사는 호주 GLNG 지분 프로젝트 참여, 호주 현지서 가스를 캐서 한쪽으로 모아 액화 후 LNG 만들어 일부분 한국으로 수입하거나 제3자에게 판매하는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