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터뷰] 박지선 작가·이영은 연출 그리고 훨훨 날아오를 준비 마친 연극 '누에'
[더인터뷰] 박지선 작가·이영은 연출 그리고 훨훨 날아오를 준비 마친 연극 '누에'
  • 조나단 기자
  • 승인 2024.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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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_ 조나단 기자] '제45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연극 <누에>가 오는 5월 31일 첫 선을 보인다.

이번 작품은 앞서 2020년 국립극단의 창작 희곡 온라인 상시투고 제도 '희곡우체통'에 선정돼 낭독회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제5회 옥랑희곡상 수상작 ‘관능’을 하나의 서사로 엮었다.

연극 <누에>는 조선을 배경으로 동무지만 편지로 속마음을 주고 받으며 1년에 단 한 번 단오에 만나는 ‘윤’과 ‘동’의 이야기를 그린다. 조선 9대 왕인 성종과 폐비 윤씨, 어을우동 등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적 상상력을 더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본지는 개막 전 극단 김장하는날의 대표이자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영은 연출가와 <견고딕 걸> <달과 골짜기> 등을 발표하고 이번 작품을 집필 한 박지선 작가를 만나 이번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반갑다. 인사와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박지선  안녕하세요. 연극 <누에>를 쓴 희곡 작가 박지선이라고 합니다. 

이영은  안녕하세요. 저는 극단 김장하는날의 대표이자 이번 연극 <누에>의 연출을 맡은 이영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이야기에 앞서 이 작품, 연극 <누에>의 시작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수 있을까.

박지선  네, 우선 이번 작품은 국립극단의 '희곡 우체통'에 선정되어 낭독회를 거쳤어요. 폐비 윤씨의 이야기만 해서 <누에>라는 제목으로 선정이 됐었고, 지금은 없어졌는데 옥랑희곡상이라고 창작 희곡에 주는 상이 있는데 거기에서 <관능>이라는 제목의 어을우동 이야기로 쓴 희곡이 선정됐어요. 두 작품은 따로따로 시간 차를 두고 쓴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하나의 작품으로 합치게 됐습니다. 한 시대를 살았던 두 여자 폐비 윤씨와 어을우동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적 상상력을 더했습니다.

Q.  이번 작품의 제목을 <누에>로 지은 이유.

박지선  이 작품을 쓰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이미지가 누에였어요. 누에가 실을 토해내서 고치를 만들고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고치에서 나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이미지를 처음 떠올렸었죠. 대본을 쓰면서 보니 극 중 인물인 어을우동과 폐비 윤씨가 누에가 고치를 탈피하고 하얀 날개를 얻고 날아가는 모습이 겹쳐 보였고 그렇게 정하게 됐습니다.

Q.  대본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이영은  일단 처음 대본을 받고 다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이 작품은 서울 연극제, 대극장에서 올리면 너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너무 감사하게도 여기까지는 제가 원하는 대로 된 것 같아요. 이 작품을 무대화하는 과정에서 강렬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잘 담아내는 게 1차적인 목표였고 제가 작업을 할 때 영상이나 시청각적 요소들을 즐겨 써왔는데 그런 부분 또한 잘 맞아서 작품 속에 녹여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Q.  예를 들자면?

이영은  저는 작품의 메시지를 함축해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상징이 예전에 수렴청정을 할 때 썼던 '발'이라고 봤거든요. 보일 듯 말 듯 한 발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천을 여러겹 활용해서 표현을 하려고 했고, 여기에 영상을 투사해서 병풍의 느낌이 되기도 하고 수묵화를 담은 듯한 느낌도 주려고 했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장르적 특성상 디지털적인 느낌이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본에 있는 청각적인 부분들도 많은데, 그 아름다운 요소들을 무대 위로 옮기려고 노력했습니다.

 

Q.  청각적인 부분은 뭘까. 

이영은  극 중에 새소리나 바람소리 등 시공간을 연상하게 만드는 소리들이 있거든요. 정서적인 사건이나 공간적인 부분 혹은 인물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리들이 대본에 명시되어 있어서 이런 부분들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Q.  대본을 쓸 때 어떤 영감을 받아썼던 걸까. 아니면 어떻게 영감을 받는 편인가.

박지선  저는 글을 쓸 때 장면을 떠올리면서 쓰거든요. 희곡을 쓸 때면 아무래도 무대화를 생각해야 되다 보니까 그 무대를 떠올리면서 글을 쓰는데, 예를 들어 한 밤의 정자라는 장소라고 시작을 하면 달이 떠 있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부는 소리와 그 바람에 흔들려 스치는 풀 소리를 떠올려요. 그런 이미지를 다 정리해서 대본에 담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연출님이 대본을 보면서 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것 같아요. 

Q.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부분이나 장면이 있다면?

이영은  저는 사실 전통 소재의 극이나 음악극을 안 해본 게 아니라서 사극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큰 거부감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이번 작품은 연출 겸 제작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습니다.(웃음) 어떻게 보면 제작사로서 다시 태어난 계기가 됐다고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어요. 사실 현대화하고 간소화한다면 조금 더 쉽게 풀어낼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장면마다, 배역마다 하고자 하는 말과 메시지가 있는데 이걸 제대로 설명하고 보여주지 않으면 관객들이 제대로 전달받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의상이나 고증이나 어디까지 구현하고 어디까지 생략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힘들지만 그만큼 또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의상이요? 상당부분 제작을 했고 일부는 대여를 했습니다. 준비된 의상을 보면서 우리 디자이너님들이 이걸 다 해내셨구나 하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고민이 교차하는 걸 보니 참 쉽지 않은 작업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예쁘고 멋있는데 그만큼 다들 힘든 것 같아요. 의상 체인지도 너무 많고요.(웃음)

Q.  확실히 요즘 들어 사극이나 시대극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제작비도 문제지만 준비할 게 많기도 하고 사극 같은 경우에는 고증을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가 문제이기도 하지 않나. 선을 정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영은  맞아요. 작업을 하면서 현대화나 간소화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어요. 창작진들과 끝까지 토론하고 고민을 했는데 물론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이 부분에선 타협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마다 중요한 지점들은 포기할 수 없었고, 최대한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살리려고 했었어요. 모든걸 고증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인물과 상황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선택했습니다.

박지선  그래서 저도 빨리 무대를 보고 싶어요. 제가 상상했던 부분들과 이게 연극적인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서 보이는 건 또 다른 재미가 있거든요. 

이영은  옆에서 보시면서도 눈이 반짝거리세요.(웃음)

박지선  희곡을 글로만 대하다가 무대로 옮겨져서 하나의 공연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배워가는 것 같아요. 단순하게 글로만으로 느껴지지 않고 상상하던 게 현실이 되어가는 게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계속 공부를 해야 할 것 같고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Q.  등장인물에 대해서 소개를 해보자면.

박지선  일단 주인공은 두 여자입니다. 한 명은 우리가 흔히 아는 어을우동, 어우동이라고 불리는 조선 전기의 시인이자 무희, 기생으로 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이혼한 후 기녀가 됐다고 하는데 완전히 소속이 되지는 않았다고 해요. 그런 인물이고 희대의 요부나 조선 최고의 팜므파탈로 기록되어 있는 여성입니다.

이영은  다른 인물은 폐비 윤씨인데 성종의 두 번째 부인입니다. 연산군을 낳아서 왕비가 됐습니다. 야사로 전해진 내용에선 성종의 얼굴을 할퀴어서 폐비가 됐고 사약을 받아 죽게 됐고, 아들 연산군이 추후에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되어 이를 계기로 폭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이야기들을 합쳐서 두 명의 주인공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인물 사이에 들어가 있는 성종과 당시 정치적으로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던 대비들이 있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은 성종의 형이자 사실 장자 계승의 원칙으로 왕이 됐어야 했던 인물이 월산대군인데 장인 한명회의 지금 말로 엄청난 서포트를 받으면서 성종이 왕이 됐거든요. 그 과정에서 나름 키포인트가 되는 월산대군이 나옵니다. 그리고 상상력이 들어간 허구의 인물들도 나오는데 극 중에서 중요한 인물로 표현되기도 해서 공연장을 찾아와서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역사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구현하는 작품은 아니다 보니 역사를 알고 계신 분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잘 알지 못하셨던 분들도 충분히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합니다. 극 중 주인공은 두 명의 여성이지만 성종도 그렇고 다른 인물들도 남녀 고하를 불문하고 억압받는 인물들이 나온다고 봤어요. 그들 모두 각자의 상황 속에서 어려움이 있고 해결시키지 못한 질문들을 가지고 살죠. 어느 시대에서나 자유를 얻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작품 또한 동시대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Q.  혹시 준비 과정에서 마음을 사로잡은 대사가 있나.

이영은  너무 많은데요? 우리 명대사가 너무 많아요. 너무 좋은 글을 주셔서 말이죠.

박지선  저는 포스터에 나온 대사요. 

이영은  포스터 대사를 기획 피디님이랑 같이 상의하면서 뽑았거든요. 그때 작가님한테도 바로 물어봤었어요. 괜찮냐고요. 그런데 괜찮다고 해주셔서 사용했습니다. "봐요, 우린 헛것이 아니었어요."라는 대사입니다.

박지선  너무 잘 뽑아주셨어요. 보면서 '맞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런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었거든요. 

이영은  딱 하나 선택을 해야 한다면 이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박지선  저는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게 문득 떠오를 때마다 다 써두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썼던 대사 중에 하나였고 저도 되게 좋았습니다. 

이영은  최근에 작가님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셨는데 거기에 포스터 사진과 '누에, 훨훨 날아'라고 쓰셨는데, 그 말처럼 우리 작품이 잘 됐으면 좋겠더라고요.  

박지선  이 작품이라는 게 사실 이렇게 바로 무대에 올라간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제 노트북 속 폴더 속에서 오랫동안 고치가 된 상태로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 예쁜 날개 옷을 입고 날아오른다는 느낌을 받아서 짧은 기간이지만 이 누에가 날아오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잘 날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그럼 혹시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면?

박지선  장면이라고 한다면 극 중에 진실 혹은 대담이라는 게임을 하거든요. 이게 뭐냐면 술을 마시면서 묻는 질문에 진실로 대답을 하던가 대답하지 못할 거면 옷을 하나 탈의하는 술 게임을 무대로 옮긴 장면이 있어요.  이런 게임을 무대 위에서 서로의 정체를 숨긴 인물들이 게임을 하면서 조금 야한 대사들을 질문하고 답하는 장면이 있는데 관객분들도 조금 색다르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각자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나 지키려고 하는 작업 루틴이 있을까.

박지선  저는 쉽게 얘기할 수 있어요. 저는 이제 하나 써야 된다고 하면 항상 노트에 기록을 하거든요. <누에>도 그렇게 시작을 했거든요. 언젠가 문득 떠오르는 것들을 노트에 적어서 모아두고 그렇게 모아두다 보면 플롯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약간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일단 길던 적던 떠오르는 걸 쓴 메모들과 문장들을 보면 장면들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걸 꼭 지켜서 한다기보다는 책도 읽고 쓸 스토리와 관련된 영화나 드라마가 있으면 찾아보기도 하고 정보들을 모으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마감일이 정해져있으면 그런 부분들을 모아서 약간 고시생 모드로 먹고 자고 글 쓰고를 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 다 써 내려가서 완성 시킵니다.

이영은  저는 사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정해져있고 데드라인도 명확한 직업이다 보니까 물리적으로 바뀔 수는 없고 정해진 걸 맞춰서 지켜나가는 편인데, 이번 프로젝트처럼 프로덕션이 커졌을 경우에 미리미리 디자이너님들이랑 다른 감독님들을 만나서 교감을 하려고 노력해요. 사실 연출은 혼자서 다 할 수 없는 직책이거든요. 배우와 스태프분들이 없으면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그들과 만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그들이 굉장히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주기 때문에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연극 <누에>를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이영은  많이 생각했던 건데 사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가슴을 '탁' 쳤다고 해야 할까요? 되게 마음 깊숙하게 들어와서 아프게 했던 부분들과 결국 마지막에 오는 감동이 있었어요. 저는 앞서도 조금 이야기했지만 예술과 기술의 결합, 플롯의 시도 등 여러 실험과 시도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 예술이라는 건 역시 좋은 글과 서사가 주는 감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본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잊이 않으려 노력하고 지금도 이걸 배우들에게 잘 전달해서 관객분들에게까지 그 감동 그대로를 전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지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보이는 것 이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겨지고 또 표출되지 않은 메시지나 목소리가 있어요. 저는 그 목소리들이 꼭 나와야 된다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그때도 지금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작품은 역사와 허구와 환상과 공포와 로맨스와 멜로와 에로틱함이 담겨 있는 연극입니다. 진짜 다 포함되어 있는 작품이에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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