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76] 왕업을 어지럽히는 예언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76] 왕업을 어지럽히는 예언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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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서가 공험진의 선춘령에서 윤관 장군의 국경비를 발견한 것은 조선 역사에서 매우 큰 사건이었다. 이로써 세종 임금의 옛 국토 되찾기의 소망이 상당부분 이루어진 셈이었다. 
김종서는 동북 변경의 조선 국경을 회령, 종성, 경원, 부령, 은성, 경흥 등 육진으로 굳혔다.
 
이 무렵 김종서는 조정으로부터 급보를 받았다. 파저강 일대에 본거를 둔 이만주가 변덕을 부려 몽골족과 합세하여 다시 평안도를 위협하니 빨리 평안도로 이동하라는 내용이었다.  김종서는 평안도체찰사의 임무를 띄고 다시 압록 강변으로 군사를 이동시켰다. 홍득희에게는 평양에 머물면서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김종서가 서북방 변경에서 국경을 지키는 동안 한성에서는 더 긴박한 사태가 암암리에 전개되고 있었다.
세종 임금의 병환이 위급해지자 권력을 둘러싼 음모가 장마 뒤의 독버섯처럼 여기저기서 번지기 시작했다.
세종 임금은 막내 왕자인 영응대군의 집으로 피접을 떠났다. 조정에서는 전국의 대천과 명산에 사람을 보내 임금님의 쾌유를 비는 큰 재를 올리는 한편 전국 사찰에 명해 기도를 올리게 했다.

그러나 임금이 승하한 이후 권력의 움직임을 자기 파당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암투와 유언비어가 난무하여 세상을 어지럽혔다.
가장 두드러진 세력은 방룡설을 퍼뜨리고 있는 안평대군을 둘러싼 무리와 삼군부의 핵심을 장악한 수양대군의 움직임이었다. 
안평대군의 사저인 무계정사에는 이현로라는 당대 제일의 책사가 안평대군을 업고 있었다. 이와는 달리 수양대군은 권람, 한명회, 유자광 같은 천하의  모사들과 박호문, 홍윤성, 양정, 홍달손 같은 무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소헌 왕후가 승하한 이후 내명부를 이끌고 있는 세종 임금의 후궁 혜빈 양씨는 세자 향(珦)이 무사히 용상에 오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궁정내의 눈들은 역부족으로 보고 있었다. 혜빈 양 씨는 세자빈이 세손을 낳은 뒤 산후욕으로 세상을 떠나자, 임금의 명으로 어린 세손 홍위(弘暐)와 누이 경혜 공주 남매의 유모 역할을 했다. 따라서 세자와 세손을 잇는 장자 상속의 순탄한 왕권 승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득 차 있었다. 

혜빈 양 씨는 손수 길러낸 세손 홍위가 여덟 살의 어린 나이로 국본에 책봉되었을 때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혜빈은 궁녀로 있다가 세종 임금의 눈에 띄어 후궁이 된 후 빈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혜빈은 세자가 왕통을 이어 용상에 앉는 모습을 보고 죽어야 세종 임금에 대한 은혜를 반이라도 갚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혜빈에게 강력한 동조자는 임금의 여섯째 왕자인 금성대군이었다.

안평대군 측이나 수양대군 측은 비록 장자이기는 하나 몸이 약하고 강단이 부족한 세자가 임금이 승하한 뒤 용상을 지킬 수 있느냐 하는 데 내심 의문을 품고 있었다. 여기서 불충한 음모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더구나 태조가 건국한 이래 조선은 한 번도 장자 상속이 이루어진 일이 없기 때문에 하늘의 뜻이 어디에 있느냐고 스스로 묻고 있었다.  

장차 왕이 탄생할 수 있는 복지라는 백악산 뒤에 사저를 짓고 산수와 벗하며 시인 묵객들을 불러 풍류를 즐기는 안평대군의 처신에 대해 사람들은 그리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안평대군의 사저에는 책사인 이현로가 늘 함께 있었다. 그 때문에 수양대군의 눈에 가시가 되었다. 수양대군은 이현로를 ‘쥐새끼 같은 안평의 가노’라고 불렀다.

이현로는 문과에 급제하여 임금의 한글 창제와 동국정운 저술 등에 공을 세우기도 했다. 그 후 병조 정랑으로 있을 때 내시 최읍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들통나서 참형을 당할 지경에 처했다. 그러나 임금이 공신의 후예라 하여 참형을 면하게 하고 순창, 사천 등지로 귀양을 보냈다.

귀양살이를 하는 동안 안평대군의 눈에 들어 한양으로 올라오게 되었다. 안평대군은 이현로의 재치와 풍수를 높이 사서 그를 책사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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