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권_조나단 기자] 아트로버컴퍼니의 창작뮤지컬 <이프아이월유(If I Were You)>가 관객들의 사랑 속에서 마지막 공연을 향해 가고 있다.
"난 마지막 소설을 끝내야 해. 그러기 위해선 자네가 필요하고."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는 19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토대로 소설을 집필하는 소설가 이수현과 자기 동생을 살해한뒤 그 내용으로 소설을 쓴 소설가 수현에게 복수를 하려는 작가 지망생 강인호의 심리 대결이 담긴 작품이다.
완벽한 복수가 있을 수 있을까. 죄의 무게는 가늠할 수 있을까.
다음은 이번 작품의 극본을 쓴 정찬수 연출가와의 인터뷰로 공연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Q. 인사 및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찬수 안녕하세요. 작가와 연출을 하고 있는 정찬수라고 합니다. 대학로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라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Q. 상업극으로 데뷔한지 5년 차? 6년 차가 된 것 같다. 처음 시작할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 봤을 때 많이 달라졌을까.
정찬수 네, 그 정도 시간이 지난 것 같아요. 일단 그때와 지금의 저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나이가 들었다는 것?(웃음)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는 의미를 깨닫게 된 것 같아요. 달라졌다라기보다는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주변부에 오히려 더 관심이 없어졌고, 대학로라는 작은 장소에서 어떤 일들을 해나갈 수 있고 어떤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스킬적인 부분은 모든 창작진이나 배우나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이야기의 주제 폭이 개인적으로 전보다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좋게 말을 하자면 깊이가 있어지는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깊어지는 만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글을 쓰고, 표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주의 깊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작업을 할 때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는 편인가.
정찬수 요즘엔 안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주변 상황은 전보다 더 다이나믹해지긴 했지만요. 저희가 인터뷰를 하고 난 뒤로 벌써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그 가운데 코로나가 있었고 공연 문화라는 게 많이 변하기도 하고 복잡해졌잖아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주변을 보기보다는 저 스스로에게 더 집중하려고 했었고, 그런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었던 것 같아요. 코로나의 영향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외부 활동보다는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었고, 글을 쓰는 것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보니까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고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집중해서 글을 쓰고 절 돌봤지 않나 싶어요. 사실 주변에 분위기나 트렌드가 제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라서 더 저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했던 부분도 있어요. 내가 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말이죠.
Q. 대학로 트렌드가 뭔가 빠르게 바뀐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바뀌는 것보다 고착화 되어가고 있달까. 이런 트렌드에 눈길이 가진 않나.
정찬수 제가 느끼기에는 트렌드가 있으면서도 없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난 5년간 공연문화 예술이라는 게 영화나 공연에서 OTT와 유튜브라는 세계로 옮겨갔고, 그 OTT가 가지고 온 효과가 다양성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다양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시대고 그만큼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죠. 그 폭이 방대하기 때문에 확실히 전과 다르게 대학로도 조금 더 이야기의 폭이 넓어진 느낌이 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예술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오히려 저는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Q. 공연 예술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장점이 분명히 있다.
정찬수 맞습니다. 무대 공연을 하는 사람으로서 무대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떤 극작가로서의 다짐이자 무대를 지키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책무도 있는 것 같고, 저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지난 인터뷰 이후로 극작가로서 연출가로서 꾸준히 작업을 이어왔는데, 어떤 작업들을 해왔나.
정찬수 일단 제가 글을 쓰는 작가이자 연출을 겸하고 있잖아요. 두 직업 모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초반에는 연출보다 작가의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점점 연출로서의 시간이 더 길어졌달까요? 그 사이에 키즈뮤지컬 <킹 온조>도 했었고 브러쉬시어터와 <그래비티 스페이스>, HJ컬쳐와 화가 시리즈 <에곤 실레> <모딜리아니>를 했었죠. 그리고 이번에 <이프아이월유>란 작품으로 올라갔고요. 아, 중간에 <테레즈 라캥> 재연도 있었고요.
Q. 예전 인터뷰 때 글을 쓰는 루틴이 있다고 했었는데 지금도 잘 지키고 있나. 지금은 달라진 게 있을까.
정찬수 일단은 작가로서의 루틴은 명확하게 그대로 지키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 작가로서 생각을 할 시간이 적어지다 보니까 그 텀 자체가 줄어들고 있죠. 이게 연출가로서 작업을 하려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거든요. 연출은 무대 위에 있는 모두와 협업을 해야 되는 직업이다 보니까 연습 때는 진짜 텐투텐으로 연습실에서 있다 보니까 뭔가 글 자체를 못 쓰게 되는 상황이 많아지게 되는 것 같아서, 일단은 제쳐두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제 또 공연이 끝나면 작가로서의 루틴을 이어가야죠. 그 사이에 비우는 시간을 또 가져야 되고요. 여러 일들을 병행해서 하면 사실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지 않거든요. 쓰지 못하는 것 같아요.
Q. 무언가를 정리하거나 비우는 건 어떻게 하나.
정찬수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아요. 저한테는 되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일이고 그래서 너무 어렵고 부담스럽거든요. 이야기를 만드는 건 우리의 삶을 모방하기도 하지만 하나의 인물을 창조하고,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보니 막대한 책무를 느끼곤 하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어떤 스킬로서만 글을 쓴다기보다는 많은 고민을 해야 됐고, 고민을 해도 해도 언제나 모자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그 모자람을 극복하기 위한 저만의 방법으로는 다른 큰 게 있진 않고 그냥 집중하기, 오로지 글에 집중하고 많이 글을 쓰는 게 저의 방법이랄까요.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나의 글에 집중하는 방법, 그겁니다. 이걸 지키지 않으면 글이 가벼워지는 것 같고, 다 쓰고 나서 다시 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많이 생각을 해보고 내가 집중해서 글을 쓰자, 그게 저한테 가장 중요한 글을 쓰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Q. 이번 작품에 작곡과 음악감독으로 한혜신 감독이 함께한다.
정찬수 맞아요. 일단 한혜신 작곡가님은 제가 처음 글을 쓸 때부터 같은 아카데미에 속해있었고 같이 공부를 했던 사이다 보니까 잘 맞거든요. 물론 당시에는 파트너처럼 같이 작업을 하지는 않았었어요. 공부를 끝내고 처음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려고 할 때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고 같이 작업을 하고 보니 저와 생각이 맞는 부분도 있고 지향하는 점이 비슷한 부분들이 많았더라고요. 이야기가 잘 통하는 것도 좋았지만 제가 설득하려고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많이 존중을 해주었고 저도 음악에 대해 존중을 했기 때문에 서로가 잘 맞아떨어져 지금까지 이어져온 게 아닐까 싶어요.
Q. 두 사람의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정찬수 물론 작품마다 작가와 작곡가의 스타일이 다 너무 달라서 뭐라고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제가 먼저 설계를 하면 설계한 방향에 대해서 작곡가님이 보시고 그 안에서 본인의 해석한 부분을 다시 정리해서 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요. 서로의 이야기를 정리한 후에 곡을 만들죠. 둘의 생각이 딱 맞아떨어져서 생각했던 그대로의 곡이 나올 때가 있다면 가끔은 처음 제가 생각했던 내용이 전혀 다른 결과물로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런데 다른 결과물인데 그 결과물 속의 내용은 처음 우리가 공감했던 내용이죠. 그런데 관점이 다른 거예요. 그게 또 다른 재미이자 공연예술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냥 단순히 저 혼자 작곡을 하고 대본을 썼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색깔만 묻어났을 텐데 제가 주목하지 못했던 부분이 음악을 통해서 부각이 된다던가, 제가 놓친 부분들을 챙겨준다거나 생각하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방향성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어서 협업의 과정이 즐겁고 신기합니다.(웃음) 이뿐만이 아니라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같은 글을 읽고 주제를 그려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뉘앙스가 개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해석을 갖게 되는 게 신기하고 재밌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 많이 이야기를 하고 조정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Q. 이번 작품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
정찬수 다 어려웠던 것 같아요.(웃음) <이프아이월유>같은 경우에 특히 장면 장면이 너무 밀도가 높아가지고 모든 장면이 신경 쓰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떤 어려움이라기 보다 인물들에 대해서 되게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일단 제가 실제로 경험을 하지 못한 일과 인물들을 가지고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거잖아요. 그리고 극 중 인물들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더 신중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정찬수라는 작가와 연출로서 바라보는 관점보다는 인호라면 수현이라면 어떻게 생각했을까를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될 부분과 확신을 가지고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건드려야 될 부분들을 취사선택했던 것 같아요. 배우들과도 연습 과정에서 스터디를 하면서 이런 관계와 선택, 사건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나 감정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배우들이 바라보고 있는 시각들도 많이 공유를 했었어요.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를 테이블 작업에서 만들어나갔죠. 저는 작업을 할 때 제가 창조한 이야기 속 인물들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하고,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가죠. 연습 과정에서 캐릭터를 구체화하고 장면의 선명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쳐서 완성을 시키죠. 이번 작품에선 수현과 인호가 가질 수 있는 아픔에 대해서도 되게 많이 고민을 했고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눴었던 것 같아요. 특히 아픔의 강도와 이 아픔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 배우들마다 경험하고 준비한 게 다르다 보니까 그들이 해석한 결과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많이 도움을 줬었고 작가이자 연출로서 그 인물들이 가져야만 하는 조건이나 인격, 이 사람이 보여야 하는 면모, 상징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이야기에 녹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배우들이 해석한 인물의 말투와 행동 등에 대해서는 크게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캐릭터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었고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아요.
Q. 작품 속 시대적 배경의 의미는? 1940년대로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정찬수 사실 시대에 대해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었거든요. 인호가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살아나가야 될 수 있는 시대를 선택해야만 했어요. 그리고 억울함, 현대에서도 그 억울함이 많이 이야기됐지만 무대에서 인호의 마음이나 고통이 충분히 표현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기엔 부족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그런 이유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시대를 찾았죠. 1940년도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모두가 다 같이 못 살았던 시기이기도 하면서 개화를 받아들이면서 많은 문명 지식들이 들어오고 계층이 만들어지고 사상과 지식의 괴리를 만들었던 시기라고 봤었고 그게 현대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계층이 만들어짐으로써 생기는 정보의 불균형, 극 중에서 수현이 기억을 조작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기억을 선택적으로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들을 수현에게 줬고 그것들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갭이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죠. 인호 같은 경우에는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고난과 역경을 뚫고 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는 시기여야 했었기 때문에 1940년대를 선택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 시기가 누구에게는 되게 찬란했던 시기였겠지만 그 이면에서는 정말 기아에 허덕이면서 굶어가고 정말 나쁜 일을 선택함으로써 생존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세계 속에 두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Q. 극 중에 인호의 동생이 죽은 날 인호는 눈이 왔다 수현은 비가 왔다고 기억하는데 기억의 엇갈림에 이유나 의미가 있는 걸까.
정찬수 저는 그 부분이 좀 전에 했던 이야기가 조금 더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의 몽타주를 할 수 있는 지식적 기반을 가진 사람이 수현이고 인호는 그렇지 않고 실질적인, 내가 직접 경험한 걸 기초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수현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비에 가진 이미지를 환희의 정서로 끌어당겨서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고, 아니 조작한다기보다는 자기가 선택적으로 기억을 하려고 하고 그걸 몽타주에서 자신의 환희를 만들어낸 사람이 수현이고 인호 같은 경우에는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정서와 실질적인 살인의 추억이 묻어나 있는 눈이라는 찬란한 이미지를 역설적으로 되게 슬픈 이미지로 갈 수 있게 만들어 대립시키고 싶었던 것 같아요. 눈이나 비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우리 극 자체가 "그래서 뭐가 중요한데?"라는 걸 최종적으로 물어보거든요. 그래서 죄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하냐는 말인데 그 과정 속에서 은유적인 선택을 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그럼 인호의 복수는 어떤 의미일까. 5년간 준비를 했지 않나.
정찬수 그 부분도 인호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랑 굉장히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었어요. 인호가 5년을 어떻게 보내왔을까 그리고 왜 5년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물리적으로 대본을 분석했을 때 수현이 5년 동안 12권의 연재소설을 쓰기로 약속한 시간에서 11권까지 나오고 최종적으로 마지막 책이 나오고 있지 않았기에 인호가 찾아갔다고 본 거였어요. 사실 5년이라는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인호에게 수현이 글을 쓰는데 문제가 생겼다고 인지하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고 봤거든요. 인호는 수현이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되뇌었던 시간이 5년이라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인호에게 복수라는 의미는 단순히 나의 분노가 아니라 동생을 위한 복수가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그 복수를 위해서 분노로만 불타지 않고 저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이 합쳐져서 5년간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더글로리>에서 보인 복수가 어떻게 보면 개인의 사적인 복수심을 해결하는 건데, 그게 우리가 통용되는 복수의 개념이거든요. 그런데 내가 아니라 나의 동생, 예측할 수 없는 동생의 고통을 유추해서 복수를 해야 되기 때문에 나의 복수심을 죽여야 할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인내하고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를 생각했던 거죠. 그렇게 인내하던 가운데 사실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수현에게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 기회를 찾아 그 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그 안에 들어가서 수현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명확하게 찾지 못했던 복수를 찾아가는 과정이 점점 선명해지게 되죠.
Q. 완벽한 복수가 존재할 수 있을까?
정찬수 완벽한 복수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시간 속에 살고 있잖아요. 그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면서 감정들 또한 뒤죽박죽 바뀌어 나가다 보면 그 복수의 강도가 처음 생각했던 강도보다 적어질 수도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정확하게 어느 정도라고 기억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당시의 고통의 강도가 100이라는 숫자만큼 이었다면, 시간이 지나가면서 망각하면서 잊힐 수도 있어서 50이 될 수도, 증폭이 되어 150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그 복수를 한다는 게 완벽하다는 말처럼 될 수 있을까요? 인간은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한 게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성장한다고 생각하거든요.
Q. 요즘 복수의 트렌드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만큼의 피해를 받았으니 너도 이만큼은 아프고 힘들어야 돼. 이런 게 통쾌함이라고 이야기하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정찬수 맞아요. 통쾌함을 원하는 시기가 왔죠. 그래서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우리 공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복수라는 개념을 어떻게 설득을 시켜야 될까 고민이 많았어요. 초반에 있었던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인호가 집에 들어왔을 때 왜 바로 복수를 하지 않느냐, 바로 해결을 해버렸으면 그 스스로도 힘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부터 인호가 왜 수현과 이런 시간들을 보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내 개인의 복수면 내가 한 대 맞았을 때 똑같이 한 대 때리면 되는 건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복수잖아요. 인호에게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그걸 단순히 풀어내는 게 아니라 복수라는 개념에서 수현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이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무엇이고 그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걸 빼앗고 복수한다는 것, 복수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고민했었고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사적 감정을 토대로 복수를 시행하게 된다면 복수의 정도는 완벽함에 가까워질 수 있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죄를 다루는 데 있어서 공정할 수 있도록 돌아가야 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고 그게 마지막에 좀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인호가 조금 더 슬픈 거고요. 어떤 방식으로든 이걸 완벽하게 해소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친구이기 때문에 자기가 이 사람을 법정에 사회에 수현의 죄를 올려놓은 것만 해도 복수라고 생각을 하지만 결국 복수가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는 결과를 도출했고 자기가 너무나 싫어하는 타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야 되는 것들이 작용을 하는데 그래서 어떤 트렌드와는 또 거스르는 작품이 되지 않았나. 그래서 주인공이 굉장히 슬픈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Q. 이 작품을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어떤 이야기나 메시지를 찾아갔으면 좋겠나.
정찬수 최근 우리나라 행복 조건에 대해서 조사한 게 있는데 외국과는 다르게 돈이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돈이 중요한 건 맞는데 다른 나라들은 가족이나 친구같이 무형적인 것들이라면 우리나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게 돈이라는 거죠. 단순히 물질적인 가치만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라 거기에 의미를 들여다보면 돈을 위해서, 돈을 얻으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행복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되다 보니 돈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거든요. 돈이 중요하다는 걸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도 공감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점점 어떤 도덕적인 가치들이 사라지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동시에 인격적인 존중 또한 많이 떨어지고 있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 작품에서 죄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악인을 다루는 것에 대한 고찰도 있고 시대 속 양극화나 다양한 이슈들이 담겨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 타인이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중에 우리는 타인이 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의 고통을 이해 하는 마음이 필요하고, 인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노력해야 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야지만 우리 사회가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고 이런 고민들이 있어야만 조금 더 살기 좋은 사회가, 세상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봐도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 온 것 같거든요. 그들의 고통이 어떤 물질적인 가치나 다른 가치들에 의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되어가는 걸 저는 봤었고, 조금만 주변을 둘러봐도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 인류애를 느끼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 했고 조금은 그런 부분을 이 작품에 담지 않았나 싶어요.
Q. 확실한 목표나 주제가 있어야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 같다.
정찬수 항상 느끼는 건데 사실 공연예술이라는 게 어려운 것들을 다루는 작품이 많잖아요. 이걸 공연으로 만드는 게 이 사회에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작가로서 연출가로서 계속 고민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어떤 사회적인 주제를 이야기할 때는 제가 정말 이런 걸 말을 해도 되는 건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정도의 사람인가 나도 한낱 미물에 불과한데라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래도 이런 작업을 이 시대에 하고 있다는 것과 한 명의 관객에게라도 긍정적인 영감을 줄 수만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