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73] 한방에서 만난 여두목
[이상우의 실록소설 대호(大虎)김종서 73] 한방에서 만난 여두목
  • 이상우 언론인·소설가
  • 승인 2024.0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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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아마 죽었을 것입니다.”
“다친 데는 없느냐?”

김종서는 자신의 몸은 돌보지 않고 홍득희를 걱정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아저씨,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나는 괜찮다.”

김종서는 어깨에 메고 있는 활을 다시 만져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제 말을 타세요. 여기서 오리쯤 가면 허물어진 성곽 아래 화전민이 떠난 빈 집이 있을 것입니다.”

안장 하나에 두 사람이 타기 어려워 홍득희가 안장을 버렸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홍득희가 먼저 말에 올랐다. 김종서는 홍득희의 뒤로 말에 올랐다. 안장이 없는 말이라 자연히 김종서는 홍득희의 허리를 껴안는 자세가 되었다.

“자, 단단히 잡으세요. 갑니다.”

김종서는 여인의 허리를 껴안고 말을 타는, 평생에 없던 이상한 승마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쓴 웃음이 나왔다.
두 사람은 한참 어둠을 달려 화전민의 허물어진 빈집에 닿았다.

“여기는 회질가라는 옛 성터입니다.”

집안으로 들어가서 홍득희가 부싯돌과 유황으로 불을 붙였다. 홍득희는 물에 젖지 않는 가죽 주머니에 항상 부싯돌과 유황을 가지고 다녔다. 아버지가 어릴 적 만들어 준 주머니였다. 

“우선 옷을 말려야겠구나.”

김종서가 흠뻑 젖은 데다 뻘과 흙투성이가 된 홍득희를 보고 말했다. 김종서 자신도 벗어서 말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남녀지간에 옷을 말린다고 홀랑 벗을 수도 없는 딱한 처지였다.

“아저씨, 옷을 모두 벗어주세요. 집 뒤에 조그만 개울이 있는데 제가 가지고 가서 헹궈 올게요.”

마른 나무를 모아 우선 불을 밝힌 홍득희가 김종서를 재촉했다. 그래도 김종서는 선뜻 옷을 벗지 못했다.

“젖은 옷을 그냥 입고 있으면 감기 걸릴지도 몰라요. 여긴 밤이 되면 아주 추워진답니다.”

김종서는 망설이다가 옷을 벗기 시작했다. 전립을 벗고 전복도 차례로 벗었다. 흙투성이가 된 옷은 엄청나게 무거웠다. 
옷을 모두 벗자 맨 상투바람에 희끗희끗한 수염, 벌거숭이가 몸이 우습기 짝이 없었다. 나이를 속일 수 없는 몸이지만 그래도 단단한 편이었다. 화전민이 살던 폐가인지라 사람이 들어설 만한 방은 딱 한 칸밖에 없었다.
김종서는 뒤로 돌아 앉아 벗은 옷을 내밀었다. 홍득희가 옷을 안고 집 뒤로 돌아갔다.

김종서는 임금에게 올릴 국토 경영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느라 눈을 감고 누웠다. 
한양에 간 두 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되었다. 갑자기 임금이 승하하게 되면 주위의 세력이 어떤 모양으로 나올지도 걱정되었다. 

가장 큰 근심은 안평대군의 추종자들과 수양대군의 사병들이었다. 특히 방룡설을 퍼뜨리고 있는 안평대군의 책사 이현로가 걱정스러웠다. 조선 건국 이후 4대인 지금의 임금까지 장남인 정룡이 왕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럼 5대왕인들 정룡이 왕이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더구나 지금의 세자는 몸이 성실하지 못한데다 세자빈이 없어 외척의 힘을 빌릴 수도 없었다. 세손은 어려서 아무 보탬도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안평대군의 처신이었다. 
‘백악산 후방은 방룡의 자리입니다. 안평대군의 무릉계는 새로운 기운이 솟는 곳입니다.’
이현로가 했다는 말이 자꾸 귀에 쟁쟁거렸다. 
김종서가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홍득희가 물에 헹궈 깨끗해진 옷을 가지고 돌아왔다.

“아저씨, 당장 옷을 입을 수가 없어요. 겉옷은 밖에 걸어 말리고 속옷은 방으로 가지고 들어가 방바닥에 깔아 말리겠어요.”

홍득희가 조심스럽게 속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어험...”

김종서는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 일어섰다가 다시 뒤로 돌아 주저앉았다.
문 밖에 모닥불을 피웠기 때문에 방안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그러나 불빛에 벌겋게 반사된 김종서의 등이 홍득희의 눈에 비쳤다.
홍득희는 자신의 옷도 물에 헹구었지만 젖은 속옷은 다시 입었다. 몸에 착 달라붙은 속옷 아래로 풍만한 여인의 몸매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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