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 김종서 78] 무당 용안의 예언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 김종서 78] 무당 용안의 예언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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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앞에 있는 수양대군의 사저 후원에 활쏘기 대회라는 명목으로 측근들이 모였다. 큰아버지 양녕대군이 좌장이고, 북방 변경 수비대의 보충군에서 풀려나 삼군부 진무로 있는 박호문과 권람, 홍윤성, 홍달손, 진무 양정, 한명회 등이 함께했다. 그 외에도 장안의 건달로 힘깨나 쓰는 장정 20여 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사대에는 수양대군과 최측근인 한명회, 권람, 박호문 등이 함께 자리했다.

“혜빈 마마가 내명부를 차고 앉아서 옥쇄까지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권람이 입을 열었다. 권람과 홍윤성은 안평대군 사저에도 출입하고 수양대군 사저에도 드나들며 양다리를 걸친 인물들이었다. 양측이 모두 자기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후궁 주제에 아예 대비 노릇을 하려는 것인가?”

박호문이 거들었다.

“전하께서 승하하시는 날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것입니다.”

홍윤성도 한마디 했다. 모두 자기대로 속셈이 있는 말이었다.

“일전에 궁녀들에게 괴이한 예언을 했다는 무녀의 이야기를 들었는가?”

수양대군이 한명회를 돌아보며 물었다.

“용안(龍眼)이라는 무녀 말씀이군요.”
“그 무당이 사직의 앞날을 내다보는 극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하늘에서 큰 살별이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는데 전하가 이번에는 털고 일어서기 힘들 것이란 암시가 아니냐고 방정들을 떨고 있다고 합니다.”
“그 무당을 누가 가서 좀 데리고 오지.”
수양대군의 말에 한명회가 대답했다. 
“용안이 있는 신당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수양대군의 말이 떨어지자 한명회가 냉큼 일어섰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한명회가 검정색 치마저고리를 입은 젊은 여인을 말 뒤에 태우고 나타났다. 여인은 말에서 내려서자 사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초생 달 눈썹에 붉은 입술이 미인도에 나오는 그림 같은 인상을 주었다. 용안은 싸늘하면서도 날카로운 눈으로 수양대군을 쳐다보았다.

“소첩 인사 올립니다. 용안이라고 합니다.”

여인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큰절을 했다.
“이리 와서 앉거라.”

수양대군이 앞자리를 가리켰다. 용안은 사양하지 않고 다소곳이 앉았다.

“용하게 맞춘다고 용한이라 하느냐?”

수양대군은 용안이라는 이름을 용한으로 잘못 들은 것 같았다.

“용한이 아니라 용안이라고 합니다. 용의 눈알처럼 먼 앞날을 내다본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한명회가 아는 체 했다. 여자는 그냥 웃기만 했다.

“그래, 지금 조선의 앞날이 어떻게 보이는가?”

수양대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나 여자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하늘의 별은 밤마다 떨어집니다. 그것이 괴이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새로운 별이 나타나는 것은 그리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새로운 별은 무엇을 말하느냐?”
“지금이 2월이라 아직 입춘의 계절인데 기러기가 하늘을 나는군요. 기러기 날개 사이로 새 별이 보입니다.”
무당 여인은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를 했다.
“그게 무슨 뜻이냐?”

수양대군이 물었으나 무당 여인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기러기는 안행(雁行)을 뜻하지 않습니까. 안행, 즉 형제 중에 새 별이 뜬다는 괘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권람이 아는 체를 했다. 

“형제라면 세자의 형제를 말하는 것 같은데 우리 마마와 안평대군이 있지요.”

한명회의 말을 홍윤성이 반박했다.

“금성대군도 있고, 임영대군, 광평대군, 영응대군....”
“기러기도 앞서서 나는 기러기가 제일 눈에 띄지요.”

권람이 다시 수양대군을 지칭하는 해석을 했다. 그래도 무당 여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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